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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보도] 조현병, 알지 못하니까 두렵다
 마인드포스트 편집부
 2018-08-05 15:30:07  |   조회: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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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알지 못하니까 두렵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입력: 2018.07.29 09:48:00

수정: 2018.07.29 11:09:59

 

올해 환갑을 맞은 김진수(가명)씨는 20대 이후 제대로 된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다. 36년 동안 정신병원을 오갔다. 때로는 강제입원을 당했고 지금은 두 달에 한 번 외래진료를 받는다. 김씨는 “일을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 때문인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큰 키에 단정한 머리, 짧게 깎은 수염, 여름 캐주얼 정장에 리갈 구두를 신은 김씨는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처음 병원에 간 건 24살 때였다.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2년 뒤, 어수선한 정국이었다. 김씨 주변에는 ‘운동권’ 친구들이 많았다. 김씨는 “누군가 나를 빨갱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의 큰아버지는 해방 이후 좌익활동을 하다 잡혀가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뒤 “어디 앞 바다에 수장됐다”는 소문만 들었다. 
 

조현병 환자, ‘묻지마 살인’ 비율 낮다 
김씨는 “당시에는 이상하게도 큰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사람들이 나를 빨갱이라고 할까봐 무서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얼마 뒤, 김씨는 큰아버지가 사실은 수장당한 게 아니라 북한 고위직으로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김씨의 말을 믿었다. 한참 뒤에서야 그게 환청이라는 걸 알게 됐다. 환청과 망상 등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조현병이 ‘공포의 대상’이 된 건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다. 서울 서초동 주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여성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진술했다. 지난 7월 9일에는 조현병을 앓고있던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가 증가추세라는 것도 두려움의 근거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는 2012년 5298건에서 2016년 8287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범죄 가운데 살인, 강도, 방화 등 강력범죄도 2012년 540건에서 2016년 847건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중 특히 두려움의 대상인 ‘묻지마 살인’은 어떨까. 

서종한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살인을 저지른 조현병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2010년)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가 모르는 사람을 살해한 경우는 3%였다. 2015년 미국에서 발표된 ‘총기난사 사건과 정실질환 관련성’ 연구에서도 정신질환과 총기범죄 사이 관련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장애인이 모르는 사람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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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환갑을 맞은 김진수(가명)씨는 20대 이후 제대로 된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다. 36년 동안 정신병원을 오갔다. 때로는 강제입원을 당했고 지금은 두 달에 한 번 외래진료를 받는다. 김씨는 “일을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 때문인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큰 키에 단정한 머리, 짧게 깎은 수염, 여름 캐주얼 정장에 리갈 구두를 신은 김씨는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처음 병원에 간 건 24살 때였다.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2년 뒤, 어수선한 정국이었다. 김씨 주변에는 ‘운동권’ 친구들이 많았다. 김씨는 “누군가 나를 빨갱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의 큰아버지는 해방 이후 좌익활동을 하다 잡혀가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뒤 “어디 앞 바다에 수장됐다”는 소문만 들었다. 
 

조현병 환자, ‘묻지마 살인’ 비율 낮다 
김씨는 “당시에는 이상하게도 큰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사람들이 나를 빨갱이라고 할까봐 무서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얼마 뒤, 김씨는 큰아버지가 사실은 수장당한 게 아니라 북한 고위직으로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김씨의 말을 믿었다. 한참 뒤에서야 그게 환청이라는 걸 알게 됐다. 환청과 망상 등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조현병이 ‘공포의 대상’이 된 건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다. 서울 서초동 주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여성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진술했다. 지난 7월 9일에는 조현병을 앓고있던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가 증가추세라는 것도 두려움의 근거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는 2012년 5298건에서 2016년 8287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범죄 가운데 살인, 강도, 방화 등 강력범죄도 2012년 540건에서 2016년 847건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중 특히 두려움의 대상인 ‘묻지마 살인’은 어떨까. 

서종한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살인을 저지른 조현병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2010년)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가 모르는 사람을 살해한 경우는 3%였다. 2015년 미국에서 발표된 ‘총기난사 사건과 정실질환 관련성’ 연구에서도 정신질환과 총기범죄 사이 관련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장애인이 모르는 사람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연구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주로 가족이다. 서 교수 연구에 따르면 살인사건 피해자의 84%가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등이었다. 1999년 발표된 ‘정신분열증 환자의 살인에 관한 연구’(이현정·박권수·최상섭)에서도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살인 중 60%가 가족 내에서 일어났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이 수치가 말해주는 이면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신장애인 다수가 가족들에 의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년을 학대 당하면서 지낸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가족들에 의해 8차례 강제입원을 당했다. 그는 20년 전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김씨도 40년 가까이 병을 앓으면서 모르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그는 “가족들이 나를 병원에 넣으려고 하면 무섭기 때문에 도망치거나 반항하거나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미친 것이지 위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당사자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도 않고, 알려진다 해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이들이 ‘특수사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반인 중 범죄자가 소수인 것처럼 조현병 환자 중에서도 범죄자는 소수다. 비율로 따지면 오히려 더 적다”라며 “하지만 그 사람들이 조현병 환자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김씨 말처럼 실제 지난해 발표된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비정신장애인의 15분의 1수준이다. 비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1.2%인 반면 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0.08%로 나타났다. 또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가 증가했다해도 이들이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44%(2016년)으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2012년에는 0.29%였다.

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은 “가해자들이 조현병으로 입원을 했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니 사건·사고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비정신장애인들이 저지르는 사건·사고가 훨씬 많음에도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건·사고만 과하게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만든 전문언론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신보건법 개정안’ 논란이 부적절 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각에서는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한 개정안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강제입원이 어려워져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장애인을 격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애초 강제입원을 위해서는 보호의무자 2명과 전문의 1명의 판단만 있으면 됐다. 개정 이후에는 보호의무자 2명과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 2명의 판단이 필요하다.

박 편집국장은 “일반인에 비해 범죄율이 낮다는 명확한 수치가 있는데도 이런 주장이 나온다는 것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정신장애인 집단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격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라며 “모든 남성이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가 아니듯, 모든 정신장애인이 묻지마범죄의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짚어봐야 할 것은 강제입원과 격리의 효과다. 송승언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상황에 따라 강제입원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강제입원과 폐쇄병동에서 인권침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치료와 거리가 멀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는 “길을 걷고 있는데 응급차가 오더니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서 나를 잡아서 차에 욱여넣었다”며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가 특별한 게 아니다. 이 대표는 “강제입원이 너무 무서워서 화장실로 도망갔는데 병원에서 일하는 남자들과 가족들이 나를 쫓아왔다”며 “그런 기억은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개정안 이전에는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이 가족에 의해 입원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생 딸이 18살 차이 남성과 결혼하려 하자 부모가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비자발적인 치료방식은 폐쇄병동에서도 이어진다. 증상을 낮추기 위해 약물을 세게 투여한다거나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기 위해 외부와의 통신 등을 제한하는 게 대표적이다. 배성우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과보호적이고 통제적인 치료환경은 결과적으로 이들을 단조롭고 기계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고 오히려 ‘환자’ 역할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괜찮을 땐 우울증, 상태 나쁠 땐 조현병 진단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뭘까. 당사자와 전문가는 ‘제대로 알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편집국장은 “어떻게 보면 비정신장애인들이 조현병 환자를 두려워하는 건 당연하다. 조현병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 사회는 조현병 환자를 비롯한 정신장애인을 ‘비이성적인 사람’ ‘우발적인 사람’ 으로 소비한다. 

당사자들에 따르면 조현병은 ‘고정적인 상태’도 아니다. 김씨와 이 대표 모두 정신건상 상태가 나쁘지 않을 때는 ‘우울증’ ‘조울증’ ‘홧병’ 등의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정신건강 상태가 나빠지면 환청이나 환시가 시작되고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고 했다. 김씨는 “아프지 않을 때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조현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현병이 고정적인 게 아니라면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송 복지사는 “최근 상황을 보면 과거에 한번이라도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면 이를 범죄의 원인으로 직결시키는 경향이 있다. 쉽고 무책임한 진단이다”라며 “정말로 정신건강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니면 다른 요소들이 있는지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현병이 범죄의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되면, 처벌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치료없는 처벌은 재범의 확률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통계를 보면 정신장애인이 같은 종류의 범죄를 다시 저지른 경우는 30%에 이른다. 이는 전체 범죄의 재범율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이런 범죄자들이 가는 곳이 치료감호소다. 

하지만 한국에는 치료감호소가 한 곳 뿐이다. 의사 수도 부족하다. 의사 1명이 평균 70명의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의사 1명당 8명, 독일은 의자 1명이 20명의 환자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 편집국장은 “조현병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낙인과 격리보다는, 치료감호소의 환경을 개선하는 게 현실적이며 더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조현병 치료도, 범죄율을 낮추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290948001&code=940100#csidx42ec8de24d5e614bb49a347d40bc2d3

당사자들에 따르면 조현병은 ‘고정적인 상태’도 아니다. 김씨와 이 대표 모두 정신건상 상태가 나쁘지 않을 때는 ‘우울증’ ‘조울증’ ‘홧병’ 등의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정신건강 상태가 나빠지면 환청이나 환시가 시작되고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고 했다. 김씨는 “아프지 않을 때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조현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현병이 고정적인 게 아니라면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송 복지사는 “최근 상황을 보면 과거에 한번이라도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면 이를 범죄의 원인으로 직결시키는 경향이 있다. 쉽고 무책임한 진단이다”라며 “정말로 정신건강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니면 다른 요소들이 있는지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현병이 범죄의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되면, 처벌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치료없는 처벌은 재범의 확률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통계를 보면 정신장애인이 같은 종류의 범죄를 다시 저지른 경우는 30%에 이른다. 이는 전체 범죄의 재범율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이런 범죄자들이 가는 곳이 치료감호소다. 

하지만 한국에는 치료감호소가 한 곳 뿐이다. 의사 수도 부족하다. 의사 1명이 평균 70명의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의사 1명당 8명, 독일은 의자 1명이 20명의 환자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 편집국장은 “조현병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낙인과 격리보다는, 치료감호소의 환경을 개선하는 게 현실적이며 더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조현병 치료도, 범죄율을 낮추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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