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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보도] [특집] 이유는 모른다! 조현병 그래서 두렵다?
 마인드포스트 편집부
 2018-08-05 15:35:25  |   조회: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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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유는 모른다! 조현병 그래서 두렵다?

2018.08.06

주간경향 1288호

 

ㆍ최근 범죄 늘자 공포감 확산… 병 자체 보다는 ‘허술한 관리’가 더 문제다

36년, 김진수씨(가명)가 정신병원을 오간 시간이다. 올해 환갑을 맞은 김씨는 20대 이후에 제대로 된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다. 김씨는 “일을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 때문인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큰 키에 단정한 머리, 짧게 깎은 수염, 여름 캐주얼 정장에 리갈 구두를 신은 김씨는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김씨가 처음 병원에 간 건 24살 때였다.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2년 뒤, 어수선한 정국이었다. 김씨 주변에는 ‘운동권’ 친구들이 많았다. 김씨는 “누군가 나를 빨갱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의 큰아버지는 해방 이후 좌익활동을 하다가 잡혀가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뒤 ‘어디 앞바다에 수장되는 걸 본 사람이 있더라’는 소문만 들었다. 

조현병 환자, ‘묻지마 살인’ 3% 

김씨는 “당시에는 이상하게도 큰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사람들이 나를 빨갱이라고 할까봐 무서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얼마 뒤, 김씨는 큰아버지가 사실은 수장당한 게 아니라 북한 고위직으로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김씨의 말을 믿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똑똑했기 때문이다. 한참 뒤에서야 그게 환청이라는 걸 알게 됐다.

최근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연이어 발생해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인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7월 9일 경북 영양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경찰관 2명은 ㄱ씨가 난동을 피운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ㄱ씨는 출동한 경찰과 대화를 나누던 중 흉기를 가져와 휘둘렀다. 경찰관 한 명이 숨졌고 한 명은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들은 ㄱ씨가 2012년부터 조현병을 앓았다고 진술했다. 

조현병이 ‘공포의 대상’이 된 건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다. 서울 서초동 주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여성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말했다. ‘여성혐오’ 범죄라는 지적이 일었으나 경찰은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라고 발표했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가 증가추세라는 것도 공포심의 근거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는 2012년 5298건에서 2016년 8287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조현병 당사자들은 최근 분위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그 사람들이 정말 조현병이 맞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씨 경험에 한정된 것이지만 그는 40년 가까이 병을 앓으면서 모르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강제입원 과정에서 반항하거나 도망친 적은 있다. 그는 “나는 병이 깊어지면 사람들이 내게 해코지를 할까봐 무서워서 움츠러든다”고 말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조현병 범죄라고 하는데 사람을 죽일 정도로 분별력이 없어지면 여자가 올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는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6명의 남성을 그냥 보낸 다음, 처음으로 들어온 여성을 살해했다. 이 대표는 20년 전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범죄자는 소수인데, 왜 그들이 대표가 되나요”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들의 ‘묻지마 살인’ 비율은 상당히 낮다. 서종한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살인을 저지른 조현병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2010년)에 따르면 관계가 없는 사람을 살해한 경우는 3%였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가족인 경우는 84%에 달했다. 1999년 연구에서도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살인 가운데 가족 내 살인이 60%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당사자들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도 않고, 알려진다 해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한계가 있다. ‘특수 사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반 사람들 중에 범죄자가 소수인 것처럼 조현병 환자 중에서도 범죄자는 소수인데, 그 사람들이 조현병 환자의 대명사처럼 되고 나처럼 조용히 사는 사람은 특이하게 여겨진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김씨 말처럼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가 증가했다 해도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44%(2016년)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2012년에는 0.29%였다. 지난해 발표된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에 보면 비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1.2%인 반면 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0.08%로 나타났다. 15배 차이다. 

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은 “가해자들이 조현병으로 입원을 했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니 사건·사고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비정신장애인들이 저지르는 사건·사고보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건·사고는 과하게 부각된다.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본다”고 말했다.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만든 전문언론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사자들은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문제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최근 일각에서는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한 개정안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강제입원이 어려워져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장애인을 격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애초 강제입원을 위해서는 보호의무자 2명과 전문의 1명의 판단만 있으면 됐다. 개정 이후에는 보호의무자 2명과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 2명의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에 비추어 봤을 때 입원요건 약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일단 강제입원율이 지나치게 높다. 2006년 기준 강제입원은 90.0%에 달했다. 2016년에도 강제입원 비율은 61.6%였고 현재는 37% 수준이다. 반면 프랑스의 강제입원 비율은 12.5%(1999년), 오스트리아는 18%(1999년), 영국 13.5%(1999년), 포르투갈은 3.2%(2000년)에 불과하다.

강제입원 과정에서 환자의 인권은 쉽게 무시됐다. 김씨는 “길을 걷고 있는데 응급차가 오더니 사람들이 다 보는 곳에서 나를 잡아서 차에 욱여넣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가 특별한 게 아니다. 심지어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이 가족에 의해 입원되는 일도 있었다. 대학생 딸이 18살 차이의 남성과 결혼하려 하자 부모가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괜찮을 땐 우울증, 상태 나쁠 땐 조현병 진단 

인권침해는 입원 후에도 이어진다. 김씨는 강제 약물투여, 결박, 전기치료까지 당해보지 않은 게 없다. 그는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침대에 눕혀서 머리에 띠를 감았다. 그런 다음에 전기를 통하게 했다”며 “나는 폭행을 당하지 않았지만 과거에는 간호사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맞는 환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정도는 다르지만 인권침해는 최근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영은씨(가명)는 2014년 인천에 위치한 한 정신병원 여자병동 독방에서 결박을 당했다. 박씨는 “독방에는 난방이 되지 않았는데 나는 발가벗겨진 채 침대에 묶였다. 이불도 덮어주지 않았고 대소변을 처리하기 위해 기저귀만 채운 채 방치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입원치료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김씨와 이 대표 모두 퇴원 후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이 ‘우울’이라고 답했다. 배성우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과보호적이고 통제적인 치료환경은 결과적으로 이들을 단조롭고 기계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고 오히려 ‘환자’ 역할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제대로 알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편집국장은 “어떻게 보면 비정신장애인들이 조현병 환자를 두려워하는 건 당연하다. 조현병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라며 “우리 사회는 조현병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는 주지 않은 채 사건·사고를 통해 ‘이성이 마비된 사람’ ‘우발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으로만 소비한다”고 말했다. 

조현병 당사자인 김씨와 이 대표는 조현병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 모두 상태가 나쁘지 않을 때는 ‘우울증’ ‘조울증’ ‘조증’ ‘홧병’ 등의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 상태가 심각해지면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고 했다. 한 번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해서 상태가 죽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 역시 마찬가지다. 송승연 정신건강복지사는 “지금은 과거에 한 번이라도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면 이를 범죄 원인으로 직결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정말로 정신건강 문제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소들이 있는지 그 부분이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과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이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송 복지사는 “개인적으로는 정신건강을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조현병 환자에게 형량을 감해주거나 무죄를 선고하는 건 반대다”라며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해야 자기결정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편집국장도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그게 조현병 때문이라면 감호치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며 “하지만 한국에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장애인 범죄자가 갈 수 있는 치료감호소는 전국에 한 곳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현병 치료도, 범죄율을 낮추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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