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언론보도준칙1.0
전문(前文)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인구 속에서도 소외된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다. 우리 국민의 4명 중 1명은 평생 동안 한 번 정도는 정신적 질환을 겪고 있다. 정신질환은 그만큼 흔한 질병이지만 미디어의 왜곡 보도로 국민은 정신질환에 대한 깊은 불안과 불신감을 갖고 있다. 미디어는 이 같은 사회분열적 태도를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존재로 분류해 차별과 낙인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장애는 어떤 특수한 상황이나 배경, 환경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종종 깊은 우울감을 느끼듯이 사회문화적 배경과 상관없이 어느 날 우리 자신에게 찾아올 수도 있는 질병이다. 미디어가 사회통합을 해치는 방식의 보도 문법을 답습한다면 정신장애인은 계속해서 집단 내 따돌림과 배제의 대상이 될 것이다.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언론보도준칙 1.0>을 준수함으로써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는 한편, 정신장애인이 낙인 대신 인권과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보도 태도를 선도하고자 한다.

이 기준은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와 경찰과 소방 등 국가기관, 그리고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 광범위한 미디어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보도준칙은 또 미디어 생산자들이 정신장애와 관련된 윤리적 보도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함으로써 정신장애와 관련된 잘못된 보도 태도와 관행을 바꾸는 지침이 될 것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쌓인 보도는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이들의 치유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특히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에 대해 정신장애인이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추측성 사건사고 보도는 이를 접하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을 갖고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태도다. 이로 인해 정신적 장애라 있는 일반 국민들도 정신과 치료를 꺼리게 만드는 부정적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정신장애에 대한 잘못된 보도태도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국민의 정신건강까지 심각하게 위협한다.

정신장애인도 국민 구성원이며 시민적 자격을 갖고 있는 인격체다. 이들은 비정신장애인이 그렇듯이 자기 결정권에 따라 자기의 삶을 의지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미디어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정신장애인 언론보도준칙 1.0>을 준수한다.

정신장애인 언론보도준칙 1.0
1. 정신장애인은 언론의 편견에 가장 취약한 사회적 약자임을 전제해야 합니다.

▲리드에 정신장애인 관련 배경설명을 넣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1%를 차지하지만 신체장애인에 비해 인권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계 내에서도 소외된 집단이다.
▲언론은 정신장애인을 격리하고 배제하라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정신장애인 범죄율의 0.4%인 점을 기억하라.
▲정신장애인이 위험하다는 편견적 논리보다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언론은 어떤 사회적 자원이 필요한지 분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2.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이 정신장애를 겪고 있다는 법적·수사과학적 발표가 있기 전까지 언론은 정신질환을 추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됩니다.

▲비록 범죄인이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은 최대한 정신질환 용어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경찰은 정신질환에 대해 비전문가들이다.
▲경찰의 브리핑 자료를 무조건 신뢰하지 않아야 한다.
▲추정보도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추정된다, 알려졌다, 전해졌다 등 추정적 문장구성은 피해야 한다.
▲추정기사를 쓸 경우 이를 학습하는 시민은 정신질환에 대해 더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주의하라.

3.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폭력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전제해야 합니다.

▲정신장애와 관련된 잘못된 상식과 편견을 소개할수록 범죄의 희생자가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될 확률이 더 높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이 폭력적이고 예측불가능하다는 암시를 기사에 넣음으로써 불안을 조성하지 말아야 한다.
▲살인 사건이나 중범죄의 경우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이를 정신질환과 엮지 않아야 한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 이를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사건’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정신질환은 특수한 배경을 가진 특수한 상황에서 특수한 대상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당신이나 당신의 가족도 정신질환자가 될 수 있다.

4. 정신장애를 사건사고의 유일한 이유인 것처럼 기술해서는 안 됩니다. 환경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에 대한 균형 잡힌 기술과 보도가 이뤄져야 합니다.

▲사건의 일차적 원인을 정신병력에 두려고 해서는 안 된다.
▲사건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 이를 정신질환에 의한 사건임을 암시하거나 피의자의 정신감정을 고려하는 듯한 기사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배경을 고려해야 하며 피의자의 정신적 상태에만 초점을 맞추는 불균형적 시각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이슈가 되는 사안에 관해 사회구조적 배경을 리드에 넣어야 한다.

5. 한 사람이 겪는 정신질환이 기사의 제목이나 헤드라인으로 다뤄져서는 안 됩니다.

▲기사 제목은 중립적, 개관적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극단적인 증상을 내세워 질환 특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제목은 국민에게 부정적 효과를 준다는 점을 명심하라.
▲행동의 원인을 지목할 때 ‘조현병’, ‘우울증’, ‘조울증’ 같은 진단명이나 ‘정신질환’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사건사고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조현병’, ‘조울증’, ‘정신질환자’는 기사 제목이나 헤드라인에 넣지 말아야 한다.
▲동일 사건에 대해 제목과 본문의 표현 일부를 바꿔 반복적으로 기사를 보도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6. 정신질환은 예방과 치료, 회복이 가능한 질환임을 이해하고 기사화해야 합니다. 정신장애는 조기에 치료를 받을 때 예후가 가장 좋으며 적극적인 치료로 사회구성원으로서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음을 알려야 합니다.

▲기사 말미에 정신질환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에 대한 정보도 같이 제공한다. 독자가 기사를 읽고 두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행동요령을 안내해줄 수 있어야 한다.
▲정신질환 응급상황에 대한 설명과 치료방법을 기사에 넣는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일반인에 비해 지극히 낮다는 설명을 넣어야 한다.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의 열악한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이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늘 고립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처지를 설명해야 한다.
▲최근의 치료 및 상담치료의 발전양상을 기사에 포함해야 한다.
▲정신질환에서 회복된 당사자의 사례를 보도해야 한다.
▲응급 정신과적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포함돼야 한다.

7.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직접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당사자들은 정신장애 전문가들입니다.

▲정신장애인의 발언을 가볍게 흘리지 말라. 이들은 정신장애가 어떤 것인지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다.
▲정신장애에 대한 ‘인간적인 요소(human element)’가 더해질 경우 기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인터뷰를 기사화할 경우 인터뷰를 한 당사자의 언어를 사용해 그들의 경험이 잘 드러나게 해야 한다.
▲인터뷰 당사자에게 당신의 이야기가 출판되거나 방송되기 전에 편집과정을 거칠 수 있음을 고지해 주어야 한다. 내용이 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도 사전에 미리 알려야 한다.

8. 정신장애인도 소중한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정신질환 관련 보도 시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일반인의 인권과 동등한 무게로 전제해야 한다. 동정이나 연민 등 불필요한 이미지를 투영하지 말아야 한다.
▲추정적인 기사는 정신질환자 가족에게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범죄로만 보도돼야 하며 그의 가족까지 인터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으며 그 누군가는 남이 아닌 바로 당신, 혹은 당신의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일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설명해야 한다.

9. 언론은 사건기자들과 수습기자들을 대상으로 정신장애에 대한 일정 시간 이상의 인권교육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정신질환 관련 보도의 상당수는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며 이는 더 큰 사회적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기자의 무지에 따른 기사는 2차 피해와 잠재적 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다.
▲기자는 정신건강 관련 인권 강사가 실시하는 인권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기자는 경찰이 주는 브리핑 자료에만 의지하지 않아야 하며 정신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기자는 정신건강 관련 장애유형과 장애상태, 정신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심화하는 표현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등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깨는데 기자가 앞장서야 한다.

10. 긴급 상담 전화번호를 제공하고 어떤 기관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기사 후미에 이를 실어야 합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재활시설 등 정신장애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의 전화번호를 싣는다.
▲정신장애인 인권 캠페인을 언론사가 앞장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기사 하단부에 실을 수 있어야 한다.
▲정신장애인은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기자 역시 정신장애에 걸릴 수 있는 취약한 존재인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