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일기장 일곱 번째 페이지 : 평생의 숙제 다이어트
옥탑방 일기장 일곱 번째 페이지 : 평생의 숙제 다이어트
  • 이관형 기자
  • 승인 2018.10.30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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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점 : 평생의 숙제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으며.

마음 날씨 : 몸도 마음도 날아갈 정도로 가벼워진 느낌.

나는 15년 째 조현병 약을 먹고 있다. 스무 살 때 발병됐고 서른 살쯤 증상이 완화됐다. 서른다섯 살이 된 지금, 남들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약은 계속 먹고 있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아쉬운 마음도 크다.

한창 젊은 나이의 20대 때 너무 많은 시간을 침대에 누워 지냈다.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연애를 하거나 청춘을 즐기며 놀았던 것도 아니다. 그저 약에 취해 누워 지내다 어느 날 맑은 정신으로 눈을 떠보니 30대가 되어 있었다.

변한 것은 나이뿐이 아니다. 병든 내 마음처럼 몸도 변해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180에 가까운 키에 몸무게는 70킬로도 되지 않았다. 비교적 마른 몸매에 얼굴도 갸름한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샤워를 하다 거울을 보면 비참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날카로운 턱 선은 사라지고 후덕한 얼굴만이 남았다. 배는 올챙이처럼 튀어나오다 이제는 거대한 산이 되었다. 어떤 옷을 입어도 감추어지지 않는다. 어느덧 몸무게는 90킬로를 넘어 버리고 말았다.

고3 수능을 마친 뒤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고 스파르타 기숙 재수학원에 들어갔었다. 커다란 건물에 갇혀 몇 달간 지내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다. 게다가 피해망상과 관계망상에 우울증까지 겹쳤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먹는 것 밖에 없었다. 재수를 하는 동안 밥을 먹고 나면 매점에 달려가서 라면 한 그릇을 더 먹었다. 수업시간에도 책상 위에 늘 과자를 올려놓았다. 수업 중 나쁜 생각들이 들 때마다 꺼내 먹기 위함이었다.

대학에 입학해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며 식탐이 늘었다. 특히 잠이 오지 않는 새벽마다 불안과 우울한 마음을 먹는 걸로 풀었다. 밤 11시, 12시에도 심지어 새벽 두 시 세 시에도 잠이 오지 않으면 거실로 향했다.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을 꺼낸 뒤, 전자 밥솥을 열었다.

밥을 공기에 담을 여지도 없이 밥솥채로 반찬과 밥을 집어 먹었다. 허겁지겁 누가 쫓기라도 하듯이 5분 안에 밥 한 공기 분량을 뚝딱 해치웠다. 특히 무더워서 잠이 오지 않는 여름이면 이런 행동은 더욱 심해졌다. 뱃속을 탄수화물이나 당분으로 채우지 않고는 편히 잠들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점점 살찌는 내 몸을 가만히 지켜만 본 건 아니다. 나름대로 살 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준비하며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꼈다. 열심히 헬스장을 다니며 살을 몇 킬로씩 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방심하고 헬스장을 소홀히 하다 보니 오히려 요요 현상으로 몸무게가 전보다 더 늘어나기를 반복했다.

한번은 헬스장에서 홍보를 위한 비포&에프터 모델을 하는 조건으로 무료 PT도 받았다. 당시 한 달 동안 9킬로를 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됐다는 생각에 또 운동을 중단했더니 몸무게가 이전으로 되돌아왔다.

 헬스장 외에도 다이어트를 위해 필라테스, 무예타이, 탁구, 배드민턴, 풋살, 등산 같은 다양한 운동을 했다. 또 실제로 몇 킬로씩 살을 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꾸준히 하지 않고 두세 달 만에 운동을 관뒀던 것이다. 그렇게 15년 동안 살이 찌고, 운동을 하고, 살을 빼고, 다시 먹고, 그래서 요요 현상으로 살이 더 찌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왔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최대 몸무게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운동하고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으면 살이 빠지는 지를 잘 알고 있다. 그동안의 노하우와 지식도 충분하다. 다만 실행할 의지가 부족했다. 살이 빠지는 과정이 힘들고 괴롭다는 사실을 반복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도할 만큼 시도했고, 방법과 노하우도 모두 써 봤지만, 어차피 요요가 와서 소용없어진다는 생각에 자포자기했다. 특히 약의 부작용으로 식탐이 많아져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약을 끊지 않는 이상 비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운명론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이 사라졌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몸매와 이런 얼굴로 위축되는 것도 싫었다. 이렇게 변한 내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살을 다시 빼야 한다는 자극을 받았다. 이젠 살을 빼기 위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과거에는 한 달, 두 달 짧은 기간 동안 빨리 살을 빼서 멋진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한두 달 만에 5킬로씩 10킬로씩 빼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몹쓸 병에 걸리거나 먹은 음식을 계속 토해내도 살은 저절로 빠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마른 몸매를 갖더라도 꼭 건강하다고는 볼 수가 없다. 오히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일하고 휴식하다보면 내 몸은 저절로 건강해질 것이다. 몸무게도 내게 딱 맞는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시작했다. 아침 7시, 8시에 일어나 집 근처에 있는 개천을 한 시간씩 걷는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사무실에 출근한다. 사무실에서 바나나 혹은 요거트에 견과류로 아침 식사를 한다. 점심도 영양사가 정한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식단으로 구성된 구청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그 사이 탄산음료, 빵, 초콜릿 같은 음식은 되도록 피한다.

그리고 저녁은 다소 양이 적은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은 뒤 곧바로 헬스장에 간다. 저녁 7시 30분이면 강사가 무료로 가르쳐 주는 집단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얼음이 들어간 석류 홍초를 마시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건강하게 느껴진다. 기분 좋게 이른 잠에 들면 하루 일과를 보람차게 보낸 것 같다.

이렇게 운동을 해도 몸무게 감량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한두 달 만에 승부를 볼 생각은 없다. 1년, 2년 꾸준히 운동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보면 남들처럼 좋은 몸매와 외모를 가진 나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10년, 20년 계속 운동과 좋은 식습관을 하다보면 몸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 건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건강한 삶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누리고 있다.

 

- '바울의 가시' 작가 겸 옥탑방 프로덕션 대표 이관형의 일기

otb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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