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일기장] 여덟 번째 페이지. 처음 언론 인터뷰하던 날
[옥탑방 일기장] 여덟 번째 페이지. 처음 언론 인터뷰하던 날
  • 이관형 기자
  • 승인 2018.11.08 02: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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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일기
옥탑방 일기

기록 시점 : 함정에 빠진 실패가 기회로 이어지는 날.

마음 날씨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기사에는 기사로.

 

바울의 가시 책을 낸 뒤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감동적이었다”,”응원합니다“라는 짧은 문자메시지부터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한 장문의 글을 보내온 사람들도 있었다. 또 조현병 딸을 둔 아버지나, 자신의 환자를 만나 달라는 젊은 정신과 의사분의 연락도 받았었다.

그날도 내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는 대개 광고나 스팸 전화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02’ 혹은 ‘070’이 아닌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뜰 때는 조금 긴장이 된다. 아마도 책과 관련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의 전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자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혹시 바울의 가시를 쓰신 이관형 작가님 맞으신가요? 저는 OOOO 방송사 OOO 작가입니다. 저희가 인터뷰를 요청드리고 싶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내 책이 많이 팔린 것은 아니라서 언론사에서까지 전화가 온 것에 조금 놀랐다. 방송사 작가는 조현병 관련된 범죄로 인해 편견과 오해가 많은 이 시점에서 책을 낸 작가로서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흔쾌히 응했다. 방송에 얼굴이 나가겠지만,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씻는다는 명분에 마음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약속된 날짜에 방송국 기자와 작가, 카메라 스텝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긴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현병이 어떻게 발병되었고 어떻게 극복 할 수 있었는지. 또 조현병으로 인해 차별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한적은 없는지, 나는 상세히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났다. 인터뷰를 마친 뒤 기자와 작가에게 바울의 가시 종이책을 선물하고 돌려보냈다. 방송이 어떻게 나올까? 기대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늦은 날짜에 인터뷰 한 방송 내용을 인터넷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방송의 구성 내용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구멍난 관리, 깊어지는 조현병 포비아’라는 기사 제목처럼 조현병 환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현병 포비아, 즉 조현병에 대한 공포감이 증가한다는 뜻처럼 보였다. 물론 ‘조현병 포비아’라는 단어를 이 방송을 통해 처음 알았다. 자막으로 나온 기사 타이틀도 ‘구멍난 관리, 연이은 조현병 범죄’였다. 내겐 조현병 환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범죄가 계속 일어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어서 나온 보도 내용은 시골에 사는 어느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다. 어머니조차 아들을 병원에 넣어달라 하는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이 조현병 환자는 폭행사건을 저질렀고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에게조차 위협을 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염려되는 것은 이 환자처럼 모든 조현병 환자들이 가족조차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결국 조현병 환자인 아들을 병원에서 빼냈기 때문에 이 어머니는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가족들은 조현병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켜야 하며, 병원에서 퇴원시킬 경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시청자들에게 심어 줄 수 있었다.

방송사에서 근거자료로 내세운 이 통계자료는 한가지 사실을 놓치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전체 환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한 정신질환 진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35만명 수준이던 정신질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 280만명으로 증가했다. 2013년 대비 18.9%가 증가한 수치다.

정신질환자 인구 수가 증가하는 만큼 범죄 수가 늘어나는 것은 통계적으로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인구 수가 늘어나면 모든 분야의 절대값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단순히 범죄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자료만 내세우는 것은 언론사로서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근거를 뒷받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도 아쉬웠던 것 인터뷰 내용에 대한 자막이다. 인터뷰 당시, "난 성공을 이루기 위해 살아 왔지만, 이제는 평범한 삶 가운데서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내용을 말했다. 하지만 자막처럼 조현병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동경하고 있는 것처럼 편집되었다. 마치 현재 나를 비롯한 조현병 환자들의 삶이 다른 사람들의 평균보다 못한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조현병의 아픔을 극복하여 다른 사람들이 평범한 삶 가운데 누리지 못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방송 시청자들은 조현병 환자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임을 알 수 있었다.

방송사에서 이 기사를 통해 조현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씻으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구성을 잘못 짰거나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처음의 선한 의도와는 다르게 기사 방향이 흘러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 방송 기사의 댓글에서 볼 수 있듯이 오해와 편견을 씻기는 커녕 더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모든 조현병 환자들을 똑같은 취급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모든 언론사를 똑같이 치부해서도 안된다. 나 역시 다양한 언론사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훌륭한 언론사와 언론인들을 봐왔다. 세상의 불의와 범죄에 맞서 취재를 하다 목숨마저 잃은 고인이 세운 언론사에서도 일했고, 지금도 재정난과 위협에 시달리며 사명감으로 펜을 붙드는 언론인들도 수없이 많이 만나봤다.

그나마 희망을 보게 된 것도 최근 한 젊은 인터넷 신문 기자의 메일이었다. 비록 메일을 통한 서면 인터뷰이긴 했지만, 기자는 최대한 예의있고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나의 입장과 발언을 존중해 주었고 사실 확인에도 심혈을 기울어 줬다.

나중에 <'감추고 살아가는 이웃들..'부적응자 양산하는 편견'>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사회적 편견과 잘못된 오해에 대해 다루었다. 또한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제도적 장치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나의 인터뷰 발언도 수정이나 편집 없이 그대로 실어 주어 감사한 마음이 컸다.

비록 한 종편 언론사로 인해 나의 입장이 왜곡되고, 편견와 오해를 쌓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오히려 감사하다. 내가 직접 당하고 겪어보니 사명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마인드 포스트라는 언론사에 글을 기고하며 종편의 기사를 비판하는 것도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마음을 갖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언젠가 바울의 가시 개정판이 나온다면 지금의 내용을 추가로 넣어서 더 와닿고 풍성한 내용의 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첫 언론사와의 인터뷰는 내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계기이자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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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 2018-11-08 16:56:14
그 종편 방송사가 어딘지 대충 감이 잡히긴 하는데 하여튼 한심하네요. 자칭 언론사라는 것이...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에 항의글 올려야겠습니다.
언론의 사명을 망각하고 선정적인 보도로 시청률을 높이려는 얄팍한 수작이네요. 저 방송사가 그런 짓 전에도 많이 했죠. 방송사 보도본부에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지 전부터 봐 왔는데 생각이 이상하게 비뚤어진 사람들 아닌가 싶습니다. 마인드포스트에서도 적극적으로 반박기사 써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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