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호의 풍경] 아프지 마라
[권기호의 풍경] 아프지 마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1.11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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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 일으키며 인천으로 가는 전철

2만 볼트의 삶을 거쳐온 그대가 제물포역에서 하차하고 있다

여긴 어딜까, 내가 잘 안착한 것일까

마음 둘 곳 없어 외로울 때

한때나마 그대를 사랑했다는 것이 죄의식이 될 때

역시 2만 볼트의 삶을 건너온 이가 그대의 손을 잡는다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라

미안해요, 세상을 온전히 다 아파하지 못해서

당신에게 오지 못했어요

모서리에 부딪혀 환하게 불 밝히는 노을

다시 누군가 2만 볼트의 생을 여민 채

인천행 열차에 올라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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