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회 “대리처방 자격 가족 이외 폭넓게 인정해야”
정신과의사회 “대리처방 자격 가족 이외 폭넓게 인정해야”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11.12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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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사 확인 얻으면 보호자 인정 가능해야
의료법 개정안에 ‘정신질환’ 포함 요구
‘자타해 위험의 경우, 치료 거부 등’ 추가해야
보호자로만 한정할 경우 치료에 지장 발생
멘토와 친구도 대리처방 권한 갖도록
처방전 대리처방 (c) 프로젝트 로우킥
처방전 대리처방 (c) 프로젝트 로우킥

국회가 환자의 가족이 처방전을 대리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정신질환’도 포함해야 한다는 정신의료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신체가 건강하고 거동에 문제가 없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병원에도 방문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을 앓은 환자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9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대리처방의 요건 및 처방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환자의 직계존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비속, 형제, 자매 또는 노인의료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환자를 대신해 처방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리처방 요건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환자의 거동이 불편하거나 장기간 동일 처방일 경우 ▲의사 등이 환자와 의약품의 안정성을 인정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처벌 규정도 신설돼 의사가 대리처방의 교부 요건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했다. 또 보호자가 대리처방의 수령 요건을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처방전 발급 방법과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이에 대해 정신의료계는 개정안의 수정,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대리처방 가능 사유로 ‘정신질환으로 자·타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거나 병식 결여로 치료를 거부해 본인 혹은 가족 등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를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신체가 건강하고 거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결국 병원에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정신건강 문제가 많다”며 “일례로 은둔형 외톨이는 대개 병식이 없을 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의지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병원을 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이한 사고나 간헐적 공격성을 불규칙하게 보이는 특성 정신질환은 병식이 없고 심지어 투약을 완강히 거부해 결국 보호자는 병원을 가자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가중되는 고통을 겪는다는 게 의사회 설명이다.

정신과의사회는 이어 “최근 보도된 강력범죄 중 정신질환이 관련된 경우 대리처방이라는 부득이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적절한 약물치료를 가능케 한다면 범죄에 따른 희생과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증정신질환자들의 경우 일부는 공격성이 강해 약 먹는 것을 거부하며 소동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이 약물 대리 처방을 해주어야 하지만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센터 직원은 해당 정신질환자나 직계가족과 함께 가서 약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인력 부족으로 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에 따라 대리처방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게 의사회 요구사항이다.

정신과의사회는 또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는 인력 범위의 확대를 요구했다.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리처방 대상을 보호자로만 한정하면 치료에 더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다.

정신과의사회는 “친구 혹은 멘토의 돌봄과 지지 속에서 인격이 잘 보존되고 증상도 호전되는 경우를 임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환자 및 국민 정신건강 측면에서 다소의 (대리처방 범위) 여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65세 이상 인구 중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의 비율이 2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노령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대리처방의 주체를 보호자 범주로 한정하고 처벌 조항을 둔 것은 국민정신건강뿐 아니라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신과의사회는 “대리처방이 가능한 주체로 ‘다만 정신질환의 경우 환자가 지정한 사람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함께 방문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확인을 득한 경우는 보호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규정도 추가로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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