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케어 사업의 핵심은 복지보다 의료 쪽이 돼야”
“커뮤니티케어 사업의 핵심은 복지보다 의료 쪽이 돼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1.15 00:5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뮤니티케어는 비용 절감의 시선으로 접근해서는 안 돼
복지전달체계 강화되는 반면 의료쪽은 약화될 것
공공적 서비스관리체계 만들어 민간 참여 확대해야
지역 보건진료소 인력 확충하고 강화해야
지역 주민의 공동체의식 회복이 이 사업의 관건
지역 밀착형 의료서비스 포괄적으로 제공해야

커뮤니티케어의 조직과 인력 운영 방안을 들여다보는 ‘커뮤니티케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1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연구를 시작했던 1995년부터 핵심 연구 주제는 보건과 복지의 연계 협력이었으며 이는 핵심 대상인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서는 필수적 과제였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보건과 복지의 연계를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교수가 지역복지 계획에 보건복지 연계 부분을 넣어달라고 담당자들에게 요구하자 이들은 보건복지 계획에 보건소 지역보건의료 계획을 그대로 집어넣었다고 했다. 보건과 복지의 협업에 대해 그만큼 무지했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커뮤니티케어는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이미 서구에서 1990년에 등장했고 한국의 경우 지역사회 보건을 전공한 사람이 있었고 지역사회 복지를 전공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미 학문적으로 기본 틀이 잡혀져 있었지만 이의 협업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현재에도 복지와 보건의 협업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교수는 서울의 ‘찾동(찾아가는동사무소)사업’을 그 예로 들었다. 초기 찾동사업은 보건과 복지,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함께 가는 모형이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보건의료정책과와 사회정책과가 따로 모임을 만들어 운영되고 만다. 마지막 단계에서 협업하자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초기 협업이 강조되던 모습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커뮤니티케어가 의료비를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의 2016년 연구결과를 검토해보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 부분도 있지만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우리가 의료적 접근, 비용 절감이라는 접근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프라가 선도적으로 구축되지 않으면 지금의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도 제자리를 맴도는 사업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방문 진료를 위한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의 개정을 주장했다. 이어 정책을 분권화시키고 각 지자체별 특성에 맞는 사업 추진, 지역사회 내 충분한 서비스 제공 기관의 확보 등을 들었다.

시범사업을 통해 복지전달체계는 강화되겠지만 보건의료 쪽은 약화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전망이다.

“읍면동 사무소에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있을 경우 간호사는 그 자신이 서비스가 된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서비스를 갖고 있지 않다. 서비스가 강화되려면 서비스를 갖고 있는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이 교수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 게 삶의 질이지 집에 있는 게 커뮤니티케어의 질은 아니”라며 “결국 간호 인력과 의료와 관련된 의료 쪽이 사업의 핵심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권을 말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삶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년 동안 연구를 하면서 공공적 의료 전달체계의 단점을 파악했고 결국 민간과 함께 하는 협업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민간에 모든 걸 맡겼을 경우 서비스가 엉킬 수가 있으니 좀 더 공공적 성격을 갖는 서비스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해결책으로 사회서비스관리공단을 만들고 인구 20만 단위로 부서를 만들어 서비스를 관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 안에 민간을 참여시키는 방법을 넓혀야 한다.”

이 교수는 지역사회 케어 모형의 하나로 텔레케어상담실 운영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자신이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아버지가 고맙다고 말한 게 중학교 2학년 때 사다준 등긁게 효자손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인과 장애인이 원하는 케어란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소소한 것에 있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소하지만 어르신의 안부를 전화로 묻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지자체별로 독거노인관리사 직업이 생겨서 매주 2회씩 독거노인에게 전화를 거는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은 사업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국에 1904개의 보건진료소가 있다. 5~10개 마을을 단위로 간호사 한 명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공간에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가 들어갈 경우 농어촌 지역사회에서의 커뮤니티케어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커뮤니티의 공동체 의식의 회복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네에서 어르신의 건강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대상이 가족과 이웃이다. 과거 보건 분야에서는 이를 마을건강원이라고 해서 사업을 했었다. 마을별로 책임지고 보건소로 연결해주는 역할이었다. 이 공동체 의식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어떻게 참여시켜야 할까?

그는 “2017년 희망마을만들기사업을 몇 군데 시범적으로 해 봤는데 쉽지는 않았다”며 “고민이 필요하지만 핵심은 주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커뮤니티케어는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커뮤니티케어가 지역사회에서 가능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수용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수용성과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현재의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부회장은 “큐어(cure·치료)는 병이 진단된 상태에서 들어가지만 케어(care·돌봄)은 병이 진단되기 전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 케어의 중대 축으로 보건의료서비스, 사회서비스, 자립생활지원이라고 분석했다. 커뮤니티케어를 시작하는 서비스 주체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국가가 정립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가 돌봄의 주체가 누구인지 고민해야 한다. 시골에 있는 노인을 서울에 있는 자녀들이 돌볼 수 있을까. 노인이나 장애인을 가족들이 돌보는 게 좋지만 실질적으로 힘들다. 재가 여건들이 좋지 않을 경우 시설 케어보다 질이 많이 떨어진다. 시골의 냉난방 안 되는 곳에서 힘든 몸을 이끌고 밥을 해 먹어야 하는 분들한테 요양원보다 여기가 낫다고 말할 수 없다.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충분한 사회적 서비스가 동반돼야 한다.”

그는 “장기요양서비스, 재가서비스를 받는 분들의 불만이 의료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약 타러 가거나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기 힘든 구조로는 다른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돼야 하는데 시골의 경우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좌 부회장은 충북 지역의 읍 단위에 개원을 했을 때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처럼 의사 몇 명, 간호사 몇 명 등 인력 구조를 갖추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는 “일차적으로 환자가 의료서비스에 접촉하고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며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은 의료서비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차 의료 기능이 취약하기 때문에 의료전달서비스체계가 부실하고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보조 인력 구인난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골과 도서 지역 등 커뮤니티케어가 가장 필요한 지역일수록 의료인력 수급이 그만큼 힘들다. 대도시의 경우 커뮤니티케어가 성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지만 시골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좌 부회장은 “바람직한 커뮤니티케어 도입이란 일차 의료기관을 살리면서 접근성이 좋은 지역밀착형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이고 포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왕진 등 재활서비스보다는 일차 의료기관 내원 서비스를 통해 질과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도시와 시골의 의료 인프라 격차, 지방의 고질적 의료인력 구인난을 감안해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장기요양 재정을 확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한결 2018-11-19 09:34:59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