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해도 개운찮은 느낌, 정신질환 '강박증'
확인해도 개운찮은 느낌, 정신질환 '강박증'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11.16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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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씻어도, 잘 챙겨 넣어도.... 강박증의 시작
강박 벗어나기 위한 나만의 치료법 찾아야

“확인을 안하면 불안해서 살 수 없다. 하루에 가스불을 잠궜는지 아침에 3번 이상 확인해야 출근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 가스가 폭발할까봐 불안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깃불은 껐는지 내가 변기물은 내렸는지 손은 씼었는지 몇 번을 확인했다. 손에서 비누 냄새가 안 나면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딱 한 번의 확인으로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거금을 내서라도 이 강박증을 해결하고 싶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 손은탁(28)씨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강박증에 눌려 지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확하고 깨끗이, 신속하고 바르게, 마치 옷의 칼주름을 잡듯 우리의 일상생활을 컴퓨터처럼 초기화하며 지내는 것은 일상이 됐다.

직장에서 행동 하나, 혹은 서류상의 오점이 있으면 결격 사유가 되듯이 이러한 강박증도 인생의 불안한 일부가 된 것이다.

강박증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특정 생각이나 충동, 이미지 등이 갑작스럽게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한가지 행동에만 집착하고 비정상적으로 몰두하는 것을 말한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완벽주의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강박증은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그 생각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는 점에서 완벽한 차이가 있다”며 “정도가 심하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수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될 질환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불안에 압도되도록 만드는 생각을 강박사고, 불안을 없애기 위해 하는 특정한 행동을 강박행동이라고 한다. 강박사고가 일으킨 불안을 강박행동이 감소시켜주는 것이다. 강박장애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인지적 입장에서 보면 우연히 떠오른 불쾌한 생각에 대해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고 이 사고를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오히려 더 자주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강박장애로 발전한다.

“충격적인 영상을 보고나면 거기에 대해 공포감을 느낀다. 그러다 며칠 후 잊어버리면 비슷한 공간에서 그 영상이 생각난다. 그리고 한 번씩 잘 때 그 영상 장면이 생각나 불안한 생각이 엄습한다. 똑같은 생각을 다른 영상으로 만들어 부정하면 잊어버리는 효과가 나는데 한번씩 잠들 때 생각나는 영상은 날 피곤하게 만들며 거기에 반대된 영상을 생각해 부정하게 되면 기분 나쁜 감정이 사라진다. 이것이 뇌기능의 역할인가. 불안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대학생 김민희(22.여)씨는 요즘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본 뒤 그 충격적인 영상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잠들기 전 그 영상의 반대되는 장면을 몇 번이고 생각해냄으로써 나름대로 해소하고 있다. 이것이 뇌기능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궁금한 것이다.

생물학적 입장에서 보면 뇌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기능이상이 강박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눈 바로 위쪽에 있는 뇌인 안와전두엽에서 뇌의 깊은 부분인 기저핵으로 이어지는 뇌 신경회로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신경회로의 손상으로 부적절한 자극에 집착하게 만듦으로써 강박증상이 지속된다. 뇌의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인 세르토닌 시스템과도 연관이 있다. 임상약물 실험상 세르토닌 시스템에 작용하는 약물들은 강박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전문성을 요구하는 강박증상 이상 기능에 정신건강 전문의와 상담을 한 뒤 적절한 약 처방을 받는 것도 치료의 방법이며 완치의 조건이다.

강박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강박증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깊은 의지가 필요하다. ‘몇 번을 확인하면 해결되겠지?’, ‘몇번을 씻고 나면 해결되겠지?’하고 넘어갈 수는 있겠으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위험스런 강박증을 질환으로 여겨 전문의와 약물처방으로 적극 대처하는 것이 좋다.

강박증상은 사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더 큰 병을 키워 앞으로의 생활에 사리분별 못하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초기에 강박증을 잡아 건강한 정신건강을 유지해 정상적인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좀 더 여유를 찾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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