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전환에 보건과 복지서비스 통합적 지원 필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전환에 보건과 복지서비스 통합적 지원 필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1.19 2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 일상의 삶을 살다’ 토론회 개최
정신건강복지센터 제 기능하는 데 한계 직면
국가가 독립된 당사자 단체를 지원해야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 활동이 회복의 중요 지점
의료시스템 중심에서 지역사회 서비스로 전환해야
정신요양시설의 지역화 및 소규모화 고민해야
강제입원 비율 낮아졌지만 실제 퇴원자 수는 변화 없어
정신장애인 ‘치료와 입원’에서 자유권은 필수 조건
미국의 집중지역사회치료(ACT) 도입해야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인권 토론회 ‘장애인, 일상의 삶을 살다’가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신석철 정신장애동료공동체 대표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정신장애인의 재활, 사회복귀, 지역사회에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얼마나 노력을 했으며 그 역할을 적절하게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지만 병상 수 감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이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제 기능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당사자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사자 단체의 지원은 당사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설계하고 제공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신건강복지법 제78조가 당사자 단체 권익 옹호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행 주체인 지자체가 시행령, 시행규칙의 미비를 근거로 이의 비용을 보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탈원화 및 탈시설화를 목적으로 정신건강복지법을 만들었다면 제78조에 근거에 자립생활지원이라는 항목을 추가하고 당사자 단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 동료들을 위한 동료지원가가 정신장애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직종”이라며 “유사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다른 직정과 달리 정신장애의 특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이길성 씨는 임대주택과 임대아파트의 거주와 자격 조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은 미혼인 경우가 많고 결혼 적령기를 놓치고 가족들의 반대로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동거인이 많은 순서로 가산점을 주는 현재 제도에서는 정신장애인은 50살이 넘어서야 간신히 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시스템 중심으로 돼 있는 것들이 지역에서의 삶을 위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만 병원과 요양원에서 나올 수 있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선미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위탁운영의 문제, 불충분한 재정 지원, 중증정신질환 사례관리 역량 저하, 정신보건 네트워크 구축 실패 등으로 정신보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주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강제입소 비율이 높은 정신요양시설의 장기입소자에 대해 우선적 관심을 갖고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요양시설과 관련한 문제는 기존 시설 운영자와 타협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며 “요양시설의 지역화 및 소규모화와 관련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커뮤니티케어의 추진 방향이 단순한 서비스 확충이 아니라 인권과 삶의 질 향상을 가치의 기반을 두고 있고 탈시설과 지역사회 전환 정착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 및 요양, 재활 및 자립의 서비스 선택권을 기존 요양시설에서 지역사회 재가서비스까지 확대하고 낮은 사회적 입원과 회전문현상을 줄이고 지역사회 중심의 보호 및 재활이 필요하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지역사회 서비스 제공 방식도 공급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홍 교수는 “주거와 고용, 교육 등 지역사회 생활 기반의 영역은 복지담당 부서나 복지 인프라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커뮤니케어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부처간, 실국간 전담팀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사회 인프라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선택에 따라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의 일상 생활이 지역사회 내의 지역주민으로서의 삶의 방식으로 통합되도록 사회정책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승연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 통합과 자립을 위해서는 정신장애인의 빈곤, 계급 등 사회적 배제와 관련이 있는 복지 서비스 및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어 정신장애인의 권익옹호서비스라는 투 트랙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2018년 4월 통계를 보면 강제입원 비율이 37.1%로 감소했다. 2016년 강제입원률 61.6%에 비해 눈에 띄는 감소 결과다. 그러나 과연 실질적 변화가 있었을까.

송 복지사는 “비율은 변화했지만 2017년 4월 입원환자수는 6만6천958명에서 2018년 4월 6만6천5232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며 “비자의입원 상태로 있던 정신장애인은 자의입원, 동의입원 등으로 변화됐을 뿐 지역사회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역할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송 복지사에 따르면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올해 5월에 출범했다. 8월까지의 3개월 간 결과를 보면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총 심사건수 8천495건 중 환자 대면심사 비율은 16.5%(1천399건)이었으며 이중 퇴원 결정이 나온 비율은 전체의 1.4%(115건)에 불과하다.

송 복지사는 “정신장애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은 ‘치료 및 입원’으로 이는 자유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정신장애인의 완전한 권리회복을 위해서는 자유권의 복원이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입퇴원 과정의 절차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장치가 여전히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의 편에 서서 그의 얘기를 끌어내고 그를 심리적으로 지지하고 필요한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치료 과정의 주체로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치료 목적을 위해서나 인권침해의 방지를 위해서나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권익옹호서비스는 치료 목적의 입원이 필요한 당사자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당사자가 자신의 치료 과정에 ‘운전석’에 앉아 주체적으로 이끌어간다면 그 과정 자체가 치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은 미국의 정신보건정책의 핵심은 지역사회에서 삶을 유지하도록 국가가 최대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위원은 “미국은 정신장애인의 회복의 가치와 회복을 지향하는 정신건강서비스 정책과 서비스의 반영이 강조된다”며 “서비스 지원 과정에서 파트너십과 당사자가 참여하고 주도하는 지원전략계획 수립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원에 따르면 미국은 치료 영역에서 강제입원을 금지한 캘리포니아주의 1968년 랜터만법률 이후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삶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뉴욕주와 워싱턴주의 경우 입원 60일 이내에 당사자나 관계자들이 감독자에게 서면으로 강제입원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면 청문절차가 개시된다”며 “감독자는 즉시 지방법원으로 환자의 의료기록지를 보내고 법원은 자료 수령 5일 이내에 청문날짜를 정해 환자, 신청자, 감독관, 정신보건서비스 정부담당자에게 고지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자의 입원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퇴원을 명령하고 즉시 퇴원이 가능하게 된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는 집중지역사회치료(ACT)다. 집중지역사회치료는 24시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며 다학제팀으로 구성된 인력이 정신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사례관리 모델이다.

집중지역사회치료의 특징은 실무자가 정신병원에서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지역사회에서 개별화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무자는 사회복지사, 정신보건간호사, 약물전문가, 작업치료사, 정신과의사, 직업재활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김 정책위원은 “연구 결과 정신병원 이용 감소, 주거 안정성 증가, 증상 감소 및 정신장애인의 주관적 삶의 질 향상 등이 성과로 파악됐다”며 “집중지역사회치료 기법은 2008년 국내에서 도입했으나 다학제팀 구성과 지역사회와의 연계 미흡으로 정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정신보건 서비스뿐만 아니라 교육·직업·주거·법적 서비스 등의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미국 역시 집중지역사회치료를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의 치료와 구직활동, 신변관리, 일상능력 지원 등 통합적이고 개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김 정책위원은 “한국은 보건과 복지 전달체계가 정책적으로 분리돼 발전돼 왔다”며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정신질환자를 복지서비스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복지서비스의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지만 임의규정으로만 명시돼 실제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과 복지서비스의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며 공적 사정체계의 구축과 개인별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다학제적 협력을 통해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무엇보다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과 선택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