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정신병원에서 의료급여환자의 차별이 심한 걸까?
왜 유독 정신병원에서 의료급여환자의 차별이 심한 걸까?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1.23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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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원인? 혹은 자본주의 이익추구의 파생물?
박창범 교수, “건강보험과의 합리적 차별은 자연스러워”
건강보험·의료급여 의료급여비 두 배 차이…“차별 합리적”
의료급여환자 정액수가제로 질 낮은 의료서비스 불러와
제도적 모순에 대해 인권위가 침묵하고 있어

박창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논문 ‘정신병원에서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차별’을 23일 발표했다. 논문은 정신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급여 환자 차별 발생의 근본 원인을 지적하고 이와 관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비판을 담고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는 의료급여 환자에게만 온수와 식단, 환자복 등을 차별 제공한 정신병원에 대해 차별중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간 정신병원의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차별을 비난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의료급여 환자 차별이 유독 정신병원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현재 1차 진료기관·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은 환자가 내는 의료비의 정도에 따라 진료 및 처우에서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며 “상급 병실료를 부담하는 경우 보다 편안한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급여 환자와 건강보험 환자의 수가가 차이가 난다면 이들의 처우에서도 차이를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병원에 입원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환자 사이에 입원 급여비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이 급여비의 차이 정도에 따라 각 환자에게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식대가 차이가 나는 이상 건강보험 환자들에게 더 나은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다. 급여의 차이가 있는데도 급여에 따른 대우를 불법적 차별로 정의하고 규제한다면 민간 병원들은 차별 규제를 회피하고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의료급여 환자와 건강보험 환자 모두 진료의 하향평준화를 시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국가인권위가 의료급여 환자들의 기본 처우에 대해 차별중단 결정을 하고 강제 노동을 금지시킨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권위 결정문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인권위가 의료 서비스제공에서 입원료가 의료급여의 경우 차이가 없어 의료급여 환자의 처우를 달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입원료를 평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단지 입원료라는 포괄적 내용을 가지고 차별로 인정하는 근거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는 행위별수가제가 아닌 정액수가제로 어디까지 입원료이고 어디서부터 진료비와 약물비용인지 제시하기 어렵다. 입원료가 크다면 약제비와 검사비 등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해진다.

그는 “건강보험 환자들의 3~4인실 침대 사용과 의료급여 환자들의 6~9인실 온돌 사용은 정당한 차별인가? 건강보험 환자들과 의료급여 환자들의 급식의 양과 질적 차이는 합리적 차별인가?”라며 “이에 대해 인권위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낮은 정액수가제로 인한 치료 기회의 제한은 의료급여 환자의 치료 실패 및 장기입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기입원과 치료실패의 주원인으로 낮은 정액수가제로 인해 부작용이 심한 싼 약물은 처방하고 정신치료요법보다는 단순 면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인권위가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만 이런 치료를 제공하는 것인지 합리적 차별인지 여부에 대해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불원칙은 행위별수가제다. 이는 진료에 소요된 약제나 재료비를 별도로 산정하고 의료인이 제공한 행위마다 일정한 값을 정해 의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정신질환 및 투석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정액수가제를 적용하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근거 없이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도입됐다는 측면에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주장이 있다.

박 교수는 인권위가 이런 차별이 발생하게 된 제도적 문제와 정액수가제를 정신질환과 혈액투석 의료급여환자에게만 대해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 차별인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인권위가 결정문에서 이 같은 차별적 치료와 대우의 근본적 원인인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가 건강보험 환자의 진료비보다 유의하게 낮은 것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의료서비스에 대해 서로 다른 급여비 보상 문제로 이와 같은 차별적 대우가 발생한다”며 “인권위의 결정문에는 이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차별적 행동을 한 의료기관에만 문제가 있다고 했다”고 분석했다.

박창범 교수의 이번 논문은 한국의료법학회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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