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적 불안심리 자극…자극적 보도 자제해야”
“미디어가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적 불안심리 자극…자극적 보도 자제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1.29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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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라는 포괄적 표현 쓰지 말아야
정신질환에 대한 케어는 사회적 정의의 문제
커뮤니티케어 기본은 조현병의 사회적 낙인 없애는 것
사건기자들이 정신질환 사건사고 편견 더 만들어
정신질환 범죄 0.3%…미디어가 이를 외면·왜곡해
정신질환 관련 보도준칙 만들어져야

조현병 관련 사건사고 보도에서 미디어가 대중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성돼 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조현병과 커뮤니티케어’에서 발표를 맡은 이명수 대한조현병학회 홍보이사는 정신질환 사건사고 보도 경향에 대해 “기사 제목에 정신질환 명칭을 사용하고 정신질환의 객관적 정보 없이 단편적 보도에 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들이 정신질환의 판단 근거 및 관리 상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정신질환과 관련한 부정확한 정보에 기대고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전문가와의 자문이 부재하기 때문에 낙인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직한 보도 방향으로 “제목에서 정신질환명에 대한 언급을 쓰지 말고 ‘정신질환자’라는 포괄적 표현도 자제해야 한다”며 “진단명을 기재할 때 명확한 확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단순한 진단 유무가 아니라 어떻게 정신질환 관련 질병이 관리되고 있었는지를 포함해야 한다”며 “치료와 관리의 중요성, 낮은 범죄 연관성 등 정신질환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중 한겨레신문 기자는 “커뮤니티케어가 단순히 탈시설을 말하는 건지 공동체가 망가진 지역사회에서 환자들을 돌보겠다는 것인지 굉장히 (의미가) 다가오지 않는다”며 “정책자와 연구자들이 커뮤니티케어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되는 언어로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이나 한센병, 에이즈와 같이 사회적 낙인을 받는 질환에 대해 가장 손쉬운 해결책으로 이들을 사회의 시선에 보이지 않는 정책을 중심으로 대응해 왔다.

고령화와 노인 문제는 경제적 재정들을 ‘흔들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만 정신질환의 경우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하기 때문에 이는 사회적 정의와 민주주의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기자는 “조현병 관리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돌봄체계를 갖추고 주거서비스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일들”이라며 “가장 기본은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을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이 조현병을 바라보는 보도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신질환에 대해 차별을 받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정신질환에 대한 보도준칙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해 왔다”며 “안타깝게도 이 보도준칙이 기자들 사이에 공감대를 얻는 준칙으로 아직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디어 의학기자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부 사건기자들의 경찰 발표문이나 검증되지 않는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한 사건에 정신질환자로 낙인찍어 보도하는 경향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디어가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지적을 해야 한다”며 “잘못된 인식들을 교정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미디어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열 헤럴드경제 기자는 “의학 분야를 오래 취재한 기자들은 ‘조현병, 강력 범죄, 비극의 시작’ 등 자극적인 용어를 쓰지 않는다”며 “사회부에서 사건기자들이 정확한 팩트에 기반하지 않는 기사로 제목을 다니까 그런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최근의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을 거치면서 조현병과 관련한 국민청원이 줄을 이었고 국민 감정도 조현병에 대한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과연 조현병이 우리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질환인지 생각을 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2016년 법무연수원이 발표한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5년 한해 전체 범죄건수는 2백2만 여 건이었고 이중 정신질환자 범죄건수는 7천여 건 정도였다. 전체 범죄율의 0.03% 수준이다.

김 기자는 “이처럼 분명한 수치가 있지만 언론이 정신질환과 관련한 범죄를 많이 보도하니까 정신질환 범죄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조현병의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권역별 병상수를 제한하고 용어도 통합실조증으로 바꾸었다. 지바현의 경우 조현병 전문병원이 지역사회에 들어오는 데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이 병원은 일 년에 두 차례씩 병원에서 음악회를 열었고 실내공간도 카페처럼 꾸미는 등 ‘시민친화적’ 병원 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시민들의 거부감이 완화됐고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주사 지속률도 95.7%까지 올라갔다.

김 기자는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교수에 따르면 조현병이 범죄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며 “치료를 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는 전혀 위험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적 낙인이 더 위험하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는 “사회부 쪽 기사를 읽다보면 가장 이해가 안 갔던 게 해당 사건이 과연 조현병 때문인가라는 의문이 든다”며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른 게 팩트인데 그 앞에 조현병을 앓고 있는 등으로 써서 정신질환자들이 낙인과 차별 등 피해를 입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조 기자는 “정신장애인 범죄율이 0.3%에 불과하지만 이런 내용의 보도는 사실상 큰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정신질환자들이 사건사고를 일으켰고 범죄자가 됐다는 식으로 기사 프레임이 짜진다”고 말했다.

이어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해 이것을 지금 진행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가, 정부는 어디까지 커뮤니티케어를 보장해 줄 것인가가 걱정”이라며 “커뮤니티케어의 구체적인 안을 줘야 언론도 정신질환 보도와 관련한 미디어 개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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