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묻는다] 하태경 의원에게 묻는다. 당신은 ‘정신병원’을 아는가.
[우리는 묻는다] 하태경 의원에게 묻는다. 당신은 ‘정신병원’을 아는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2.03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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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수호대’는 정신병원에 보내야” 주장
사상의 자유와 정신병원 입원은 전체주의 발상
집단의 신념이 사회위협적이면 형법으로 처리
정신병원은 정치범수용소 아니야
사회적 약자인 정신장애인 희화화해…사과해야

백두수호대라는 조직이 지난달 21일 결성됐다고 한다. 정식 명칭은 ‘서울 남북정상회담 방해세력 제압 실천단 백두수호대’다. 결성 당시 이들은 “평화 통일을 가로막는 이들을 제압하고 분단적폐 세력을 쓸어내겠다. 새 시대의 반민특위 전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들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칼럼 연재를 실은 한 민간방송사로 찾아가 칼럼 게제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태 전 공사에게는 ‘민족의 반역자’,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메일도 보냈다.

이들은 최근에는 검은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미국과 자유한국당, 태영호 전 공사를 ‘통일 방해세력’으로 규정하고 규탄하는 시위도 벌였다.

위의 세력들은 ‘반민족 세력들’이며 “무르익어가는 통일 분위기에 훼방을 놓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백두수호대는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백두수호대는 정신병원으로"

우선 백두수호대라는 명칭을 듣고 나는 뭔가하고 한참을 인터넷을 검색해야 했다. 그리고 이들이 입은 정장, 검은 선글라스에서는 실소(失笑)를 하고 말았다. 이들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음지가 아닌 광장으로 나온 주체사상파 활동가들인가. 그들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니 그냥 추측을 해 볼 수밖에 없다.

대학 시절, 기자는 주체사상의 영향을 ‘받아야 했다’. 여기서 ‘받아야 했다’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어떤 이념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환경적 분위기, 즉 강압적으로 주어지는 이념에 수동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어떤 이들은 표지가 너덜너덜하고 구식인 김일성 저작선집을 읽기도 했고 항일무장투쟁을 필수적으로 읽어나가기도 했다. 우리와 이념이 다른 민중민주 계열에 대해서는 ‘적대심’을 갖도록 했다.

주체사상은 그 어떤 외적 억압에도 버려서는 안 되는 하나의 신념이어야 했다. 그래야 운동진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지금, 나는 실소하고 만다.

인간은 ‘사상의 자유’를 가진다. 이는 헌법적 가치다. 그런데 사상 중에 종북적 사유를 하게 되면 우리 사회가 용인한 금기를 넘어서게 된다. 그래서 여전히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이들이 있다면, 피해의식에 가까운 엄숙주의로 사회를 해석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한국의 시민사회에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널리 알리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나는 이들이 우리 사회를 바꾸거나 위협할 세력으로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시민사회는 그런 저차원의 사상을 삶의 가치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을 정도로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을 포용하는 일이다.

그들은 위협세력 안 돼...시민사회에 대한 믿음 가져야

그들의 사상 논쟁을 텔레비전에 방영해 함께 토론하고 이들 스스로 주체사상에 대한 비판을 자율적으로 시도해 사상적 오류를 발견하고 주체사상이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념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억압하면 피억압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위협한 것이라 생각하고 토론 대신 무장투쟁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자기들의 리그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옹호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86세대들이 젊은 시절 주체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이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시대적 격변기를 거치며 주체사상은 하나의 이념이었으며 이것이 우리 삶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실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어떤 이는 주체사상파였다고 고백했고 어떤 이는 주체사상을 받아들였는데 고백하지 않는다며 보수 사회가 이를 비판했다.

어쩌면 주체사상은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 사상은 누군가에는 의미가 없지만 어떤 이에게는 황금보다 소중한 내적 신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압할 필요는 없다. 시민사회가 논쟁과 토론을 통해 이를 수정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런데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하태경 의원의 ‘정신병원’ 발언이다.

도대체 하 의원은 정신병원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저 백두수호대는 주체사상과 같은 어떤 사상을 신봉하는 조직인데 이들이 정신이 아파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것과 어떤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는 것인가.

소비에트 전체주의 사회에서 지식인들은 권력에 의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제거된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는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 정신병원은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비이성이 잔류해야 하는 억압적 공간이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사유마저 왜곡해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사상의 자유를 가진 이들에게 정신병원에 보내라는 건 어쩌면 하 의원이야말로 소비에트의 반체제 분자를 ‘정신병자’로 분류해 가둬버리는 유형과 동일한 억압의 사유는 아닐까.

정신병원은 억압의 공간...정치범수용소 아냐

백두수호대는 하 의원이 말한 것처럼 ‘환자’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시민적 존재이다. 이들에게 ‘정신병자’ 프레임을 심어 정신병원으로 긴급 호송해야 할 존재로 규정한다면 하 의원이 말하는 정신병원은 곧 정치범수용소가 돼야 할 것이다.

하 의원은 언젠가 자신의 젊은 날, 주체사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 당시 잔혹한 80년대에 전대협을 이끌었던 지도세력들이 모두 주체사상에 영향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이 그렇게 ‘고백’하고 자유민주주의라는 한국의 정치적 명제를 받아들이게 됐다는 건 전향을 의미한다. 사상을 자유를 갖고 있지만 인간은 언제든 그 사상의 오류를 발견하고 전향할 수 있다. 사상을 끝까지 지킨 이들만 위대한 것은 아니다. 사상의 한계를 발견하고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들도 우리는 존중해야 한다. 물론 주체사상에서는 이 같은 사상의 변경은 ‘배신자’ 프레임이 씌어지지만 말이다.

하 의원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정신병원은 정신질환자들의 치유의 공간인가, 아니면 정치범 수용소인가. 저 백두수호대를 향해 “길거리에서 확성기 같은 걸 들고 혼자서만 알아듣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정신질환자들인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는데 당신에게 정신질환자들은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반사회적 집단으로 비치는가.

또 “종북치료 전문 정신병원을 설립하면 박수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사상의 자유를 가지는 것과 종북치료 정신병원을 만드는 것은 어떤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는 것인가.

아니, 당신은 정신장애에 대해, 정신병원이 가지는 일상적 폭력의 구조에 대해 알기는 하는 것일까.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물론 당신은 그런 병에 걸릴 이유는 없었을 테지만- 사회적으로 위협을 준다고 추정되는 특정인구집단을 정신병원으로 보내 버려야 한다는 감금과 배제의 이데올로기에서 당신은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c)허핑턴포스트
인간은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c)허핑턴포스트

여태까지 정신장애인들은 이 같은 정신병원의 작동 패러다임 안에서 신체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당했고 그 안에서 작동되는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왔던 존재들이다. 그런 정신병원의 억압적 규율성을 무시한 채 어쩌면 ‘사상범’인 그들을 정신병원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발언은 결국 파시즘적 사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묻고 싶다.

정신병원 담론은 배제와 감금의 이데올로기

당신은 “환자들이 가야할 곳은 병원”이라고 했다. 인정한다. 환자는 병원에 가야 한다. 그런데 정신병원에 가는 정신과 환자들은 아파서 가는 것도 있지만 사회가 용납하지 못하는 비이성이기 때문에, 즉 잠재적 위험세력이기 때문에 정신병원으로 끌려가야 하는 것이다.

2018년 12월 현재 약 8만 명의 사람들이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갇혀 있다. 이들은 당신이 말하는 ‘사상적(思想的)’ 문제 때문에 아니라 ‘정신적’ 아픔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 있는 것이다.

하 의원, 당신이 사상을 고치기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시선이라면 당신은 정신병원을 정치범 수용소로 인식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당신의 그 시선은 인종적 우월성을 전면에 내걸었던 전체주의의 시선인 것이다.

저 실소를 자아내는 ‘백두수호대’는 우리 사회가 거부감을 가지는 특정한 사상의 자유를 가진 것일 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사회적 위협세력이라면 형법으로 다루면 될 것이다. 거기에 정신병원을 대입시키기 말기 바란다.

그러므로 하 의원은 사과하라. 정신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희화화시킨 것에 대해 사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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