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권철, “정신장애법이라는 새 영역 만들어 이성적 인간들에게 고민 던져줄 겁니다”
신권철, “정신장애법이라는 새 영역 만들어 이성적 인간들에게 고민 던져줄 겁니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2.05 0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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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강제입원은 역사적으로 치안적 성격 가져
법적 지위 아닌 유동적 존재로 봐야 낙인 줄어들 것
폭력에 저항하는 게 이성에 저항하는 것
정신병원 폐지는 또 다른 방향의 사회적 문제 불러올 수 있어
커뮤니티 케어는 대상자의 자발성이 꺾여서는 안 돼
정신병원 증가는 민간의료의 성장과 국가 정책 맞아 떨어진 결과
법은 현실을 인간화시킬 수 있는 도구 가능해
강제호송 국가 통제 하에 두면 입원환경도 변할 것
수가보다는 의료진의 인간적 행위에 가치를 둬야
노동은 인간에 대한 배려를 배우게 하는 행위
외래치료명령제는 환자의 자유 침해 적어 순기능 할 것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2008년 인신보호법이 처음 도입됐다. 그때 그는 대구지법 경주지원 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해 겨울 인신보호재판을 처음 맡게 됐다. 대상자는 젊은 조현병 남성 환자였다. 어머니에 의해 강제입원돼 있던 상황이었다. 판결을 앞 둔 그에게 조현병 환자의 어머니가 편지를 보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퇴원시키면 네가 데리고 살아라.’

그는 환자와 가족이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하도록 두 달 뒤 퇴원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다. 인신보호법이 도입되고 환자의 퇴원을 명한 건 전국적으로 그가 세 번째 사례였다. 첫 번째는 강제입원된 의사가, 두 번째는 약사가 그렇게 인신보호법에 의해 구제됐다. 그 당시 인신보호법 도입 1년 동안 한 사람도 퇴원시키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었던 법원 분위기에서 나온 성과였다.

그는 이후 강제입원에 대한 공부를 독자적으로 해 나가기 시작했다.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는 판사로 임용돼 일하면서도 정신장애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의 박사 논문도 ‘정신질환자의 법적 지위’였다. 석박사 모두 노동법을 전공했는데 박사 과정에서 우연히 맡은 과제의 하나가 정신보건법이었다. '정신질환'은 그에게 하나의 화두가 됐다.

결국 그는 노동법 속에 포함된 사회보장법 등을 공부하다가 사회법으로 논문 주제를 잡았다. 박사 과정을 끝낸 후에도 그는 여전히 판사였다. 그리고 2010년, 우연히 교수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학문의 길로 다시 들어섰다. 판사 생활 8년 뒤에 학문적 길로 들어선 것이다. 최근에는 ‘정신건강복지법 해설(입원편)’이라는 870페이지 분량의 책도 상재했다.

인간은 권력을 추구한다. 법적이고 계급적 지위를 가진 판사는 그 욕망의 정점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권력을 떠났고 권력과 관계 없는 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기자는 그 내면의 결단이 궁금했다. 미셀 푸코처럼 비이성의 '효용성'을 탐구하는 그의 연구 세계도 알고 싶었다.

신권철(47) 서울시립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를 찾아 간 날은 부쩍 한파가 밀려온다는 4일이었다. 교수 연구실을 찾아간 기자에게 그가 따뜻한 녹차를 내놓았다.

신권철 교수 (c)마인드포스트
신권철 교수 (c)마인드포스트

-정신건강복지법 해설판을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2008년부터 10년 정도 공부를 해 오면서 어느 순간 이렇게 말로 얘기를 하는 것으로는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글로 쓰면 나 스스로 그 글을 인용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걸 근거로 얘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인 저를 무시할 수 있지만 책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웃음). 그래서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오랜 시간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써왔던 겁니다.”

-저서를 보니 노동, 정신질환, 성년후견이라는 세 코드로 읽히더군요. 교수님의 학문 세계에서 이 세 가지는 어떤 상호작용을 합니까.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 전공은 노동법이었고 박사 과정에서도 노동법으로 시작했습니다. 노동법에는 사회보장법과 복지 분야도 배웠죠. 노동법에서 사회법으로 전환했는데 지도교수님이 이를 허용해 주셔서 논문을 쓸 수 있게 됐어요.”

-구 정신보건법이 치안법(治安法)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 정신건강복지법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습니까.

“모든 강제입원은 치안적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겁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아닌 척’ 하면 안 됩니다. ‘이게 치료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치안적 부분이 치료로 바뀌는 것도 아니죠. 때문에 치안이 아닌 척 하면서, 치료인 척 하면서 생긴 문제들도 있는 겁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여전히 치안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자·타의 위험에서 타해의 위험이라고 하는 요소들은 다 치안의 문제입니다. 경찰이 개입해 들어오고 국가가 개입해 들어오는 이유는 치안적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치안법을 지향하는 게 아닙니다. 치안법으로 바라봤을 때 국가의 권한 남용은 법의 방식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뭘 하지 말아라 등의 방식으로요. 치료도 인간화돼야 하지만 치안적으로 접근해 오는 것들도 인간화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회적 낙인이 된 정신질환을 장애의 측면에서 볼 수 있도록 정신장애인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정신질환자라는 표현을 쓸 때는 범죄와 연결시켜져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이라고 할 때는 인권이나 복지 측면과 연결을 시켜놓고 있습니다. 물론 법을 바꿔서 다른 명칭으로 만들어도 똑같은 낙인들이 부여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낙인화시키지 않는 기술적인 방법으로 법적 지위가 아니라 유동화(流動化)해서 움직이는 형태들처럼 접근해 가야 사람 자체를 낙인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는 거죠. 어느 순간에만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으로 인식돼야 낙인을 덜 받게 되는 부분이 있을 거 같아서였습니다.”

-정신장애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이성의 복원이 아니라 이성을 극복하는 주체의 복원이라고 했습니다. 이성의 세계에서 이성을 극복한다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세상이 이성적으로만 작동하는 건 아니죠. 이 모든 폭력도 이성이 만든 것일 수도 있죠. 이성에 저항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폭력에 저항하는 게 이성에 저항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세계가 작동하는 데 이성이 개입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성이 못 개입하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바로 비이성의 공간입니다.”

-그럼 정신장애는 건드리지 못한다는 건가요.

“합리적 이성이라고 하는 법을 멈추게 하고 다른 공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힘들이 거기(비이성의 공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c)마인드포스트
신권철 교수 (c)마인드포스트

-강제입원의 전면적 폐지는 가능할까요.

“역사적으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감금들이 유지돼 온 것 같습니다. 다만 방식만 바뀌었죠. 옛날에는 가족이 이 일을 다 처리했고 (이후) 국가가 처리하기 시작한 거죠. 우리는 이제 시작했고 서구는 200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서구에서는 이 시스템을 인정하면서 또 인간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더 인간화되고 절차를 잘 지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상황들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수도 있겠죠. 또 제가 할 얘기는 다를 수도 있죠.”

-뭡니까.

“안 없어질 거라고 하면서도 없애야 된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텐데 그건 아직 자신이 안 서 있는 것뿐입니다.”

-이탈리아처럼 정신병원은 다 폐쇄해야 합니까.

“이탈리아가 정말 정신병원 문을 다 닫았을까요? 정신병원 폐지도 바잘리아(이탈리아 정신의학자·그는 이탈리아의 정신병원 폐쇄에 앞장섰다-편집주)의 싸움 이후로 20년 정도 했던 싸움 같습니다. 법은 만들어 놓고 1990년대에 최종적으로 (폐쇄) 선언을 했거든요. 그러면 또 다른 공간들이 발달하는 거 같습니다.”

-어딥니까.

“시설 같은 형태들. 지원주택, 서비스가 좋은 지역사회 공간들도 발달됐지만 다른 측면들도 부각될 수 있습니다. 노숙이라든지 범죄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폐쇄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탈리아 어떤 의사가 쓴 글을 보니까 (폐쇄) 그 이후로 정신의료는 암흑처럼 변했다고 표현한 것도 있습니다. 발전하지도 못했고.”

-무조건 강제입원 폐쇄가 좋은 건 아니네요.

“늘 사람들이 하는 얘기들은 의심해 봐야 되지 않을까요.”

-약물 없는 치료를 추구했던 반정신의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각보다 약물을 부정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약물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약물의 오남용, 부작용 얘기는 같이 드러내야 될 거 같기는 합니다.”

-1984년 정신병원 병상수 6천여 개, 2015년 8만3천여 개로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구조적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단순히 돈 때문입니까.

“병상수가 늘어날 수 있었던 건 민간병원들이 늘어난 거고 국가가 80년대 후반부터 정신의료 병상을 늘리는 정책을 폈기 때문입니다. 관련법에 의사 1인에 환자 60을 맞추라고 씌여 있고 그것이 경제적 부분들을 보장해 주는 거였습니다. 실은 치료 목적의 숫자는 아닐 겁니다. 그런 걸로 보면 이 (정신병원) 공간을 국가가 비용을 다 대죠. 의료급여든 건강보험이든. 이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도 아무도 없었고요. 의료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생겼던 일들이 맞는 거 같습니다.”

-정신요양시설 입소자의 65%가 입소 10년 이상입니다. 이들을 지역사회로 나오게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닌데요. 탈원화 이후 어떤 서비스가 개입돼야 합니까.

“정신요양시설이 정신의료기관보다 병상수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고 정신의료 쪽의 비판적 시각 때문에 1995년 정신보건법에서 (정신요양시설이) 사라지고 정신요양병원으로 대체됩니다. 그래도 1만5천여 명의 사람들이 (시설을) 나가지 못하니까 결국 2년 뒤에 정신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이걸 다시 살립니다. 정신요양시설의 강한 생명력은 그런 겁니다. 국가도 폐쇄시켰다가 다시 부활시켰던 이유들은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그런 것에 대한 준비를 해 놓지 못했던 시기였던 것도 맞습니다.”

-강제입원에 대한 정신장애인들의 거부감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병원의 치료환경만 바꾸면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요.

“치료환경은 물질적인 겁니다. 물질적인 것은 비용의 투자가 있어야 되고요. 여러 사람이 같이 생활하는 공간은 다 사람들 간의 관계로 이뤄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면 그 관계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무슨 얘기냐면 어떤 공간이든 친구라든가 잘 돌봐주는 사람만 있으면 그 공간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없을 때는 좋은 병원이라도 좋은 서비스의 의미가 없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력이 갖고 있는 매력들, 전문요원들이나 간호사들에게 좀 더 가치를 부여하고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이 의료입니까, 복지입니까.

“커뮤니티 케어는 그 대상자의 자발성이 꺾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건이든 복지든 그것이 강제되는 순간 그건 서비스가 아니죠. 서비스라면 그 사람들의 의사를 물어보고 질문하고 선택지를 주고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커뮤니티 케어는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려가 없습니다.”

-보건과 복지가 같이 가야 한다.

“보건이든 복지든 물어보고 해라. 지금의 커뮤니티 케어는 노인과 장애인이 주 대상으로 돼 있는데 다른 나라들이 커뮤니티 케어를 시작했던 건 분명히 정신장애 부분이었거든요. 왜 우리의 커뮤니티 케어는 노인과 장애인을 앞세우는지 생각해 보면 커뮤니티 케어 안에 정신장애는 들어가 있지 않는 척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시설적 삶을 여전히 얘기하는 거죠. 중간집이라는 것도 그렇고.”

(c)마인드포스트
신권철 교수 (c)마인드포스트

-정신건강복지법이 당사자 그룹과 의료권력 양쪽에서 비판받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까요.

“책을 쓰면서 느꼈던 건데 양쪽의 비판들이 맞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구 정신보건법이 시스템을 좀 바꾸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국가와 가족, 가족과 환자, 환자와 의사 관계들에 대한 고민을 갖고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가족을 어느 정도 권한을 주고 의무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는지, 병원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아직 덜 된 상태이기 때문에 양쪽의 비판이 주는 매를 맞아가면서 견뎌나가야 되겠죠. 그럴싸한 제도와 틀이라면 오래 버틸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오래 버티지도 못할 겁니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입원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에는 아주 그럴싸하게 써 놨습니다. 그런데 그걸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그 법조문이 없었으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나 다 현실적인 얘기만 해야 될 겁니다. 현실에 안주할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그 조문 하나를 설명하면서 결코 현실에 안주할 수 없게 만듭니다. 자기결정권이 깨지는 현실에서 이걸 준수하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 그 조문 하나입니다. 그래서 조문들이 갖고 있는 힘, 법적 권위 때문에 우리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입적심)에 의한 퇴원율이 1.4%에 불과합니다. 입적심의 기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입적심은 유지돼야 합니까.

“지난 9월 초에 보건복지부가 보도자료를 내면서 퇴원율이 1.4%, 115명이라는 통계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신문에서는 반응이 다양했습니다. 한쪽은 115명이나 내보냈다고 하고 한쪽은 1.4%밖에 안 내보냈다며 비판적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결국 둘 다 비판적인 시각일 때 이걸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 봐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절차적으로 입적심은 국가가 처음 시작한 강제입원 심사기관입니다. 서류절차들을 잘 갖추게 하는 긍정적 부분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강제호송 과정을 입적심에서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제호송 과정은 최초의 폭력이라고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국가가 시작한 겁니다. 최초의 폭력이 없다면 강제입원 절차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됩니다.

공권력만이 그런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사적 폭력들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이것을 또 할 수 있는 데가 인신보호 재판인데 실은 판사들이 그렇게 신경을 안 써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강제호송 과정이 위법하니까 퇴원시키라는 명령들을 인신보호 재판부에서 했습니다. 국가 공권력만이 해야 하는데 민간 호송업체를 불러서 강제입원 시키는 건 안 된다는 취지로 얘기했고 만약 강제호송 과정이 국가 통제 안에 들어간다면 입원 과정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럴 경우 사법 입원과 중립적 심사기구 중 무엇을 택하는 게 효율적일까요.

“법원이 하자는 경우도 있고 심판원, 즉 의료인·법조인·공익적 제3자 이렇게 하자는 것도 있는데 실은 둘 다 절차는 똑같습니다. 재판 절차와 똑같아요. 국선변호인이 선임되고 증거를 제출하고 환자가 직접 가서 진술하는 것이 일반적 시스템입니다. 그 장단점은 각 나라마다 틀리긴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력과 예산의 문제로 그 수준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어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면 그 방법은 대면 심사입니다. 입원을 결정하는 결정권자들이 그 사람의 얼굴을 대면해야 기본적 예의입니다.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때는 얼굴을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초기에는 법원 쪽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대면하는 시스템을 가지면서 동시에 삼인 합의체에 대해 불복하면 법원의 재판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절차로 해도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시스템들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나갈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는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후견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이의 대안을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신장애의 후견이 갑자기 생긴 건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정신요양시설에 있는 가족이 돌보기 어려운 사람들을 다 퇴소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겁니다. 법 시행 당시 이런 분이 한 1000여 명으로 추산됐죠. 무슨 얘기냐면 시군구청장이 보호자로 도장을 찍어주던 절차가 없어졌기 때문에 가족도 없는 이분들을 정신요양시설에 데려다 놓을 근거가 없어지는 거죠. 그분들의 도장을 받아야 되는데.”

-그래서 나와야 된다.

“법적으로는 입소 연장 도장을 찍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전부 다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죠. 1만 명 중에 보호자 있는 분들이 60~70% 정도. 자발적으로 계신 분들도 빼면 한 1000여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1000여 명이 나오는 것도 국가가 책임져야 되는 부분들이 있죠. 그래서 급하게 정신장애인들에게 대한 공공후견을 만든 겁니다. 도장을 찍기 위해서요. 지금 500여 명 정도를 대상으로 각 사회복지법인이 후견법인이 돼서 후견이 되고 있는데 시작부터 후견인의 역할이 도장을 찍어주는 역할이었다는 게 문제죠.”

-도장을 찍어주면 입소시킨다는 겁니까.

“계속 입소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도장을 찍어주면 계속 입소시킬 수 있듯이 도장을 안 찍어주면 계속 나올게 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는 공공후견에 대한 예산을 마련해서 후견법인에 비용을 조금씩 지급을 합니다.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후견인들에게 방향을 정해줄 수 있습니다. 그 500여 명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보자. 어려운 일 아닐 수 있습니다.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규범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은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법은 정신장애인에게 어떤 기능을 해야 합니까.

“공부를 하다 보니 법이 강제입원을 정당화시키는 도구로 쓰이는구나 (생각했죠). 분명 그 역할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그 공간을 인간화시킬 수 있는 역할들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법이 가둬놓았으면 풀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고요. 그래서 법을 단순한 도구나 수단이라고 생각을 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현실을 인간화시킬 수 있는 도구, 사람들에게 기본적 예의를 지킬 수 있는 관계들로 만들 수 있는 도구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법철학이십니까.

“철학까지는 아니고요. 공부를 하다보니까 법을 너무 낮춰서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싶었죠. 예를 들면 민법전에 2천 년 전부터 있었다는 부양의무 규정들이 만약 있지 않았다면 인류가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냐라는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죠. 우리가 단순히 사랑과 애정으로 키우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의무들을 법은 얘기하고 있고 국가는 헌법에 의무들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현실에서 안 지켜진다고 하더라고 그게 지켜지도록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계속 의무를 일깨우는 거죠. 넌 부양할 의무가 있다, 넌 연대할 의무가 있다. 국가, 너는 어떤 의무가 있다. 계속 이렇게 얘기하면 또 알아들을 수도 있죠.”

-의료급여 환자들의 수가 문제는 늘 논쟁적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의사들 중에 수가가 올라간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금 의료급여 수가 때문에 한 달에 120~150만 원의 돈을 국가가 병원에 지급하고 있죠. 그 수가가 300만 원으로 올라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우가 좋아질까요. 아니면 더 많이 강제입원을 시킬까요. 그렇기 때문에 수가로 해결한다기 보다는 직접적으로 환자에게 하는 의료인의 행위의 가치를 (살펴봐야 합니다). 작업요법 같은 것들이 의미 있는데 그런 부분에 수가를 제대로 책정해 놓지 않고 있으니까 가서 할 일도 없는 상황을 (만드는 거죠).”

(c)마인드포스트
신권철 교수 (c)마인드포스트

-노동은 정신장애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까.

“기본적으로 노동이 갖고 있는 건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모여서 같이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갖는 매력은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배려해야 되는지도 알게 되고 자신의 장·단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공간들을 잃은 사람들은 사회적 대응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노동이 단순히 임금을 받는 부분만이 아니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죠."

-노동을 하면 기초수급에서 탈락됩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노동을 하고 임금을 받게 되면 기초생활수급이 탈락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어쩔 수 없이 있어 왔던 부분들인 거 같아요. 다만 신체적 장애 쪽에는 그런 부분이 약간 완화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임금 소득의 몇 퍼센트만 반영해서 탈락률을 조정하고 수입이 불규칙하면 산입시켜 주지 않는다거나 기술적 방법들을 통해서 조정도 가능한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정신장애 쪽에서 생각을 해 보지 못한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에 일을 하는 정신장애인 분들이 많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노동을 통해서 얻는 가치들이 단순히 돈만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한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강제입원율이 37.1%로 떨어졌지만 퇴원자는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착시입니까.

“통계를 보면 법이 시행되고 2천~3천여 명 정도 입원환자 수가 줄었습니다. 적지만 일정한 수준의 사람들은 입원이 안 되고 있구나라는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또 동의입원 유형을 하나 더 넣어서 자발적 입원이 조금 더 늘어난 부분도 있습니다. 보호입원은 좀 더 엄격히 하면서 확실히 그 부분은 줄어들었고요. 전에는 보호자 위주로 입원 유형이 정해졌다면 지금은 환자에 대한 약간의 설득 과정들이 늘어났다고 보셔도 될 거 같아요.

자발적 입원 비율이 많아지고 그런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면 이것이 정착돼 나갈 수 있는 방향이 있을 겁니다. 지난 20년 동안 구 정신보건법에 의한 강제입원 비율은 95%에서 65%로 줄이는 데 20년이 걸렸는데 지금 이 법은 딱 1년 만에 그렇게 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굉장히 큰 부분입니다.”

-외래치료명령제가 순기능을 할 것 같습니까.

“관련 법안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거는 지역사회 내에서도 외래치료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재판에서도 치료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가 1~2년 전에 생겼습니다. 물론 활성화돼 있지는 않은데요. 호주의 일부 주는 50%가 외부치료 명령이고 50%는 입·퇴원을 시키는데 이게 제도적으로 안착이 되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절차와 집행이라는 부분이 있고 감독 모니터링 시스템도 있어야 하는데 아직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법제도는 있지만 실제 활용된 적이 거의 없고요. 명령을 했지만 누구도 그 집행하는 방법들을 모르는 거죠.

일단은 강제입원보다는 환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적으니까 그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래치료명령을 비판하는 관점은 국가가 정신병원에서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까지 강제력을 침투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서구의 이야기이긴 한 대요.”

-정신장애인 운동은 국가와 사회에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요.

“저는 이해 당사자들이라고 하는 전문가들이 각자의 의견을 내고 정신장애인 단체들도 활성화되면서 훨씬 더 치열해졌고 고민의 깊이도 깊어졌다고 생각해요. 일방적인 얘기는 통하지 않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에도 분명히 (당사자가)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사자가) 테이블에 앉으면 입법이든 정책이든, 위원회든 그것이 갖고 있는 힘이 굉장히 큰 걸 많이 느낍니다.

그전까지는 전문가들의 말잔치였고 환자들은 대상화됐는데 이제 (당사자) 이분들 옆에서는 그렇게 쉽게 말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얘기할 때 우리는 불편하더라도 그 얘기를 들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정책이나 방향들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얘기를 했는데 당사자분들이 앞에 나타나 앉아 있으면 조심하게 됩니다.”

-교수님이 추구하는 학문적 비전은 무엇입니까.

“어떤 새로운 법 영역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점점 생깁니다. 정신장애와 법이 갖고 있는 충돌과 대립. 한 쪽은 합리적 이성이 만들어낸 산물이지만 정신장애는 또 다른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 공간이 충돌하거나 서로 교환하는 것들도 있는 거 같고. 정신장애법이라는 새로운 법 영역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거기는 후견도 들어가고 치료감호도 들어가 있고 다양하겠지만 그 공간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이성적 인간들에게 고민의 깊이를 더 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관념 속의 정신장애인과 현실 속의 정신장애인 사이에 어떤 괴리감이 있던가요.

“저는 책으로만 공부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갖고 있는 한계도 많습니다. 그건 제가 어떻게든 소화해내야 할 부분들이구요. 저는 (당사자와) 마주치지 않는 사람인데 이런 얘기를 내가 해도 될까. 예를 들어 그 가족들은 매일 어려움들을 겪어야 되는 사람들인데 내가 아주 쉽게 책에서 본 내용으로 넘길 수 있을까. 극복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조금 합니다.”

-정신장애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냥 그대로도 괜찮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것도 괜찮고. 지금 하고 싶은 말은 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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