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들의 크리스마스 “작지만 따뜻하답니다”
정신장애인들의 크리스마스 “작지만 따뜻하답니다”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12.19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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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의 작은 시간 그것이 작은 울림이 되어 감동이 시작되어
우리만의 시간, 문화... 사회의 변두리 같지만 주류 될 수 있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연인들은 이날이 오면 묻어뒀던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모두 평화로움 속에서 그 순간을 즐기려 하는 날이다. 하지만 오늘도 변방의 외지인들에겐 그렇고 그런 우울의 시간이 되기도 하다.

조현병 당사자들은 병원이나 센터에서 송년행사를 많이 갖지만 그 행사가 그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수는 없다. 서먹서먹하게 축하의 행사에 동참했다가 끝날 때즈음이면 외로움만 더 커진다.

하지만 작은 모임이라 하더라도 적극 동참해 인생의 감동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바로 그들만의 크리스마스다. 우리 당사자들의 성탄절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번 살펴보자.

소소한 자리라도 따뜻함은 전해지고

낮병원의 성탄절은 아주 특별하다. 1년간의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를 무사히 치르고 난 후 당사자들에게 무언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우리에겐 그리움이 있었지. 설레고 흥분되던...” 혹은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져 기다림의 시간을 남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순간을.....” 어쩌면 생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남기는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으로 많은 행사를 거쳤지만 그들은 스스로 나서 성탄절의 감동을 갖기를 원한다. 여기 우지연(26.여)씨가 바로 그런 모범의 사례로 보인다. 그녀는 춤을 좋아한다. 한참 아이돌을 좋아할 나이다. 2년이 넘게 병원에 입원생활하며 즐거움이 무언지 몰랐다. 아버지의 마음 변화로 병원에서 퇴원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에서 훈육과 집단적 시간은 여린 마음을 상처를 냈다. 어느날 낮병원에 참여했다가 당사자들의 밝은 표정에 이끌리어 뭔가를 깨달았는지 이후 낮병원 시간만 기다렸다.

퇴원 후에도 자진해서 낮병원에 1년 동안 참가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다른 동료들의 처지가 이해되자 낮병원 그룹모임에 적극 동참하게 됐다.

“낮병원의 모임이 절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어요. 지금은 언니들과 동기들과 함께 스스럼없이 지낸답니다. 성탄절을 맞이해 장기자랑 코너에 뜻이 맞는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아이돌 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안무도 함께 모여 짜고 음악도 리딩을 하며 연습을 하거든요. 크리스마스 때 우리만의 잔치날에 적극 나서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 시간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우리끼리 모여 작은 댄스동아리를 만들기로 했답니다.”

지연씨는 이번 성탄절 행사에 자기 팀의 댄스공연이 기다려진다며 에너지 효과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동기들과 언니들을 이끌어 성탄절뿐만 아니라 각종 낮병원 문화행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댄스를 통해 자기들의 꿈과 열정을 보여줄 것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김일영(28)씨는 평범한 조현병 당사자다. 그는 신학을 전공했으며 교회의 문화행사에 간혹 참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주위사람들의 시선이 자꾸 느껴져 잘 다니던 교회를 주일만 다니고 각종 청년 행사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병원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의 소소한 연락에 이끌려 호기심에 참여했다가 지금은 그 모임의 리더가 됐다. 병원에서 입원생활을 하던 중 친한 동기들과 교제를 하다 그들이 교회에 관심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번은 “그렇다면 내가 성경을 가르쳐 줄 테니 함께 모여 채플시간을 갖는 게 어떠냐”는 제안에 그들은 동의했다. 병원의 작은 방에서 작은 모임을 시작했다. 단순히 성경공부를 하는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호기심 반, 열정 반으로 참여했다.

“처음에 지루한 성경 역사에만 치중했습니다. 그러다 나의 경험을 간증 삼아 얘기하고 주위 성도들의 경험담을 얘기해주니 그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듣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나는 집에서 기초 성경교재를 가지고 나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가르켜주니 흥분도 하기도 하며 훈련된 성도처럼 배워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내게 이런 재능이 있었나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죠.”

일영씨는 퇴원 후에 병원 친구들과 연락을 계속해 작은 소그룹을 만들었다. 그들은 기독교식 모임이었지만 생일날이나 특별한 기념날이 되면 같이 모여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번 성탄절엔 그의 교회에 나가 예배를 참가한 후 그들끼리 하루종일 교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친구들을 영입해 그냥 놀고 먹는 그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회나 병원, 문화행사에 간증 집회 시간도 갖기도 했다. 대중에게 숨어지내는 당사자가 아니라 대중 밖으로 나와 행동하는 당사자의 모습을 보이기로 한 것이다.

성탄절날 많은 당사자들이 설렘과 흥분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의 시선이 부담이 돼 집안 깊숙이 숨기도 하며 대중들과 왕래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날 잊고 살겠지. 그럼 그렇지, 나에게 관심이 있겠어”라며 소외감에 자신감을 잃고 만다.

하지만 같은 당사자끼리 인연의 시간을 이어간다면 차가운 사회가 따뜻한 시야의 사회의 느낌을 받아들이는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성탄절날 저는 느낍니다. 나도 따뜻한 정이 흐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들도 소중한 시간을 혼자 아닌 함께 나눈다면 이 사회가 차갑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자꾸 사람들과 관계를 가져야 해요. 먼저 우리 당사자끼리 만나 서로의 정을 확인하고 작은 계기로 같이 활동을 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사회안에 주류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어느 당사자의 작은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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