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살아돌아올 수 없지만…정신병원의 과실은 밝혀달라”
“아들은 살아돌아올 수 없지만…정신병원의 과실은 밝혀달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2.19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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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차트로 2년간 아들 사망 몰라
뇌전증 없었는데 뇌전증약 복용한 걸로 나와
건강했던 몸이 42㎏로 쇠약해진 채 사망
병원들은 ‘쉬쉬’ 감추기와 책임 회피에 급급
경찰, 관련 처벌 규정 없어 손 놓고 있어
변호사도 골치 아픈 사건이라며 수임 꺼려
할 수 있는 건 언론과 청원란에 글 올리는 것뿐

지적장애를 가진 20대 아들이 정신병원에서 2년 전에 사망하고 화장까지 한 사실을 뒤늦게 안 어머니의 사연이 지난 16일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병원 측은 아들과 증상이 비슷한 환자와 차트가 바뀌어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1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사연을 남겼다. <마인드포스트>는 청원인을 일인칭 ‘나’로 바꾸어 사건의 발생 과정과 결과를 추적해 봤다.

나의 아들은 지적장애 1급의 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특수학교를 다녔고 수업을 마치면 가족 중에 누군가가 꼭 아이를 데리고 귀가해야 했다. 아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나의 통제 하에 둘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된 아들은 다녀야 할 학교도 없어졌다. 이후 집에서만 지내야 했다.

밖으로 나가는 걸 너무 좋아한 아들은 집에 잠금장치를 해 놓아도 이를 풀고 나가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들을 했다. 동네 경찰서에서도 길거리를 방황하는 아들을 데리고 찾아올 정도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였다.

나는 아이를 고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전국의 병원을 찾아다녔고 상담치료도 받게 했다. 그러던 중 나에게 갑상선암과 위암,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등 장기입원과 치료를 요하는 질병들이 몰려왔다. 아들을 살필 수 없을 정도로 몸은 망가져 있었다.

2013년 10월 나는 지인의 소개로 경북 영주시의 S병원에 아들을 입원시켰다. 아들은 낯선 환경에 놀라 어쩔 줄 몰라 했고 병원 측은 치료에 방해가 되니 나에게 면회를 오지 말라고 부탁했다. 나는 전문병원이니 잘 보호해 줄 것으로 믿었다.

1년여가 지난 2014년 10월, S병원은 아들을 감당할 수 없다고 나에게 연락했다. 나는 문경시의 J병원으로 아들을 입원시켰다. 그해 11월, 역시 아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성주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게 됐다.

나는 아들이 이곳 J병원에서 욕창 치료와 뇌전증약 복용을 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아들은 뇌전증 증상이 없는 아이였다. 이 병원이 환자의 행동수정 치료가 아닌 약물로 행동을 잠재우는 처방이 우선적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아들이 성주병원에 입원해 있을 당시 그 병원에는 아들와 같은 나이의 환자 A군이 있었다. 2015년 11월 27일, 나의 아들과 A군은 대구에 있는 O병원으로 보내진다.

나는 사건의 시작이 바로 이날이었다고 생각한다. 두 명의 중증 지적장애 환자를 같은 차에 태워 대구의 O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아들과 A군의 차트가 바뀐 것이다. 그날부터 아들은 A군이 됐고 A군은 아들이 돼 버렸다. 처방과 치료 또한 바뀌게 된 것이다.

대구의 O병원에서 열흘 정도 치료한 후 아들과 A군은 경북 영천의 D병원으로 보내지게 된다. 신분이 바뀐 채였다. 그리고 4개월 후인 2016년 3월 11일, 아들은 D병원에서 몸무게가 42㎏의 왜소한 상태에서 심정지로 사망했다. 신분이 뒤바뀌었기에 병원은 A군이 사망한 것으로 처리했다. 병원 측은 당시 A군 부모에게 연락해 신원을 확인한 후 장례를 치렀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상했다. 병원 측은 A군 부모가 직접 와서 자기 아들이 맞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A군 부모가 어린 시절부터 입원을 시켜 성장 과정에서 보지 못했기에 시신을 보고 아들이 맞다고 했다는 게 병원 주장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혈액형, 지문 같은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없이 A군 부모의 말만 믿고 사망처리를 할 수 있었을까. 부모가 자기 아들이 성인이 될 때가지 못 봤다면 적어도 자신의 아이가 맞는지 의심을 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나는 A군의 부모가 자식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었다는 게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나는 이 A군의 부모와 연락을 해 보고 싶어 연락처를 요구해도 병원 측은 알려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병원 측 말로는 그 부모가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A군의 부모에게 병원 측이 알리고 사망처리를 했는지도 의심스럽다.

나는 지금도 의문이 든다. 어떻게 그렇게 건강하던 아들이 42㎏밖에 안 되는 쇠약한 몸으로 죽음이 이른 것일까. 병원은 아들이 영양실조였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이런 말도 했다. A군의 부모가 아들이(바뀐 내 아들) 아프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하면 이들은 치료하지 말고 내버려두라고 했다고 전했다. 나는 정말 A군 부모가 모멸차게 이런 말을 했는지 병원의 주장이 진실인지 의심이 든다.

나는 내 아들인 줄 알고 있었던 A군이 아팠을 때와 입원해야 할 때 비용을 부담해 왔고 아프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병원에 전화해 울면서 아이를 잘 치료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때로는 건강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살았다. 자신의 아들이 아프다면 어떤 부모가 수천만 원의 돈을 아까워하겠는가.

그렇게 영양실조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달 받았다면 나는 절대 아들을 그렇게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아들이 총에 맞아 죽었다면 이 고통도 덜할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아팠고 치료를 받지 못해 죽었으며 이 사실은 나를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이 같은 사실을 안 후에도 나는 사건을 언론에 공개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들이 입원해 있는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보면 마음이 무너진다는 핑계로 아이를 보지 못한 나의 잘못이 너무나도 컸고 그 미안함도 너무 컸기에 그럴 생각조차 못했다.

나는 묻고 싶다. 어떻게 병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대구 O병원과 영천의 D병원에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그들 병원이 아무 책임이 없으며 단순 과실로 아들과 A군의 차트를 바꿔버린 직원은 퇴사했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경찰과 변호사에게 상담했으나 이 죄명이 법에 없어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뿐이었다.

나는 어떤 과실로 아들과 다른 환자가 바뀌었는지, 실제 내 아이의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그렇게 건강하던 아이가 어떻게 영양실조로 죽게 됐는지, 영천 D병원에서는 어떻게 신분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장례를 치렀는지 알아야 했다.

나와 내 가족은 아이가 죽은 줄로 모르고 2년을 보냈다. 그간 계속 간호사들과 연락해 왔고 아이가 잘 지내냐는 질문에는 건강하고 잘 지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말을 논리적으로 할 수 없는 아이라 전화로 통화할 수도 없었고 전화를 한다 해도 내 목소리를 아들이 들으면 병원을 이탈해 치료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전화로 목소리조차 들려줄 수 없었다.

아들을 병원에 맡긴 이후 병원에서 연락이 오는 날이면 나는 죄책감과 죄의식으로 무너졌다. 남편도 가끔 아들을 데려오기를 바랐지만 막상 현실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의 가족은 아들이 치유되는 날이 올 것을 기다렸고 그 기다림을 날까지 병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내가 병원에 직접 가 아들을 보면 내가 울부짖을 것 같았기에 병원에도 갈 수 없었다. 아이를 데리고 산에 들어가서 살까, 지방으로 내려가서 은둔하며 살까 하는 생각들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러나 아이와 살게 되면 예전처럼 고통을 견뎌야 하는데 내가 견딜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뜻을 접고 누르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이제는 아들을 볼 수도 없다. 그는 살아있었지만 이미 2년 전에 사망했다. 살아있다고, 건강하다고 소식을 들었던 아들은 나의 아들이 아니었다. 아, 이제는 아이를 데려올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다.

나는 정말 많은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환자 차트가 바뀐 것 때문에 아들이 원래 간질이 있었다는 A군의 약을 처방 받아 간의 기능 등 몸의 기능 악화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치료에 방해가 된다며 부모 면회조차 오지 말라고 했던 게 병원의 과실이나 인권 침해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을까. 사망 원인이 정말 영양실조로 인한 심정지였을까. 바뀐 A군의 부모는 정말 아들을 확인했을까. 혹시 병원에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장례를 치른 것은 아닐까. 병원끼리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아무것도 없다. 병원의 차트도 열람할 수가 없다. 경찰서에 얘기하면 ‘동정’만 할 뿐이다. 변호사는 골치 아픈 사건이라 생각하는지 수임을 꺼리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언론에 제보하는 것이고 이렇게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뿐이다.

나와 내 가족은 죄책감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일 것이다. 나는 그 누구를 향해 일방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릴 생각은 없다. 아이에게 더 관심을 가져주지 못하고 핑계를 대며 살아온 나의 잘못이 더 크다.

그렇지만, 정말 그렇지만 과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진다.

나의 아들은 살아 돌아올 수 없다. 그렇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수사가 이뤄질 수 있기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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