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포스트’ 이동수 화백, 올해의 시사만화상 수상
‘마인드포스트’ 이동수 화백, 올해의 시사만화상 수상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2.21 17: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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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현장에서 날것의 삶 포착 그림에 담아
‘거리의 만화가’란 닉네임 걸맞게 현장 중시해
수첩에 일상 풍경과 투쟁의 장면 등 담아
‘노동현장에서 캐리커처 그리는 만화가’ 소리 듣고 싶어

<마인드포스트> 화백 이동수(58) 작가가 2018 올해의 시사만화상을 수상했다.

전국시사만화협회(회장 권범철 <한겨레> 작가)는 2018 올해의 시사만화상에 이동수 작가의 연작 그림 “쌍용차 10년의 기록”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우수상에는 <경기일보> 유동수 작가의 2018년 7월 19일 만평 ‘나라 망한다’가 선정됐다.

이 작가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직후부터 최근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에 이르기까지 10년 동안 노동자들과 함께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집회와 단식, 희망버스 현장, 노동자들, 세월호 희생자 가족 등이 모인 ‘거리’에서 노동자와 피해자를 위로하고 기업과 국가 폭력에 당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을 생생한 스케치로 기록해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향해 ‘거리의 만화가’로 부른다. ‘거리’는 그에게 작업실이자 창작의 산실이다. 또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이 권력에 맞서 싸우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는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의 얼굴과 투쟁의 순간을 스케치북에 담는다.

일간지에서 만평을 그리던 그는 20여 년 전 ‘불편하고 재미가 없어서’ 회사를 그만뒀다.

당시 그는 누군가를 만평을 통해 비판하는 일이 불편했다고 한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같은 사람들은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었지만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얼굴은 그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 대신 좋아하는 사람을 그려야겠다”고.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지만 농성 현장에서는 스케치북으로 담기 힘들 정도의 급박한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 그는 그 상황과 순간을 담기 위해 ‘비상용’으로 준비한 수첩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 수첩에는 사람들의 얼굴이 고스란히 모여 있다.

그는 “원래는 크로키북만 가지고 다녔는데 주머니에 넣기가 불편해서 작은 걸 가지고 다니면서 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현장성이 필요한 곳에서는 작은 수첩이 유용하다. 즉각 대응용이랄까”라고 말했다.

그가 노동현장과 삶의 현장을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한 때는 2009년 언저리였다. 당시 콜트콜텍 노동자 투쟁 현장과 용산 참사 희생자 농성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그 현장에서 “현장의 내용들을 만평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것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수첩을 그가 애용하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삶의 표정을 기록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작가는 “현장을 버리고 유명해지는 건 싫다”며 “만약 유명해진다면 ‘노동 현장에서 캐리커처를 그리는 훌륭한 만화가’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은 노동과 삶이 온전히 날것으로 드러나는 세계다. 그곳을 우리는 훔칠 수 없고 지울 수도 없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슬픔과 기쁨, 노여움과 용서의 시선이 교차하는 공간일 뿐이다.

이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멋지면서 따뜻하다’는 의미를 담아 ‘레알 로망 캐리커처’라고 소개한다. 그는 “캐리커처도 만평과 마찬가지로 사물의 특징을 잡아서 과장해 그리는데 도드라진 포인트가 당사자에겐 콤플렉스인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닮은 것 같으면서 예쁘게 그린 캐리커처’라는 뜻으로 레알 로망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스케치북과 수첩을 들고 현장으로 들어가 현장의 삶의 날것을 그대로 옮기려 한다.

이번 시사만화상 선정과 관련해 심사를 맡은 하종원 선문대 교수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으로 이 비극이 일단락 됐다.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곁엔 이동수 작가와 같은 이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당한 탄압에 고통 받는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 또한 시사만화의 역할이기에 올해의 시사만화상으로 선정함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전국시사만화협회 정기 전시회-온다 온다 온다>(16~30일)가 열리고 있는 서울 효자동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21일 오후 6시 진행됐다.

이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좋아서, 옳다고 믿어 해온 작업들에 응원의 귀한 상을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아시다시피 여전히 세상은 바뀌지 않고 있다. 파인텍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공농성과 단식 중이고,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여전히 머리가 깨져가며 싸우고,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은 여전히 12년 4340여 일이 넘도록 자본의 횡포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 외 악덕 기업주와 권력에 맞서 싸우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국민들이 여전히 길거리에 있다.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노동자들이 사회적 죽임, 아니 기업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자기 만족에 취해 그들을 멀리하는 사이 그들은 계속 죽음으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언론 노동자들의 뿌리마저 갉아먹고 있지 않은가! 언론이라는 나무의 뿌리와 가지가 현장 곳곳에까지 다시 뻗어나가길 바란다"며 "언론의 4차 혁명이 거기서 시작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지면의 자유를, 보다 더 많은 지면을 광고주가 아닌 시사만화가들에게 보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마인드포스트와 정신장애인에 대해 "내가 감히 어찌 한마디를 할 수 있겠느냐"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병든 사회로 인한 사회적 약자와 정신장애인들을 대하는 왜곡된 시선들을 고쳐나가는 데 힘써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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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타이거 2020-09-20 13:15:59
친애하고 존경하는 내 친구... 이동수
언제까지나 그 마음 변치않음을 알기에... 끝까지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