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상 재활·요양시설 있어 장애인복지법과의 중복 적용 제한해야”
“정신건강복지법 상 재활·요양시설 있어 장애인복지법과의 중복 적용 제한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2.23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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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 초안 나와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비준….이듬해 발효
정신장애인 생명보험 가입 제한은 범죄에서의 보호 때문
획일적 평등보장이 정신장애인 권리보장 저해할 것
정신장애인이 딸 수 없는 27개 면허 결격조항 개선 권고

우리나라가 내년 3월까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2·3차 국가보고서 초안이 나왔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유엔 인권협약으로서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국회에서 비준해 2009년 1월부터 발효됐다.

장애인권리협약 제35조는 협약의 국내 발효 후 2년 내에 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2차부터는 매 4년마다 후속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는 2014년 1차 보고서 심의 이후, 간소화 절차에 따라 2019년 2·3차 국가보고서를 병합 심사하기로 결정해 올해 3월 쟁점질의 목록을 채택한 바 있다. 목록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33개 조항에 대한 34개 질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관련 연구용역, 관계부처 회의 등을 통해 쟁점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이번 국가보고서 초안을 마련했다. 질의에서는 정신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목록도 다수 포함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지난 21일 개최한 바 있다.

국가보고서 초안에서 우리 정부는 “정신질환자는 장애인과는 별도로 이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 생활시설 및 재활훈련시설 등이 존재하며 이 법적 근거가 정신건강복지법에 마련돼 있다”며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인복지시설과의 중복적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정부는 장애인복지법이 정신질환자를 정신장애인으로 규정하면서도 정신장애인이 보편적 장애인 복지전달체계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을 충분히 인지한다”며 “정신장애인의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또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 등을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역사회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라며 “장기적으로 정신건강복지법 적용 대상 장애인에게 포괄적으로 법 적용하여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12조에 의거해 ‘대리의사결정’을 ‘조력의사결정’으로 대체하고 성년후견제를 폐지했는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정부는 “다양한 유형의 후견제도를 통해 장애인의 잔존능력에 따른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이러한 의사결정이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행 개정 민법에 따른 후견제도는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성년후견,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한정후견, 일시적 도움이나 특정 사무에 대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후견, 당사자 간 후견계약에 따른 임의후견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돼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2014년 우리 정부 제1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조력의사결정으로 전환을 권고한 바 있다.

정부는 “성년후견제도를 전면 폐지하면 오히려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장애인의 실효성 있는 권리행사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법 앞에서의 평등은 합리적 차별을 허용하는 상대적 평등을 의미하므로 사무처리 능력 결에 정도에 따라 필요한 의사결정 지원 및 조력 범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인의 사실상 평등을 촉진하고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 조치로 협약이 금지하는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획일적 평등실현 조치가 의사결정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정신장애를 포함해 장애를 이유로 자유를 박탈할 수 있게 하는 법조항 폐지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정부는 “비자의입원 조항 삭제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신 비자의입원이 가능한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고 답했다.

정부는 입원이 필요한 질환과 자타해 위험이 모두 있는 경우에 한해 보호자 동의 및 정신건강전문의 진단에 의해 입원이 가능하도록 비자의입원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입원 절차도 강화해 강제입원 환자의 최초 입원 2주 내에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2주 이상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국립정신병원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최초 입원 후 1개월 이내에 입원 적합성을 심하도록 하고 정신건강심의위원회를 통한 퇴원심사 주기 또한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비자의 입퇴원 절차 개선으로 비자의 입원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비자의입원율은 2016년 12월 기준 61.6%에서 2018년 4월 기준 37.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정신보건의료 서비스가 충분히 고지 후 당사자의 자발적 동의에 따라 이뤄지도록 조치가 마련됐냐는 질의에 대해 “입원과 사회적응 훈련의 경우 정신질환자와 그 보호의무자에게 권리행사 방법을 알리고 필요한 서류를 정신건강증진시설에 갖추도록 했다”고 답했다.

정부에 따르면 정신요양시설 입소자의 경우 현재 법원 결정에 따라 중증 정신질환자 486명이 지난해 6월부터 한정후견을 실시하고 있다. 후견인의 업무는 월 2회 이상 정신질환자 방문과 상담, 법원 관련 업무, 입소연장, 입원 결정 동의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치료 등 강제치료를 폐지했는지의 여부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정부는 “정신질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 외의 장소에 수용할 수 없으며 가혹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며 “국립정신병원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능력이 없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강제치료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해 강제치료 수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계획”이라며 “격리·강박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객관적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전기충격요법, 인슐린혼수요법, 마취하최면요법 등 특수치료가 필요한 경우 해당 정신병원에서 구성한 협의체에서 특수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이를 시행할 경우 당사자 본인과 보호의무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동의를 얻어 시행토록 했다. 또 협의체는 정신과 의사 2인과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3~5명으로 구성하고 이중 2/3가 동의해야 시행할 수 있다.

정신장애인의 생명보험 계약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정부는 “2014년 상법 732조를 개정해 의사능력이 있는 정신장애인은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도 “의사결정 능력 유무와 무관하게 장애인의 생명보험 가입을 전면 허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생명보험 가입을 일률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의사능력이 없는 정신장애인의 생명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보험범죄나 악의적 유기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신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 배제와 그 제한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정부는 “정신장애인 자격·면허 취득제한 제도 개선 권고를 통해 27개 법률 결격조항이 폐지 또는 완화될 수 있도록 권고했다”며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올해 4월 사회복지사업법 상의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사 자격취득 관련 결정조항을 폐지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자격의 개별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정신장애인 또는 정신질환자의 자격 결격사유의 적정성 및 차별적 법률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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