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 당신은 사과해야 한다
이해찬 대표, 당신은 사과해야 한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2.29 22: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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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적들을 정신장애인으로 프레임 걸어
정신장애인의 욕구와 욕망에는 무지
위험성과 혐오 이데올로기에 기대 정신장애인 모욕
집권당 장애인위원회에 정신장애인 없는 건 수치

 

처음에는 그냥 넘어갈까 생각했다. 그의 발언의 맥락이 단순하게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려는 발언이 아니라 ‘몰이성적’이고 편견과 억지를 정치적 신념처럼 행사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하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자는 그가 어떤 형식으로든 정신장애인의 정체성을 병자로 분류해버린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논평은 내놓을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이해찬이라는 검색어를 통해 들어가 본 그의 공식사이트,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는 그 어떤 사과의 흔적도 없었다.

지난 28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 있었다.

그는 인사말에서 “신체장애인들보다도 더 한심한 사람들은…아,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더 우리가 더 깊이 생각해야 될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말하는 것 보면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게 있다. 이해찬 당 대표 당신이 바라보는 정신장애인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지 말이다. 어쩌면 당신에게 정신장애인은 ‘미쳐있음’으로 공고화된 이미지가 아닐까. 그래서 비이성적이며 횡설수설하며 심지어 사람에게 흉기를 들이대기도 하는 집단적 공포를 표상하는 특정 인구집단이 아니었을까.

당신은 한 번도 정신장애인을 만나본 적도 없을 것이고 설사 있다 해도 ‘두려움’의 이미지로 지나치는 하나의 정치적으로 무의미한 존재였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신의 정치적 신념과 당의 정체성을 감안했을 때 당신과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보다는 정의롭고 상식에 기반한 정치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기자도 가끔은 자유한국당의 ‘염치없음’과 ‘무대포’적인 사유에 반감을 가질 때가 있다. 되지도 않는 특검을 요청하며 단식을 하거나 자신의 딸이 누가 봐도 정규직이 될 수 없는 자리에 있다가 2년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황당무계하게 변명하는 모습을 보면 더 그렇다. 유치원 3법을 사유재산 침해로 규정해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베트남에 외유성 출장을 갔다가 국민적 비난이 거세지니까 하루 앞당겨 귀국한 ‘혼수성태’의 정치적 태도를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전임 대통령들이 국고를 하나의 윤리적 가책 없이 ‘말아먹고’ 자신의 정치적 발언과 활동마저 밑의 한 여성에게 위임한 ‘부조리한’ 권력놀음에 성찰과 반성 없이 현재의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망하게 할 거라는 조잡한 프레임을 거는 것에 기자 역시 분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정신장애인들은 아니다. 그들의 사유의 근본철학이 철저하게 가진 자들과 권력자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이지 그들이 ‘횡설수설’하거나 ‘환청’을 듣거나 ‘망상’을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정신장애인’ 프레임을 걸고 넘어지는 이유를 나는 이해찬 대표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야말로 ‘어거지’를 쓰면서 국정 운영에 딴지를 건다는 이유로, 그들을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당신은 철저한 이기주의자이고 독단론자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당신은 말했다. “그 사람들(정신장애인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신이 말한 정신장애인은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익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나라의 운영 방향을 나쁜 곳으로 몰고가려는 이들을 지적한 것이라는 점은 정치적 맥락에서 이해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신은 잘못했다. 당신이 언급한 정신장애인을 ‘포섭’할 수 없다는 것은 정신장애인을 사회적 구성원으로 보지 않겠다는 당신의 오만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사과해야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고 더불어민주당에 ‘딴지’를 거는 정치인들이 함께 갈 수 없고 포섭할 수 없는 존재들이라는 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당신이 정신장애인 프레임을 꺼내든 것은 당신의 패착이었다.

기자는 정신장애인이다. “신체장애인들보다도 더 한심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인 정신장애인이다.

이해찬 대표. 당신이 정치적 적들을 ‘정신병자’ 집단으로 몰아가기 위해 정신장애인 발언을 했다면 구 소비에트에서 권력자와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킨 파시즘적 사유와 포개진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사과를 바란다. 당신은 잘못했다. 비록 정치적 숙적들을 비난하기 위해 정신장애인 용어를 썼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 발화된 당신의 ‘혐오’ 발언은 정신장애인들에게 깊은 모욕과 슬픔을 던졌다.

사과하라. 그리고 정신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천민적’ 위치에 있는지 정신장애인이 그렇게 사회를 부조리한 위험으로 몰고 가는 주동자들인지, 그들이 욕구하고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을 위해 사회가 해야 하는 자원들은 무엇이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연구해 주기 바란다.

당신은 20대와 30대를 정치적 정의로움을 위해 ‘질풍노도’로 달려왔었다는 것을 기자는 안다.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위해 당신 또한 젊은 시절 헌신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당신만의 사유와 정치적 신념이 다 옳은 건 아니다. 당신은 당신과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을 포용할 수 있어야 했다. 그들을 ‘정신병자’ 집단으로 몰아내기 전에 말이다.

그리고 당신은 사과했다고 하는데 기자는 그 어디에서도 당신의 사과문을 읽어보지 못했다. 아니면 구두로만 사과를 전한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더 오만한 인간이다.

아울러 그날 민주당사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위원회에는 정신장애인이 한 명도 없었는지 묻고 싶다. 지체장애인들만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혐오발언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그래서 정신장애인을 정치적 운동에 관여할 수 없는 최하층의 ‘삼등 시민’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에 대해 집권당인 당신들은 부끄러워야 해야 할 것이다.

사과하라. 정신장애인은 시민적 권리를 가진 공동체의 일원이다. 우리를 혐오로 몰아내지 말라. 당신은 잘못했다. 사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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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 2018-12-31 19:08:50
나만이 옳다는 유아적인 사고를 버려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특히나 정의를 부르짖는 자일수록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끊임없이 반성하고 돌이키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속 시원한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