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령층 은퇴기점으로 정신건강 불안해져
중,고령층 은퇴기점으로 정신건강 불안해져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9.01.03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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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 생산 및 사회활동 참여유도를 위한 다양한 정책필요
은퇴를 기점으로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 약화
은퇴후 다시 일을 시작하면 우울증 발생 가능성 낮춰, 인지기능에 긍정적 영향

“은퇴 후 처음에는 마음이 안정적이 되겠지 하며 쉬이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지는 겁니다. 연금은 때마다 나오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황폐해진 것 같아 소일거리를 찾는 중입니다. 정서적으로 이유 없이 불안해져 아내나 자식,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고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가 쌓여 울화통이 터질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퇴직금을 털어 통닭집이라도 차려야 될 것 같습니다. 자꾸 마음이 우울해져 불안합니다.”

교직에 30년 넘게 재직하다가 은퇴한 김종직(61)씨의 토로다. 이렇게 은퇴를 하거나 앞두고 정신적으로 뭔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50~60대 중고령층의 정신건강이 무너져 가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가계를 책임져 사회 최전선에서 세월을 견뎌온 가장들은 어느 순간 은퇴선에 들어서면서 정신적으로 수척해지고 불안해진다. 명예로운 은퇴가 아니라 강퇴 같은 분위기에 일할 수 있는 에너지는 남아있는데 갑자기 자기 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온 정신을 뒤흔든다.

중고령층의 현실은 삭풍과 같이 모질고 매섭지만 어딘가 의지할 데가 없다. 그러다 퇴직금이나 은행대출로 자영업을 하기 시작하고 몇날 못 가서 파산하고 마는 가정이 많다. 이때 가장들은 스트레스성 질환, 우울증, 망상증에 쉽게 걸리고 정신적으로 홀로 일어서기가 어려워진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 ‘ISSUE&FOCUS’에서 ‘은퇴가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를 기점으로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 약화, 우울증 걸릴 확률이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령층의 경우 은퇴를 통해 사회활동 및 대인관계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자기역할 상실, 인지적 자극 부족을 야기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계속 근로하는 사람과 은퇴자의 정신건강 변화를 보면 50대 후반~60대 이후 두 집단의 우울증을 나타내는 지표차이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는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주관적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또 은퇴자에 비해 계속 근로하는 사람의 인지기능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감소했으며 은퇴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시차를 두고 그 효과가 누적돼 나타났다.

은퇴의 영향이 처음엔 평안함을 갖다주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감, 나태, 방만의 영향이 커져 인지기능이 불안해지며 거기서 스트레스 질환이 급성우울증으로 나타나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해친다는 것이다. 성별에 따른 은퇴 후 정신건강 인지기능 변화는 크기에 차이가 있으나 둘다 부정적 방향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남성의 경우 은퇴 직후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여성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수십년을 일하고 은퇴 시점이 되면 불안합니다. 갑자기 정신적으로 공황이 와서 나의 중심을 못잡고 괜히 나보다 젊은 직원에게 질투심과 열등의식이 생깁니다. 그래서 차후에 동료들은 은퇴 후 사회생활에 대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지만 다수의 공통적인 해결책이 현실적이어서 조합을 통한 사후생활 완비라 할까요. 좋은 대책들이 많이 나와 공감을 하여 같이 은퇴 이후에 삶을 마련하는데 힘을 다할 계획입니다.”

은퇴 이후 제2의 사회 인생을 준비중인 김광영(56) 씨의 말이다. 은퇴가 정신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사회활동과 대인관계의 변화를 통해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 저하를 상대적으로 완화할 수도 있다. 또 은퇴 후 다시 일을 시작하면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고 주관적 건강과 인지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화시대에 은퇴를 앞둔 중고령층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급히 서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은퇴 이후의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주위 동료들과 함께 미래 생활을 논의하고 계획해 나간다면 정신적 부담도 많이 줄어든다는 충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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