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만드는 게 근본 대책"
"정신질환 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만드는 게 근본 대책"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1.03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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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성 아주의대 정신과 교수, SNS에 심경 토로
빨리 치료받으면 예후 좋아...주위 시선 때문에 꺼려해
환자에 대한 사법입원 제도 도입돼야
퇴원 후 국가가 책임지고 환자 일상 점검해야
할 수 있는 일 하지 않는 국가의 책임 커

정신장애인의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치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재성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정신과 질환을 치료받기가 쉬워야 한다”며 “병식이 없는 경우 치료받지 않고 있으면 본인에게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위험하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병은 빨리 치료하면 예후가 좋다. 또 다시 악화되기 시작할 때 빨리 개입해야 한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이 어려운 결단이 아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과 치료 경력을 차별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지난 정권의 법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사를 욕보이려고 정신과 치료경력을 만들려 했다는 데에 절망했다고 토로했다. 또 실비보험 보상에서 정신과 진료를 제외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실비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는 지적이다.

정신과 입원을 치료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 감금에 해당하는 인신구속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비인도적, 반인권적 행위라고 말하는 차별 또한 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노 교수는 “정신과 입원은 심장병이 심할 때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것처럼 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증상이 심해지면 쉽게 입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입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의사가 하지만 입원 결정은 의사가 하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신속하게 입원치료 해야 하는 환자를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사법입원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가족과 의사가 입원을 강제하는 제도가 아니라 국가가 치료를 책임지는 절차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래전 독일의 정신과 병원을 방문했을 때를 기억했다. 당시 그의 뇌리에 남은 것은 정신과 병실을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병실에 있는 작은 창이 없다는 점이었다. 창 없이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독일의 담당의는 자살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들여다보는 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치료진이 충분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이는) 생각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병원 현장에서는 가장 이루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퇴원 이후의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그는 역설했다. 노 교수의 내담자 중에는 양극성 장애로 증상이 악화되면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려 감옥에서 복역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교도소에서는 약을 잘 먹어서 증상이 나지 않지만 출소하면 약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노 교수는 “이 환자를 감옥에 여러 번 넣는 것보다 국가가 잘 치료를 받으라고 명령을 하고 병원에 잘 다니는지 점검을 하는 것이 환자와 사회에 모두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 사회복귀시설 및 장애인 취업 혜택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약한 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제공해야 하는 의무라는 생각”이라고 적었다.

또 “나의 이웃이 위험하면 나도 위험한 것”이라며 “쉽게 입원하고 쉽게 퇴원하며 누구에게라도 치료를 권할 수 있고 정신과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움이 아닌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노 교수는 “이번 일로 칼을 든 환자에게만 분노하지는 못하는 정신과 의사는 나만이 아니리라”며 “할 수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비극을 만들어내는 자가 정말 악당이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회와 국가에 분노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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