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마위에 오른 정신건강복지법
다시 도마위에 오른 정신건강복지법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9.01.03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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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보호자들 “환청 시달려도 본인 거부하면 입원 안 돼”

최근 정신질환자 강력사건과 정신질환 관련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행 2년째인 정신건강복지법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무분별한 비자의 입원을 까다롭게 하고 자의입원의 운신의 폭을 넓혀 환자들의 자유 선택을 개선했다. 그리고 동의입원을 신설해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려는 노력도 함께 벌이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의료기관에 2주 이상 입원하려면 본인과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동의와 2차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1개월 이내 입원적합성심사를 거쳐야 하고 계속 입원을 위해서는 3개월, 6개월 간격으로 정신건강심사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정신질환자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입원치료가 안 돼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이렇게 병원 밖으로 나온 정신질환자의 정신건강을 돌볼 지역사회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결국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에 대한 가정과 사회의 부담은 커지고 환자들은 치료 기회를 잃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전의 장기입원의 모순은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지켜내지 못했다. 개정법의 시행으로 정신의료기관들이 인권적 범주에서 환자를 대하도록 강제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놓여져 있었다.

장기 입원자이거나 지속적 치료를 요하는 자, 범죄의 위험성이 있는 정신질환자도 함께 족쇄에서 풀려났다. 그렇지만 퇴원한 그들을 받아들일 사회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직원 1인당 100여 명을 관리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퇴원한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병원과 경찰은 범죄경력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자료를 공유하고 있지만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는 연계가 되지 않고 있다. 주의를 요하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그들에 대한 복지적 혜택과 더불어 병원, 경찰,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긴밀한 상호 공조로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버님이 20년째 조현병을 앓고 있습니다. 법의 개정으로 3개월 이상 장기입원이 안 돼 퇴원하셨는데 집에서 어머니와 손자들에게 고성으로 역정을 내시고 환청으로 인해 발가벗고 거리를 배회하다 경찰이 인계해줘 집으로 오기도 했습니다. 치료가 필요한데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해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 입원이 안 된다 하니 난감합니다.”

조현병 당사자를 시아버지로 둔 김영희(34.여) 씨의 토로다. 이렇게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은 집중관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강제입원의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중증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입원 케어가 어려워졌다.

이동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는 “환자가 원치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개정법안에서는 자타해 위험과 기능장애가 동시에 있는 환자만 타의 입원이 가능하게 돼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조항이다. 비자의입원이 과도하게 제한되다보니 꼭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득과 실은 좀 더 깊이 따져보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회 논란이 되는 만큼 국가와 의료계, 정신장애인 시민단체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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