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실태조사’ 발표 회피 ‘의혹’
인권위가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실태조사’ 발표 회피 ‘의혹’
  • 김혜린 기자
  • 승인 2019.01.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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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 집단 반발…조합원 죽음은 인권위 책임

금속노조 유성지회와 유성 범대위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2018년 상반기 내 발표한다던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가 인권위 서랍 속에 잠자고 있다”며 “정신건강실태조사의 결과 및 대책에 대한 인권위 차원의 공개 발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인권위는 그해 3월 유성기업 한광호 씨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자 2017년 6월부터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도대영 유성기업 지회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지역 활동가들이 중심이 돼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꾸준히 관리했고 면담을 하며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가졌다”며 “그런데 인권위에서 (조사를) 맡아서 하겠다고 한 (지난) 2년 동안 우리 동지들이 계속 쓰러져갔고 급기야 죽었다”고 말했다.

충남노동인권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성기업 노동자 255명 중 53.4%가 우울증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 평균(5.0%)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17년 한해 동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노동자는 5명이었고 20명은 구체적으로 자살을 계획했으며 62명은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답했다.

현재 유성기업 측은 지난해 12월 퇴사한 오모 노조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노조 파괴와 상관없는 개인적 죽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오 조합원의 죽음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내몰린 죽음”이라며 “8년 동안 노조 파괴를 지속·용인·방조한 자들이 저지른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실태조사단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한인임 ‘일과 건강’ 사무처장은 “인권위에서 (실태조사결과를) 그냥 묵히고 있다, 직무유기했다”며 “빨리 충격적인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가가 무엇을 할 것인가 살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인권이 유보되면 생명을 앗아간다”며 “결론이 났으면 공개를 해야 노동자들이 심리상담을 받고 치료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의 폭력과 12월 (조합원의) 죽음은 철저히 인권위 책임”이라며 “믿을 만한 국가기관이 하나도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더 깊은 절망감에 빠지는 것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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