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기사, 부정적 논조가 긍정 논조보다 2배 이상 많아
정신질환 기사, 부정적 논조가 긍정 논조보다 2배 이상 많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1.07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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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프레임, 인간적 흥미와 갈등 프레임이 다수 차지
정신질환자를 범죄와 폭력과 연관지어 보도
기사 정보원도 일반인이 39% 차지… 의사, 환자 순
정신질환 원인을 생물학적 요인 대신 사회심리적 요인으로 접근
서강대 연구팀, 최근 2년간 13개 일간지 분석 결과 내놔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관련 기사들의 보도 논조가 자살 및 우울증에 치중해 있으며 특히 부정적 논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인과 치료 방식에 대해 언급은 거의 없고 개인적 문제 측면에 대한 보도가 주를 이룰 경우 뉴스를 접하는 일반인들에게 해당 질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나은영 학장과 황애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행정원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7일 발간한 ‘보건사회연구’ 제38권 제4호에 기고한 ‘한국 언론의 정신건강 보도에 관한 내용 분석 연구: 뉴스 프레임과 기사 논조를 중심으로’에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최근 2년간 13개의 일간지에 보도된 기사의 ▲정신건강 ▲정신질환 ▲정신장애 ▲정신병 ▲우울증 ▲자살 ▲조현병 등 8개의 키워드로 관련 기사 1천 11건을 분석했다.

정신건강 관련 검색어로 살펴보면 자살이 511건(38.8%)가 가장 많았고 우울증 264건(20.0%), 정신질환 201건(15.3%), 정신건강 164건(12.4%), 조현병 82건(6.2%), 정신장애 47건(3.6%), 정신병 31건(2.4%), 조울증 18건(1.4%) 순이었다.

기사유형으로 분석한 결과 스트레이트 기사가 762건으로 75.4%를 차지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기획 기사 101건(10.0%), 칼럼 59건(5.8%), 인터뷰 16건(1.6%)이었다.

필자 유형의 경우 일반기자가 920명(91.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의료전문기자의 경우 21명으로 2.1%, 의료전문가는 22명(2.2%)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기사에서 중심적으로 언급되는 정신질환 관련자의 성별을 살펴보면 남성은 324건(32.0%), 여성은 124명(12.3%)로 나타났고 구분 없음은 562건(55.6%)이었다. 연령대는 성인 581명(57.4%)로 가장 많았고 이어 노인 271명(26.8%), 아동·청소년 76건(7.5%) 순이었다.

기사 내 사례의 국적은 국내 828건(81.9%), 해외가 126건(12.5%)로 나타났다.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주된 정서 빈도를 분석한 결과 공감이 112건으로 전체의 10.4%를 차지했다. 이어 희망 86건(7.9%), 공포 55건(5.1%), 불안 64건(5.9%) 순이었다. 기타로 분류된 69.6%는 부정적 기사 논조에 대해 공포나 불안을 유발하기 보다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기사 논조의 경우 중립적이 787건(77.8%)으로 가장 높았으며 부정적 논조가 148건(14.6%)인 반면 긍정적 논조 기사 수는 76건(7.5%)에 불과했다. 부정적 논조가 긍정적 논조의 2배에 이른다.

또 기사의 뉴스 프레임을 분석한 결과 인간적 흥미 프레임이 327건(3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갈등 프레임 185건(18.3%), 사회적 프레임 181건(17.9%), 의학적 프레임 78건(7.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정신건강 관련 뉴스 중 갈등 프레임이나 사회적 프레임으로 보도된 경우 부정적 논조가 높았다. 예를 들면 특정 사건이 발생한 경우 관련 정신질환자를 범죄나 폭력과 연관 지어 갈등 프레임이나 사회적 프레임 속에서 보도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은영 학장은 “특정 정신질환을 범죄 또는 폭력과 연관 지어 보도할 경우 범죄에 대한 사실보도는 피할 수 없으나 그 질환이 있는 ‘모든’ 사람이 그러한 범죄 또는 폭력에 개입될 수 있다는 편견과 두려움을 심어질 수 있어 특히 유의해서 기사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의학적 프레임이나 예방 프레임에서는 긍정적 논조가 높게 나타났다”며 “정신건강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면 정신건강 관련 이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팀은 또 미국 학자의 기존 연구결과 텔레비전에서 묘사되는 정신질환자는 드라마, 시사프로그램, 리얼리티 쇼 등 장르 구분 없이 보통의 미국 시민보다 10배 정도 더 위험하게 그려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화상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 정신질환자를 본 관객은 동정이 덜하고 시설 격리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등 부정적 시각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실제 2010년 국내에서 실시한 정신질환 관련 한국 지상파 3사의 텔레비전 뉴스 분석 연구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9년까지 668건의 분석 기사 중 과학적 연구결과를 언급한 기사는 97건(14.6%)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내에서 정보원의 유형도 일반인 39.5%, 의사 18.3%, 환자 혹은 환자 가족 15.2%, 연구자 8%, 경찰 6.6%, 정치인 및 국가 관련 기관인 3.8%, 유명인 3.3% 순으로 과학적 접근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정신질환의 원인을 유전적·생물학적 측면에서 찾는 경우는 3%에 불과했다. 대신 정서적, 사회적, 환경적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사회적 원인에서 찾는 경우가 51%에 달해 마치 정신질환이 정신력의 열등함이나 심약함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게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나 학장은 “지금까지 정신건강 언론보도를 다룬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일부 정신건강에 대한 보도 행태는 일반인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 해소보다는 정신질환은 낫지 않는 병이거나 사회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보도해 편견을 야기하고 있다”며 “많은 국가들은 미디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7년 관련 언론보도준칙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고 말했다.

황 행정원은 “정신건강의 바람직한 보도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실제 취재 담당 기자들뿐만 아니라 기사를 최종 결정하는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등과의 언론 준칙 수립,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 지속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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