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에 대한 단상: 센터를 중심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단상: 센터를 중심으로
  • 전민 기자
  • 승인 2019.01.09 0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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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c) 복지부

정신질환은 인류의 오랜 벗이다. 사실 정신질환은 인류가 생각했던 것보다 인류와 더 가깝게 오랫동안 인류과 함께 살아왔다. 이 명백한 사실을 자꾸만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정신질환이다. 직면하지 않으려는 것이 바로 노이로제이고 정신질환의 근본 원인이다.

기자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래됐다. 사실은 처음 센터라는 기관에 대해서 알게 된 순간부터 갖게 된 의문이다. 이것은 정신질환 자체에 대한 오래된 질문 하나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이것이다.

- 정신질환은 완치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과거 정신의학이 시작된 이래 아무도 정확한 답을 내리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감기나 폐렴, 암이 완치 가능하냐는 질문과는 다른 질문이다.

암이 발생하는 과정, 치료의 과정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어떻게 하면 된다 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암이 완치된다는 보장은 없다. 각자 환자마다 다른 예후를 보인다.

정신질환이 완치 가능하냐는 질문은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가 물을 인식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와 비슷하게 들린다. 물밖에 나왔을 때 비로소 물고기는 자신이 물 속에 살고 있었음을 자각한다. 정신질환으로부터 완전히 치유되었을 때 사람은 자신이 과거 병적 상태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무엇이 병적상태이고 무엇이 건강한 상태인가?

물과 밖은 경계가 명확하다. 매우 분명하다. 그러나 건강한 정신과 병적인 정신은 그 경계가 과연 명확하게 나뉘어지는가?

우리는 각종 사건사고들을 뉴스에서 접하고 또한 별의별 희한한 일들을 겪으면서 산다. 누구의 인생도 다 나름대로 유니크하다. 남들은 겪어보지 못하는 경험들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내 인생 또한 남과 다르게 독특하다. 내 경험만으로도 책 한권을 쓸 수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책을 쓸 만큼의 독특하고 고유한 경험을 한다.

그런데 건강한 정신과 병적인 정신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근본적으로 말이다.

이렇게 얘기할 순 있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은 병적정신으로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자/타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다 정신질환자는 아니다. 그 중에 일반범죄자가 더 많다. 그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에 부적응했으므로 일종의 정신질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보통 병실에서 보는 정신질환자들과는 많이 다르다. 명징한 의식을 가지고 있고 자존심이 있으며 사리분별을 할 줄 안다. 범죄자가 다 정신질환자가 아니듯 정신질환자가 다 범죄자일 수가 없다. 모든 직종군에 사기꾼이 있는 만큼 인격자도 존재하듯이 정신질환자 군도 그러하다.

우리는 지금 건강한 인격자를 좀처럼 보기 힘든 세상 속에 살고 있다. 다들 이런저런 노이로제 상태다. 그중 연약한 자들이 정신질환에 걸린다고 나는 본다.

사람들을 보면 다들 저마다 조금씩 거짓말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자기자신을 속이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을 속이는 것을 업으로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남을 돕는 일을 하는 직업군일 것이다. 가장 순수하면서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들 한다. 그러나 가장 기만적인 직업이 될 수 있는 것이 이 직업군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많다. 일일히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렇다면 센터가 지역사회나 환자들에게 끼치는 긍정적 영향은 무엇인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뭔가 있기 때문에 뭔가 하고 있으니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뭘 할 수 있는가?

답답한 일이다. 만날 정신질환자들의 범죄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도 센터의 예산을 늘리겠다거나 인원을 더 채용할 계획이라거나 정신보건서비스체계를 재점검하겠다는 뉴스가 들려오질 않는다. 국회의원들이라는 사람들도 정신보건서비스체계에 대해서 심도있게 접근하겠다는 사람들이 없다. 다들 증상만 나열하면서 떠들고 있지 정작 원인을 따지고 드는 언론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현재 센터의 인력으로는 관할 지자체의 정신질환자들을 절대로 커버할 수가 없다. 단적인 예다. 경기도 화성시의 인구는 7백 만 정도다. 이중 7만 명이 조현병 환자라고 단순 예상해보자. 그 밖에 양극성 정동장애, 심각한 우울증인 사람들을 포함해서 정신증환자(신경증 환자를 제외한)수를 추산하자면 어느 정도 되겠는가? 적어도 십만 명 정도가 정신증환자라고 하면 적은 숫자일 것이다.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환자들이 수백 명 정도라고 들었다. 십만 명 대 수백 명. 과연 센터가 있다고 해서 센터의 수십 명의 직원들이 적어도 1만 명이 넘는 환자들을 (그중 입원중인 환자를 제외해도 최소 1만 명은 될 것이다. 이것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있는 기관이 있는가? 과연?)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말이 되지 않는 수치다.

정신건강복지센터라는 게 존재하고 기능하고 있다. 그러니 정신관련서비스는 그쪽에 일임하면 되지 않겠는가? 참 편한 생각이다. 인력이 절대 부족한데 어떻게 그 많은 환자를 다 커버한단 말인가? 말이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지금 이런 근본적인 대책을 이야기하는 언론이 한 군데도 정말 단 한 군데도 없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줄여야 된다, 입퇴원절차를 엄격히 해야 한다... 정말 환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데가 없다. 당장 당신들의 친척들을 살펴보라. 팔촌 안에 정신질환으로 치료받거나 입원했던 경력이 없을 것 같은가? 분명히 있다. 다들 쉬쉬하고 말 안하고 있을 뿐이지 사실 정신질환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다.

정신질환은 인류의 오랜 벗이다. 사실 정신질환은 인류가 생각했던 것보다 인류와 더 가깝게 오랫동안 인류과 함께 살아왔다. 이 명백한 사실을 자꾸만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정신질환이다. 직면하지 않으려는 것이 바로 노이로제이고 정신질환의 근본원인이다.

참 딱한 일이지만 남의 나라 예를 들어보자. 영국의 경우, 영국이 사회보장제도가 유럽에서도 가장 잘 되어있다고  하는데, 영국의 경우 한두 명의 정신질환자를 한 명의 사회복지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인력이 풍부한 것이다. 솔직히 정신질환자 한 명을 케어하는데는 10사람도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영국은 적어도 1명의 환자에게 전담으로 1명의 사회복지사를 붙여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1명의 사회복지사가 60~70명의 환자를 담당한다. 케어가 될까? 무엇을 관리할 수 있을까?

센터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일단 만들어놨으니 정신건강관련은 무조건 센터에 맡겨버리면 된다는 식으로 행정하고. 그래놓고 예산은 항상 맨 끝에서 자투리 예산 받아먹으면서 인력 증원은 좀처럼 안 되고 이러면서 정신질환자 범죄 얘기 나오면 그냥 환자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마녀사냥이나 하고. 정말 한국사회 멋지다! 환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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