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 “미쳤다고 사람을 가두는 게 얼마나 사회가 미쳐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긴급 인터뷰] “미쳤다고 사람을 가두는 게 얼마나 사회가 미쳐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1.09 2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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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동료지원가 콜만·캐런 씨 내한 강연
회복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걸 의미해
동료지원가 필요없어지는 사회가 궁극적 목표
영국은 병동 내 폭력 있으면 해고…강박도 하면 안 돼
상처입은 치유자가 곧 동료지원가
다른 식으로 접근하고 질문하면 강제입원 피할 수 있어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영국의 동료지원활동가 두 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특별강연을 가졌다. 참여자는 당사자 동료지원가 론 콜만(61) 씨와 정신보건간호사이자 지원가인 캐런 테일러(56·여) 씨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료지원이 가지는 철학적 문제와 사회적 활동에서 부딪히는 실천적 문제들을 한국 강연에서 풀어놓았다.

© Working to Recovery 2019
© Working to Recovery 2019

그들은 회복은 자유로워지는 것이며 동료지원운동은 정치적 해방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역설했다. <마인드포스트>는 9일 이들의 강연이 있었던 인천국제공항 인재개발원에서 만나 그간의 소회와 동료지원활동운동의 궁극적 의미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론 콜만 씨 (c)마인드포스트
론 콜만 씨 (c)마인드포스트

-영국에서는 동료지원가를 국가가 양성하는가.

캐런 “아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체계가 아니라 자발적 민간단체다. 미국에서는 자격증 체제로 움직이는데 영국은 아직 아니다.”

콜만 “그건 동료지원활동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어떻게 내리는지에 따라 다르다. 체계화된 시스템은 아니다. 동료지원이라는 건 환자들 간에 필요로서 도와주는 거다. 비공식적인 지원이다. 자격증은 없다.”

-동료지원가는 어떤 활동과 역할을 하나.

캐런 “여러 기관들에서 일을 하는데 병원에서 일하는 분도 있고 지역사회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위기 상황일 때 위기에 대처하는 센터에서 일하는 동료지원가도 있다. 환청을 듣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는데 그 안에서 동료지원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리커버리 컬리지(recovery college)라고 해서 회복을 돕는 과정인데 거기서 일하는 동료지원가도 있다. 컬리지는 대학은 아니고 병원이나 데이케어(낮병동)에서 회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환자들에게 학습을 하는 컬리지를 말한다. 동료지원가들이 교과를 만들거나 강사를 하거나 한다.”

-동료지원가의 최종적 목표가 무엇인가.

콜만 “동료지원은 지속적인 여정(旅程)이지 궁극적이고 최종적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동료 네트워크를 대신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우리가 주체적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런 “나는 간호사 출신이라 동료지원가부터 시작하지 않았는데 동료지원가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다. 굳이 동료지원가라고 규정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스토리를 공유하면서 편하게 우리가 우리 얘기를 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정신병원 환자들을 제도적으로 돕는 IMHA(Independent Mental Health Advocacy·독립적 정신건강옹호)가 있는데 이것과 역할이 중복되지 않는가.

캐런 “다르다. IMHA는 행정적인 경우가 많다. 법체계가 잘못됐다든지 치료방법이 잘못됐다든지 하면 나서서 싸워주는 역할을 한다. 대신 우리는 같은 경험을 공유한 동료다. IMHA는 경험보다는 행정적 백그라운드다.”

콜만 “우리는 경험을 공유한다. 환자와 같이 하면서 우리는 공유하는 거다.”

-콜만 씨는 정신병원에 몇 번 입원했나.

콜만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7년 반 정도를 입원 상태로 보냈다. 십 년 동안은 병원 시스템 안에서 정신병 치료를 받고 7년 반은 입원한 환자로서 치료를 받았다. 이틀 퇴원했다가 다시 들어가기도 하고.”

-첫 발병이 몇 살 때였나.

콜만 “1981년, 24살 때다.”

-정신병원에서 인권침해나 모욕을 받았나.

콜만 “당연히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화를 내면 나를 바닥에 누우라고 한 뒤에 강제투약을 했다. 그렇게 나를 엎드리게 하는 행위 자체가 내겐 폭력이었다. 왜냐하면 10살 때 성폭력을 경험한 사람한테 엎드리라고 하는 건 엄청난 충격이었다.”

-10살에 성폭력을 당했다는 건 무슨 말인가.

콜만 “가톨릭 신부한테 성폭력을 당했다. 강제로 내가 치료를 받아야 됐을 때는 나의 트라우마가 떠오르게 된다. 전기충격요법도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40번을 받았다.”

캐런 테일러 씨 (c)마인드포스트
캐런 테일러 씨 (c)마인드포스트

-한국에서는 신체적 폭력이 심했다. 영국은 그런 시간을 지나왔나.

캐런 “폭력은 없다. 만약 환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발각되면 해고된다. 강박도 안 된다.”

-한국은 강박이 가능하다.

콜만 “한국에서는 강박을 하지만 영국에서는 화학물질 주사를 놓아 아웃을 시켜버린다. 격리실도 있다. 옛날에는 독방 같은 게 있어서 사용됐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콜만 씨는 퇴원하면 어디서 생활했나.

콜만 “그때 결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내에게 돌아가곤 했다. 안 좋은 상태일 때는 부모님한테 연락하는 게 너무 창피해서 일부러 연락을 안 했다.”

-어디서 생활한 건가.

콜만 “커뮤니티 내에 정부보조금이 들어가는 시설에 들어갔었다. 길에서도 산 적이 있다.”

-노숙자였나.

콜만 “아니다. 나는 노숙을 선택을 했다. 그렇게 안 하면 정신병동 체계로 다시 들어가야 하니까. 그것을 거부하고 싶었다. 정부가 보조하는 주택에 들어가는 것도 결국 그 시스템 내에 계속 있는 거기 때문이다. 난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길바닥에서 노숙을 했다.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면 나를 붙잡아서 다시 입원시킬 수 없지 않나.”

-콜만 씨는 회복돼서 동료지원가가 된 건가, 동료지원가 일을 하면서 회복된 건가.

콜만 “일단 처음에는 셀프헬프(self help) 그룹을 통해서 회복을 했다. 셀프헬프는 동료지원을 받는 형태의 하나다. 동료지원가 플러스 나 자신의 노력으로 나는 회복했다.”

-캐런 씨에게 묻겠다.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가 동료지원가라고 생각하나.

캐런 “그렇다. 왜냐하면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다. 보건 전문가든 동료든 자기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실제적으로 원주민이나 부족사회에서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 샤먼이 되거나 현자(賢者)로 불렸다. 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의도적으로 그런 상처를 느끼도록 교육을 받는다든지 그런 식으로 유도가 돼서 샤먼이 되거나 한다.”

-최근 한국에서 치료를 받지 않던 환자가 정신과 의사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이 있나.

캐런 “그렇다. 정신과 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살해를 당한 케이스는 좀 있다. 그걸 막기 위해 리스크 관리 제도를 도입해 통제하려다 보니 행정 일이 더 많아져서 사람과 현재에 집중하기 보다는 서류 입력과 문서 작업에 더 시간을 많이 보내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보통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가 환자가 무시를 당했다든지 자기의 목소리를 남들이 듣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증이 있을 때 환청을 듣는 상태라면 그걸 무시하고 생활하라는 게 (기존의) 치료방법이었다. 그 목소리를 인정하면서 그게 뭔지 우리 한번 살펴보자라는 접근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불행한 결과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콜만 “심장병 가진 사람이 당뇨병 환자를 몇 명 죽였냐고 묻지 않는다. 아무도 당뇨병 환자가 오늘 누구를 죽였다, 알코올중독자가 누굴 죽였다라고 안 한다. 통계를 보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누구를 죽일 가능성보다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죽을 확률이 더 많다. (그런데 실제 통계보다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누구를 죽였다는 것에) 거기에 대해 사회가 분개하지 않지 않나. 정부나 언론이 주는 메시지를 사회가 따라가는데, 언론이나 정부가 전하는 메시지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실제 일어나는 일보다는 정부와 언론의 해석이 들어가게 된다.”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날 때 영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나.

캐런 “요즘에는 조기개입 서비스가 있어서 처음부터 개입이 가능하다. 보통 대부분 6개월 정도는 치료 안 받는 상태가 진행되고 내 정신증이 발병하고 한 6개월 지나야 치료에 들어간다.”

-정신적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지낸다는 말인가.

캐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입원이 되고 대부분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치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내가 치료를 받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질 때까지의 기간이 6개월 정도 된다. 누군가가 데리고 병원을 가야 된다.”

-강제입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캐런 “강제입원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조금만 더 다른 식으로 접근했거나 다른 식으로 질문해보면 분명히 다른 선택이 있을 수도 있는데 강제입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콜만 “정신질환이라고 하지만 질환이라고 나는 보지 않는다.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 본다. 정신병원 다 문 닫을 거 같다. 왜냐면 정신병원이 이뤄내는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은 다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콜만 “미쳤다고 사람을 격리해서 가두는 것을 보면 21세기의 사회가 얼마나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정신질환이 아니라 약 때문에 발생한 정신증으로 분류될 수 있다.”

(c)마인드포스트
캐런씨와 콜만씨 (c)마인드포스트

-당신은 동료지원 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나.

콜만 “동료지원이 진정한 의미가 되는 것이 목표다. 왜냐하면 진단이나 의학적 시스템을 제거하면 궁극적으로 남는 것은 같이 존재하는 동료들뿐이다. 그런 것들이 궁극적 목표다. 어떻게 보면 정신과가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 동료지원가들에게 책무를 맡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당신에게 회복이란 무슨 의미인가.

캐런 “사는 것이다.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게 회복이다. 근데 실제 정신과 시스템 내로 들어간 사람은 살기 보다는 그냥 존재할 뿐이다. 약을 과다복용해서 제대로 깨어있지 못한 상태, 혹은 약을 너무 먹어서 졸립고 몽롱한 상태. 그런 상태나 상황은 전 세계의 문제이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정신장애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캐런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동료지원운동과 히어링보이스 운동이 한국에서 잘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콜만 “회복은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료지원운동이 해방 운동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정치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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