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망자 10명 중 9명은 자살 전 언어·행동 변화 보여
자살사망자 10명 중 9명은 자살 전 언어·행동 변화 보여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5.03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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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경고신호 보내지만 유족의 21%만 인지
자살사망자의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건강’ 가장 높아
보건복지부, 심리부검 분석 결과 발표

자살사망자의 90% 이상이 사망 전 언어와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자살 징후를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살 사망자의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건강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3일 보건복지부는 중앙심리부검센터를 통해 실시한 심리부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사망자의 유가족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 및 변화를 확인해 자살의 구체적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이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간 중앙심리부검센터로 신청·의뢰된 자살사망자 289명 사례를 분석한 것이다.

자살사망자의 92.0%는 사망 전 ‘죽고 싶다’는 말과 주변 정리, 우울 등 언어·행동·정서상태의 변화를 통해 자살징후를 드러내는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고신호는 자살사망자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 의도가 있음을 드러내는 징후를 의미한다.

반면 자살 유가족의 21.4%만이 고인의 사망 전에 경고 신호를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경고 신호를 인지한 유가족들도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자살 의사를 확인하거나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등 적절하게 대처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자살사망자의 상당수는 약물과 알코올 등 충동적 자극을 추구하거나(36.0%), 자해(12.8%), 자살시도(35.6%)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경제 문제, 가족·대인관계 스트레스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자살사망자의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건강 문제(87.5%) ▲가족관계(64.0%) ▲경제적 문제(60.9%) ▲직업관련 문제(53.6%) 순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 자살사망자 중 수면문제(62.3%), 체중 증가 및 감소(42.6%), 폭식 또는 식욕감소 문제(39.8%)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살사망자의 경제적 문제는 부채(71.0%)와 수입 감소(32.4%)가 주요 유형으로 나타났다.

부채 발생 사유는 생활비 충당(24.8%), 주택 구입(21.6%), 사업자금 마련(20.8%) 순이었다.

자살 경고 신호와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스트레스 요인, 자살경고 신호 등은 연령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청년기(19~34세)는 연애 관계 스트레스와 학업 스트레스, 그리고 성인기 이전의 부정적 사건을 경험한 비율(51.3%)이 타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중년기(35~49세)는 직업관련(59.4%) 문제와 경제적 문제(69.8%)가 높았고 특히 주택관련 부채를 포함한 부채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았다.

장년기(50~64세)는 직장 스트레스(59.7%)와 실업 상태로 인한 문제 및 경제적 문제 스트레스(64.9%)가 높았다. 이 연령대에서 정신건강 치료·상담을 받은 비율은 59.7%를 차지했고, 과거 자살 시도 경험이 48.1%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노년기(65세 이상)에는 신체 건강과 관련한 스트레스 비중이 80.6%를 차지했다. 또 혼자 지내거나 친구가 1~3명밖에 없는 등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경우가 타 연령대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자살유가족 중 352명의 동의를 얻어 자살유가족 특성을 조사 분석했다.

자살유가족은 자살사건 발생 후 일상생활의 변화와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의 88.4%가 사별한 후 일상생활의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정서상의 변화, 대인관계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정신건강과 관련해 유가족의 80.1%가 우울감을 느꼈고 이중 95명(27.0%)은 심각한 우울증에 해당했으며 일부 유가족은 수면 문제(36.4%) 및 음주 문제(33.8%)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가족의 63.6%는 고인의 자살로 사망했다는 것을 주변에 사실대로 알리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상대방의 충격을 염려해 유족의 부모 및 조부모, 자녀 등 가까운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심리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월 수립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충실히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 주변인의 자살위험 신호를 신속하게 파악해 대응하는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 교육 프로그램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청도 전국 경찰관서(254개)를 통해 자살사망 사건 수사 시 유가족에게 유가족 지원, 복지서비스 안내 등이 담긴 홍보물을 제공해 유가족 관련 지원 사항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전홍진 센터장은 “가족·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이전과 다른 언어적, 정서적, 행동적 변화를 보인다면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1577-0199) 및 정신의료기관 등 자살예방 전문기관에게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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