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스터디(Mad Studies)란 무엇인가
매드 스터디(Mad Studies)란 무엇인가
  • 이용표 교수
  • 승인 2019.01.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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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기존 정신의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신장애나 정신질환이 "아닌" 범주에서 '광기'를 바라보는 대안적인 관점을 소개합니다. 학문으로서의 광기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통해 당사자의 경험을 적극 반영한 새로운 접근의 연구 분야입니다. 국내에서는 한 번도 담론화되지 않은 '매드 스터디'가 이번 계기로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연재는 계속 이어집니다.

 

매드 스터디 (c) Mad Studies
매드 스터디 (c) Mad Studies

■ Mad Studies란 무엇이고 탄생 배경은 무엇인가

Mad Studies는 광기(madness)에 관한 학문이다. Mad는 사전적 의미로 ‘화난’ 혹은 ‘미친’ 등을 의미하는 형용사이지만, 많은 문헌에서 Madness를 줄여서 표현하면서 명사처럼 쓰는 경우도 있다. Mad Studies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mad의 명사형인 madness가 사전적으로는 ‘정신이상, 광기, 미친 행동’ 등을 의미한다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실제 광기로 포괄되는 말로는 서양에서 insanity, lunacy, frenzy, mania, melancholia, hysteria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 고대 문헌에서는 전증, 광증, 매병, 잉비 등이 있다.

그렇다면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광기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 앤드루 스컬은 그의 최근의 저작인 『광기와 문명』에서 사회적 시선으로 광기(Madness)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 우리 대부분이 지각하는 상식적 현실과 우리가 거주하는 정신적 우주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환각을 느끼거나 주위 사람들이 망상이라고 결론짓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 자기 문화의 관습이나 기대와는 철저히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면서 이를 그만두게 하려고 사회가 으레 동원하는 교정 조치에 무관심한 사람들, 낭비와 지리멸렬의 극치를 드러내는 사람들, 치매환자의 기괴하게 박탈된 정신생활을 보여주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광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주류 정신의학의 입장에서 하나의 저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이기 때문이다. Mad Studies에서 Madness는 정신의학에 의해 형성된 정상 대 질병이라는 지배적인 구조에 따르지 않는 중립적인 의미다. Madness는 지배적인 구조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사고, 기분, 행동 등의 경험의 범주이다. 따라서 언어적인 의미로 본다면 Mad Studies는 ‘광기에 관한 학문’ 혹은 ‘광기학’ 등으로 번역될 수 있다. 번역에 관한 문제는 학문집단이 형성되면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Mad Studies는 광기를 질병으로 인식하는 정신병리화(psychiatrization), 광기(madness) 그 자체, 광기의 억압과 작동, 그리고 정신의학담론과 반정신의학담론 사이의 논쟁을 하나의 우산 아래 모아내어 다양한 방식으로 탐색하는 새로운 학문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의 탄생과 유사한 경로 하에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장애에 관한 의료적, 개인적 해석에서 벗어나 장애 그 자체를 다양한 차원과 다학제적 연구방법으로 접근하는 장애학의 입장과 같은 선상에 있다.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은 1982년에 아윙 케네즈 졸라들에 의해서 미국에서 창시되었으며, 영국에서도 마이클 올리버를 중심으로 해서 크게 발전해 왔다. 현재 장애학을 형성‧발전시키고 있는 학술지는 미국의 『Disability Studies Quarterly(DSQ)』과 영국의 『Disability and Society』이며 새로운 학술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Mad Studies 탄생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2013년 캐나다에서 출간된 『Mad Matters』라는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2014년 영국 랭커스터장애학회의는 'Mad Studies'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6년에는 랭커스터 Mad Studies 회의로 명명된 회의가 개최됨으로써 Mad Studies는 국제적으로 좀 더 구체적인 윤곽을 형성하게 됐다.

최초로 Mad Studies에 관한 정의는 뉴욕의 시러큐스대학교 장애학 학생커퍼런스에서 Ingram(2008)에 의해 제시됐다. 그는 “Mad Studies란 정신의학적 사고, 행동, 관계, 그리고 존재 등에 대한 비판과 초월을 위한 조사, 지식생산, 정치적 행동 등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했다. 곧, 반정신의학의 지적 전통이 Mad Studies의 기본적 토대임을 명백히 하면서, 연구라는 지적 활동은 물론 정치적 행동까지 정의에 포함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 Mad Studies Networks의 당사자활동가 Lucy Costa(2014)는 Mad Studies의 정의, 형성, 그리고 향후 발전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Mad Studies는 우리 사회가 Mad, 정신의학생존자, 소비자, 서비스이용자, 정신질환자, 환자, 신경다양성, 수감자, 장애인 등으로 이름 붙이는 것과 관련된 “정체성 딱지”를 가진 사람들이나 그들의 경험, 역사, 문화, 정치조직화, 이야기, 글 등에 대한 교육, 연구 그리고 분석에 관한 영역이다. Mad Studies는 지역적, 그리고 국제적으로 조직화된 소비자/생존자 운동의 긴 역사로부터 성장했다. (‧‧‧)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혹은 정신보건전달체계, 연구, 정치 등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관한 우리 자신의 이론, 모델, 개념, 원칙, 가설, 그리고 가치 등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의는 Mad 당사자의 삶의 경험과 구조적 조건들에 관한 교육과 연구, 그리고 분석들을 중심으로 제안되고 있다. 이는 Ingram의 정의와 맥락을 같이 하면서 보다 당사자 중심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교육활동을 포괄하고 있다. 현재 Mad Studies가 형성기에 있기 때문에 그 정의에 관한 논의는 점차 보다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학의 전통에서 Mad Studies가 출현하였다는 점에서 장애학의 기본적 성격과 많은 부분에서 공유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며 새로운 영역도 나타날 것이다.

 

■ Mad Studies의 기본적 성격과 특징

기존 정신의학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정신질환, 정신장애에 관한 연구와 Mad Studies는 어떻게 다른가? 이를 밝히는 것은 매드 스터디의 기본적 성격과 특징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본 소개글에서는 LeFrançois, B.A., Menzies, R.J., Reaume, G. 등 3인의 공동편집으로 캐나다에서 출간된 『Mad Matters: a critical reader in Canadian mad studies』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을 요약하여 여덟 가지로 소개하고자 한다.

Mad Matters: a critical reader in Canadian mad studies (c) Amazon.ca
Mad Matters: a critical reader in Canadian mad studies (c) Amazon.ca

⑴ 정신의학담론의 지배에 대한 비판

정신의학담론은 단지 병원 내에 머물지 않는다. 정신의학담론은 사람들의 생각, 행동, 관계, 그리고 존재의 방식에 깊숙이 침투함으로써 지식 생산은 물론 정치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Mad Studies는 이러한 생의학에 기초한 정신의학의 반대편에 서있다. 그리고 동시에 당사자들의 경험과 문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Mad를 구축하자고 한다. Mad Studies는 정신 “보건”과 정신 과학의 영역에 있는 종사자들에 의해 형성된 억압적인 언어, 실천, 사상, 법률, 체계를 바꾸고, 보다 포괄적인 문화에서 이에 맞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⑵ 학제간 연구

Mad Studies는 특정 학문분야에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다양한 학문분야에 걸쳐져 있다. 역사적으로 정신의학에 대한 저항은 다양한 학제와 현장에서 시작됐다. 현재 상황에서 그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 명확치 않다고 하더라도 분명 Mad Studies는 출발에서부터 장애학과는 깊은 상호 관련성을 맺는다. 정신의료와 “정신보건”을 겨냥한 비판적 학문이 법, 사회학, 심리학, 역사, 철학, 교육, 의사소통, 영문학, 문화 연구, 여성과 젠더 연구, 사회법학, 장애학, 사회복지 분야와 함께 건강 연구, 과학, 의학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

⑶ 당사자의 경험에 토대로 둔 접근방법

Mad Studies는 정신의학 권력으로 삶이 붕괴된 사람들의 주관성, 언어, 경험, 열망 등을 그것의 주요 원천, 영감 그리고 존재 이유로 삼는다. 곧, 당사자들의 경험과 문화를 분석대상으로 한다. Mad Studies는 지금까지 이어져온 당사자 운동의 행동주의와 비판적 지식의 토대가 없었다면 이룩될 수 없었을 것이다. 캐나다의 Mad Studies, 정치적 가치, 고전적 텍스트, 방법론, 의사소통의 형태, 그리고 운동의 청사진은 모두 당사자 문화와 역사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출현했다.

⑷ 비판적 교육활동

Mad Studies는 지식의 급진적 공동생산, 순환, 소비로 이뤄지는 비판적 교육 활동이다. Mad에 관한 지식은 그동안 정신의학 전문가들에 의하여 생산돼 왔다. 설령 정신의학전문가가 아닌 사람에 의해 지식이 생산되었다하더라도 그 지식을 일반적인 지식으로 인가하고 통제하는 영역은 정신의학영역이었기 때문에 유통되고 소비되기 어려웠다. 곧, Mad Studies는 대항적인 지식을 당사자와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교육활동으로 기능할 수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매체는 이와 같은 비판적 지식활동을 견지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⑸ Mad와 자본주의 권력관계의 분석

Mad운동은 Mad와 관련된 권력체계에 대한 저항이다. Mad Studies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어떻게 정신의학적 지배를 만들고 재생산하는지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Mad Studies는 신자유주의와 생물학적 정신의학 사이의 다양한 상호적 관련성을 분석해야만 한다. 민영화, 소비자주의, 재정 긴축, 복지예산의 삭감 등을 기조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개인과 정부 간의 새로운 제한적 관계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변화는 “정신질환”을 자기 관리와 전문기술의 관리,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강압적인 개입을 통해 관리되어야 할 순전히 개인의 문제로 만든다. 곧, 인간의 정신적 고통을 만드는 근본적 구조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없이, 자가검진하는 새로운 종류의 정신의학 소비자를 생산함으로써 사회문제의 의료화를 가져왔다고 본다.

⑹ 사회적 억압의 도구로서 정신의학 비판

Mad Studies는 계층, 성별, 인종, 장애, 연령, 문화, 국적, 성적 취향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사회경제적, 정치적으로 교차하는 것을 조장하고 증폭시키는 정신의학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동성애는 정신의학에 의하여 정신질환으로 간주됨으로써 사회적 억압에 직면하고, 남성에 비하여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여성우울을 유전적, 체질적 문제로 전환시킴으로써 성적 차별은 은폐된다. 이렇게 교차성(intersectionaity)은 인종, madness와 같은 사회 정체성이 어떻게 성차별주의와 이성애주의 같은 억압과 교차하게 되는지 분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교차성 분석은 madness, 정상, sanity의 지배적 구성체가 차이에 대해 지나치게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인 구성체(지배/복종, 좋은/나쁜, 위/아래, 우세/열등)를 형성하게 함으로써 본질에 관한 인식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인식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

⑺ 목표로서 정신건강산업의 재구조화

Mad Studies는 거리, 학교, 인터넷, 인쇄 매체 등을 통해 법정이나 관공서 및 병원에서, 또는 지역 사회조직에서 행해지던지 여부와 상관없이 정신건강산업의 급진적 재구조화를 추구하는 폭넓은 혁명적인 프로젝트의 일부다. 종국에서는 사고의 패러다임, 지식과 의사소통의 지배체계, 정신의학의 권력관계를 구현하고 유지하는 제도적 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 이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반정신의학과 해방운동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정신건강영역의 안과 밖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정의를 위한 투쟁은 정신의학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려는 작업이다. Mad Studies는 비판적인 지적 작업을 통하여 정신의학권력과 그것이 형성한 체계의 모순을 드러내고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⑻ 대안공동체의 모색

정신의학이 정신질환이라는 딱지를 붙여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고통, 분노, 절망을 견딜 수 있고 극복 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감각과 어떤 희망을 제공 할 수 없다면 Mad Studies도 거의 의미가 없다. 21세기 정신의학은 보살핌, 접촉, 인간다운 삶의 요구에 대하여 공허한 억압과 항정신성의약품과 제도적 억압으로만 대응했고, 당사자의 삶은 상실되고 버림받았다. Mad Studies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안적인 사회의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Mad Studies는 현재의 고통과 불의의 세계에 참여하고 그것을 변화 시키는 동시에 "정신건강과 질병의 패러다임을 피하기에 충분한 용감하고 도덕적인 사회를 꿈꾸며, 진정한 공동체와 진정한 도움의 창조로 그 패러다임을 대체해야" 한다.

Mad Studies는 당사자들의 물화(物化)와 대상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병이건 관계로 인한 고생이건 스스로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곧, Mad Studies는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지식생산, 정치적 행동, 기존 전문가 실천에 대한 시정 등을 포함한 혁명적인 활동이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에서 Mad Studies가 꽃피우고 열매맺기를 기대하면서 소개글을 마친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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