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입원만으로 우리는 치유되지 않는다
강제입원만으로 우리는 치유되지 않는다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9.01.14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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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 완화하자는 주장 논지 불씨 생겨
당사자에게 자율적인 환경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
낮병원의 활성화와 역할 강화가 필요

“정신질환 범죄가 생길 때마다 겁이 납니다. 모든 정신질환자들이 범죄인들로 보이고 그들의 눈길조차 마주치고 싶지 않습니다. 병 증세가 심한 그들을 섬에 격리조치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해 정신질환자들을 병 완치될 때까지 수년간 장기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비용은 정부나 지자체가 해결하고요. 정신질환자들은 왜 그렇죠? 하루라도 사고 안 치면 안 되는 것인가요? 그들에 대한 해법이 나와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오성(40)씨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이런 두려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TV나 신문 언론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은 범죄자로 매도당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본질에 따라 그 개요를 설명해야 하는데 오직 결과에만 치중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자가 왜?' '죽였다' '살해' 등 사건의 배경은 삭제된 채 편파적인 내용만 둥둥 떠다니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따지지 않는다. 결과에 따른 이중적인 잣대만 들이댄다. 그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고(故) 임세원 교수의 죽음은 억울한 죽음이었다. 정부나 사회에서는 그의 의연한 죽음을 의인의 죽음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순교'라는 표현도 나왔다. 이후 국회의원들은 해결책으로 병원의 보안강화와 정신질환자 특별 관리에만 초점을 맞춘 법안을 줄줄이 발의했다.

국회의원들은 임세원법을 발의하면서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안 발의에 목을 매고 있다. 의도야 어쨌든 당사자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임세원 교수가 바라던 편견없고 사회적 낙인 없는 정신과 치료의 유지와는 동떨어진 기회주의자들의(?) 법 개정 천국이 됐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에서는 “폐쇄병동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6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입원 요건을 까다롭게 했기 때문에 이 같은 범죄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강제입원을 시키기 위해서 보호의무자 2명과 전문의 1명의 판단만 있으면 됐는데 개정 이후에는 보호의무자 2명과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 2명의 판단이 필요하도록 했다.

전체 범죄율을 따져보면 정신질환자(0.08%)가 일반인 (1.2%)에 비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15분의 1에 불과하다.

법 개정 이전으로 돌아가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보호자 동의에 의한 강제입원을 규정한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과 2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정신질환 당사자와 의료진도 이전의 강제입원 방식이나 강제입원 요건 완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강제입원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에게도 인권이 있는데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강제적 제압으로 입원시키는 것은 우리의 존엄할 권리를 탄압하는 겁니다. 강제입원 경험이 있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강제입원은 결코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형식뿐인 병원 내의 교육은 오히려 우리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강제입원 경험이 있는 당사자가 왜 그토록 병원에 가지 않을려는지 이해하는 노력이 정말로, 정말로 필요합니다.”

당사자 조윤형(28)씨의 토로다. 당사자에게 무조건식 치료가 답이 아니라는 얘기다. 당사자들의 병 상태에 대한 인식, 인권에 대한 존중, 역량 강화 등 복지와 재활의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낮병원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낮병원은 오전과 오후 커리큘럼을 짜서 당사자들이 사회복귀 의지를 강화시키고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당사자들끼리 친목과 교재의 시간을 가져 본질적인 치료의 길로 나서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조모임을 만들고 그들끼리의 합의된 사유에 따라 움직이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신장애인의 범죄 예방 차원에서 그들을 강제입원시키자는 전근대적 정책 제안 대신 이들이 사회적 낙인과 편견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아무리 좋은 의견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지자체마다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지만 인력이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복지사 1명이 100명이 넘는 환자를 맡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돌봄은 커녕 관리도 안 된다는 의미다.

탈원화 정책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문제점을 지자체가 인식해 이들이 좀 더 여유 있는 인력과 복지적 혜택으로 복지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제입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요한 건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인간적 존엄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그 역할을 해 줘야 한다. 치유는 먼 데 있지 않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사회적 시선이 정신장애인들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주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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