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곁당] "음악에는 편견과 차별이 없습니다"
[당곁당] "음악에는 편견과 차별이 없습니다"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9.01.18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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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합창단 용인시정신건강복지센터 프로그램 담당 조우리 간호사
자기 음색만 고집해서는 안 돼... 함께 조화로운 음색을 추구해야
음악을 통해 비정신장애인과 심리적 교감 능력 함양
20~60대로 구성... 가족 같은 집단적 화합에 초점

“서로 간의 음색에 따라 화음 파트가 정해집니다. 당사자와 비당사자 구분 없이 음색이 조화돼 생명력이 도는 노래를 탄생시킵니다. 당사자들의 애절함이 음악 사이사이 실려 무대를 세밀하게 하고 또는 강인함으로 무대를 웅장하게 수놓습니다. 당사자와 비당사자의 심리적 화합은 음악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한마음합창단 프로그램 담당 조우리 간호사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음악 세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한마음합창단은 지난 2014년 10월 용인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당사자들의 재활 지원과 정서적 함양을 고취시키기 위해 주간재활프로그램 일환으로 시작됐다.

현재 총 45명이 활동하고 있다. 당사자와 자원봉사자(비당사자)의 비율은 50대 50이다. 합창단원들의 음악활동은 회원 스스로가 가진 예술적 표현 능력을 키우고 자활의지에 새로운 힘이 됐다는 평이다.

“우리 합창단은 당사자와 자원봉사자가 서로 구분 없이 자리에 앉게 합니다. 중요한 건 자신만을 내세우고 않고 화합을 맞추는 데 치중합니다. 자신이 맡은 파트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도록 했고 연습시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악보 보는 연습, 피아노의 순번 따라가기, 호흡 등을 가르쳐 주죠. 스스로 연습을 통해 ‘우리도 화음의 하나다’라고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겁니다. 일종의 프로정신의 고취죠. 연습시간에는 되도록이면 스스로 합창 의미를 깨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에게는 당사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없도록 인지적 교육을 시켰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언제라도 마주칠 수 있는 이웃이라는 사유를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그 교육을 통해 비당사자들인 자원봉사자들이 당사자에게 한걸음씩 다가섰다.

처음에는 대화도 통하지 않을 거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지만 함께 음악을 공유하면서 당사자들의 재능 또한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당사자 가족들까지 합창단에 합류하면서 한마음합창단은 정신장애인 문화운동의  중요한 그룹이 됐다.

“센터에 등록된 당사자들이면 합창단의 단원이 될 수 있습니다. 대신 증상 관리에 투철해야 하며 망상과 우울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 역시 철저해야 합니다. 또 노래를 좋아하는 당사자라면 합창단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테스트 과정은 통과해야 되지만요. 합격, 불합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화음을 정하기 위한 간단한 코스입니다. 양보심도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이 파트만 할 거라는 집착은 위험하죠.  당사자들의 작은 양보심이 한마음합창단의 성장의 기틀이 됩니다.”

합창단의 연습은 매주 월요일 90분씩 진행된다. 그때는 당사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협력 모델을 통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고되지만 순수한 음악적 노력을 통해 거리 공연과 합창 대회, 기념 공연이 이뤄진다.

거리 공연은 센터에서 기획하고 허가 받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센터 앞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버스정류소 앞에서, 또 어떤 날은 시내 중심가에서 즉흥 음악공연이 열린다. 그러면 그 공간은 어느새 '난장'이 된다. 무심히 지나치던 사람들도 노래가 주는 어떤 힘에 이끌려 당사자들의 공연을 오래 지켜보기도 한다. 합창단이 부르는 가곡, 민요, 팝은 '난장'에서 열리는 우아한 감동이 되어 버린다. 그곳에는 편견도 차별도 없다. 인간으로서 하나가 되는 공간이 건축되는 것이다.

한마음합창단은 합창대회에도 참가한다. 장애인 음악제와 일반 음악제를 가리지 않는다. 이 참여의 의미는 내면적 성장과 사회적 경험을 획득하는 데 있다. 기념공연도 그렇다.

“저희 합창단의 연령층은 20대부터 중년, 은퇴 연령층 등 다양합니다. 거기서는 스스로 특출하다고 자부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들의 그 과정에서 장점을 발견하고 집단적 화합에 초점을 맞춥니다. 다양한 연령층이라서 그런지 가족적인 분위기도 형성됩니다."

한마음합창단은 장애인예술 경연대회에서 2015년 금상, 2016년 은상 등 다수의 대회에서 상을 수상했다. 비정신장애인들이 하는 일반 대회에도 참가했다. 2017년과 2018년 춘천전국합창대회 참가는 하나의 모험이었고 긍정적 경험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인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한마음합창단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예산은 센터에서 책정돼 지원된다. 합창 대회에 한 번 참가하려면 생각 외로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센터는 그렇지만 합창단의 회복 의미를 알기 때문에 최대한 예산이 적절히 지원되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지역센터의 재정이 열악하지만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회복을 위해서라면 무언가 지원하고 싶다는 게 센터 입장이다. 

이 합창단 총괄 지휘를 맡고 있는 엄인준 씨는 합창계의 중견 지휘자다. 현재 그는 용인시한마음장애인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다. 또 중랑구립 라온제나 실버합창단, 경기도 광주시 한소리장애인 합창단, 햅시바 여성 합창단에서 지휘를 맡고 있는 걸출한 음악인이다.

그는 “합창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호흡해야 하고 함께 노래하는 만큼 더 많은 집중력과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를 통한 성취감을 느끼고 단합된 마음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슬픈 노래도 아름답게 표현해야 하는 합창의 특성을 통해 슬픔과 우울을 달래주고 마음의 아픔을 소리나 노래로 풀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리 공연에서 시민들은 감동을 느낀다.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으로 분류돼 세상으로 나올 수 없었던 많은 당사자들이 가장 깊은 절망에서 건져올린 음색으로 공통의 노래를 부르면 시민들은 박수를 보낸다. 애초부터 그런 걸 바라고 시작한 음악은 아니지만 이들의 공감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삶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동한다.

조우리 간호사는 “금년에는 소수의 실내 오케스트라처럼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몇 개의 중찬단을 만들려고 한다"며 "당사자와 비당사자 구분 없이 화합하는 중창단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늦게 합창단에 합류한 조 간호사는 "당사자들의 꿈을 알기에 그 꿈을 지키고 키워주고 싶다"고 밝혔다. 말하지 않아도 가장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예술의 한 표현인 음악을 통해 당사자들은 오늘도 치유와 삶의 길로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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