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상황 전 치료는 불법인가…한 정신과의사의 고뇌
응급상황 전 치료는 불법인가…한 정신과의사의 고뇌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1.18 20: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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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인권보호를 내세우며 정신질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막고 가족들을 불법 행위로 내모는 것은 국가의 묵인과 위선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안준호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7일 지역 일간지 경상일보에 게재한 ‘국가의 위선, 국민은 참아야 하나’ 제하의 칼럼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정신병이 생기거나 재발하여도 치료를 시작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31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가 내담자에 의해 피습 사망한 이후 정치권은 의료실 대피로 마련, 비상벨 설치 등을 설치하는 등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망상 등으로 현실 판단력이 손상된 환자의 범행은 처벌을 강화한다고 막을 수 없다”며 “진료실 내 대피통로나 비상벨 설치도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신의료제도의 문제의 계기로 2001년 대법원 판결을 지적했다. 당시 대법원은 정신과 전문의 대면 진료 전에는 환자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안 교수는 “자신의 병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의 특성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이로써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병원에 데려갈 방법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시행되는 수만 건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보호입원) 중에 인권침해 사례가 있다고 보호자의 환자 이송 방법을 차단했다”며 “이젠 응급상황에서만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정신질환이 심각해도 응급상황 전에는 치료를 시작할 수 없는 시스템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며 “이렇게 중대한 문제가 어떻게 오랫동안 불거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비결은 국가의 묵인과 방조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가족 여러 명이 억지로 (환자를) 데려오거나 사설구급대를 이용하면 불법”이라며 “소송이 발생하면 국가는 짐짓 현실을 모르는 척 강제이송을 문제 삼아 처벌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의료공백을 해결하려면 경찰 등 공권력이 도와줄 요건과 절차를 마련해야 하는데 복지부 대응방안을 보면 뚫린 창문을 내버려두고 창틈만 메우는 것 같다”며 “‘정신과적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은 말 그대로 응급상황에만 한정되고 ‘퇴원 환자 관리 강화’는 구체적 방법이 없으며 ‘외래치료명령제도 강화’도 역시 보조적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방법들의 한계는 기존 사건을 지금의 현실에 적용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며 “가족들이 치료를 요청한다면 국가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정부의 답변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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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수 2019-07-15 07:18:42
범죄저지를거같은사람 미리 잡아다 구속시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