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가 타자를 존중할 때 우울증 환자도 치유됩니다
공동체가 타자를 존중할 때 우울증 환자도 치유됩니다
  • 김경태
  • 승인 2019.01.23 19: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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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불안증 환자 김경태 씨의 '우울증' 이야기
밖으로 친근하지만 속으로는 두렵고 우울
우울증은 '나약하기 때문'이라는 편견 사라져야
세계에서 모두 취약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존재...다름 인정해야
(c) bp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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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청주시에 위치한 직업훈련기관인 '한국산업연수원충북직업전문학교'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실업자 훈련생을 교육하고 취업 도우미 역할을 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김경태입니다. 그리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김경태이기도 합니다. 현재 27세이며, 우울증은 17세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부정적인 인식하는 우울증에 대해 제 사례를 용기내어 공개함으로써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저는 우울증, 불안증, 공황증을 겪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를 만나거나, 함께하고 있는 지인들은 제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대체로 "네가 왜?" 혹은"네가 어디를 봐서 우울증이야?"와 같은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바깥으로 보여지는 제 모습이 활발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면서 친근감 있는 모습이기 때문일 겁니다.

우울증은 내면의 고통...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판단 말아야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비춰지는 일면의 모습일 겁니다. 바깥에서 집에 돌아온 후 이면의 저는 바깥에서 비춰지는 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울증이라는 것은 상당히 독특한 무엇입니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면 누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바깥에서 볼 때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은 일반적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한 이후 사람들은 저에게서 우울증이 발생한 것에 대한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이들은 "네가 너무 나약해서 그래." 또 어떤 이들은 "다들 참아내고 있는 것을 네가 참지 못해서 그래"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제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울증이라는 것에 대해 '나약함', '의지 부족' 등 부정적인 부분으로 국한하여 원인을 파악하려고 든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리 생각하면, 조언을 해주는 상대방은 타인의 다름을 틀린 것으로 인식해 조언을 받는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거나,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모두가 똑같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다름을 존중해 달라는 의미이며 사회가 이를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형식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대체로 큰 틀 안에서 일반적 성향을 가진 존재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면  하나하나의 존재자가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정신장애를 부정적 시선으로 접근하면 위험

결국 우울증이라는 것은 다른 성향을 가진 타자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부족한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됩니다. 저를 예로 들면, 저의 외모는 키가 크고, 그만큼 덩치도 큰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회가 바라보는 저는 매우 친근감 있고, 활발한 사람이며 큰 일을 과감히 처리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본래의 저는 감정적으로 매우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입니다. 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를 먼저 생각하고 항상 숙고한 후에 행동하는 '신중파'이기도 합니다. 소심하다는 말로도 표현될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지나친 고민과 신중함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저의 우울증은 바깥에서 보여지는 부분과 보여지지 않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서로 다른 나'라는 존재 양쪽의 간극이 벌어지며 괴리감에서 오는 고통입니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대끼고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에서는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마음의 병인 것입니다.

그리고 우울증은 현대질환이 아닌 집단생활을 시작해 온 원시시대 때부터 꾸준히 존재해 온 것이기도 합니다. 개인이 타고난 성향의 차이에서부터 발생하는 문제인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우울증은 내 기분에 따라 타인에게 고통을 주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남을 해치지 않고, 모든 좋지 않은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는 성향의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고통의 원인을 사회적 모순이 아닌 개인 안에서 찾으려하다보니 스스로를 상처내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고통을 숨기기 위해 바깥에서는 더욱 더 활발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대부분 살아가려 합니다. 저와 우울증 당사자들은 삶을 열심히 개척하고 살려는 의지가 있고, 변화하고자 하는 믿음을 가진 진취적인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미디어가 우울증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 조장을 하는데 그들이 과연 우울증의 병적 특성을 알까 싶습니다. 모른다는 것, 즉 무지는 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생산합니다. 이는 곧 배제와 차별로 이어지겠지요. 지금까지 미디어는 그런 방향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왔습니다. 시급히 이 같은 시선이 바로잡혀야 하며 미디어가 정신장애를 두려움과 위험으로 포장하는 관습이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우울증은 타인 해치지 않아...긍정적으로 치료받아야

저는 이 글을 통해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빠른 시간 안에 검사와 치료를 받기를 조언하고 싶습니다. 또 우울증을 겪지 않는 분들도 우울증을 가진 이들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구성원으로 받아줘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세계의 상처에 취약한 개인입니다. 서로를 위하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사회는 더 나쁜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때,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울증을 가진 이들도 증상을 부인하기보다 긍정함으로써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 타자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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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1-27 00:41:54
모두 함께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요. 따로또같이 유기적공동체로 역할해야합니다. 당사자가 있는 자리에서 제몫 다하면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사라집니다. 나도 한달 우울증 아팠습니다. 낮밤이 바뀌었지만 나름 규칙생활하려 애씁니다. 긍정마인드 열정의 삶을 살아야지요. 내가 아프면 이웃에 의존하는 것도 관계입니다. 증상을 부인하기 숨기기보다 오픈함으로써 이웃에 손을 내밀어 움직여야겠어요 비타민디 햇볕이 우울에 도움된다네요.

나도 아이캔트두잇 대신 아이캔두잇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