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 이정하 “동료지원활동가 운동은 정신장애인의 정치적 해방운동”
[긴급 인터뷰] 이정하 “동료지원활동가 운동은 정신장애인의 정치적 해방운동”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1.20 22: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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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 긴급 인터뷰
정신과 진료실 안전문제는 구조적·시스템적 문제
치료적 환경에 대한 근본문제 성찰하고 환경 바꿔야
왜 강제로 치료받지 않으려 하는지 성찰해야
관리 대상으로 법조항 강화하면 낙인 더 심해질 것
정신건강센터에 환자 인적사항 고지는 인권침해
동료지원제도, 당사자활동 국가가 지원해야
현재 부재하는 응급입원 시스템 구축해야
절차보조사업에 정신보건계가 협조해야
중증환자 서비스하는 공공병원 늘어나야

지난달 31일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내담 온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정신과 진료실 대피소 설치 등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들을 앞다퉈 내놨다. 이 중에는 정신장애인이 퇴원할 경우 그 인적사항을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보건소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법안도 나왔다.

또 정신의료계에서는 사법입원을 통해 판사가 그 입원 유무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흘러나왔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적 논의 속에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는 빠져 있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정신장애인은 관리의 대상이었을 뿐 정치적 주체나 정신보건서비스 시스템의 소비자로서의 위치를 점해본 적이 없었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언제나 정신장애인은 마녀 사냥의 형식으로 인격권까지 침해당해왔다. 정신장애인 그들이 원하는 욕구와 소망 등에 대해서는 사회가 귀를 막고 듣지 않으려 했다. 격리와 배제의 골은 그간 너무나 깊었다. 열악한 치료적 환경 속에서 여전히 8만여 명의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서 나오지 못하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마인드포스트>는 정치권의 담론화된 격리와 배제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문제를 던져보고 싶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를 만난 건 그 연장선상에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신과 진료실에 대피소를 만드는 것, 비상벨 설치까지 국가가 나서서 설치해주라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시각이지 않나.

“지금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강북삼성병원의 경우 대피시설이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은 거기 안전장치가 없었던 게 아니다. 안전장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문제다. 그 지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시스템은 어떤 걸 의미하나.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적 낙인이다. 국민의 정신질환을 인식하는 거. 굉장히 편견이 지대하다. 왜 임세원 교수님이 피살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안 돼 있다. 그렇게 진료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면 고인의 유지와 반대가 되지 않을까. 고인은 차별 없는 치료, 낙인이 없는 사회를 말했는데. 진료실 강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료적 환경에 대해 근본문제를 성찰하고 환경을 바꾸는 게 먼저여야 한다.”

-실제 정신과 의사들이 내담자로부터 신체폭력,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 않나.

“정신과의사뿐만이 아니라 많은 직역들, 직군들, 직업들에 그런 일이 많다. 정신과 의사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 그건 사회적 낙인과 관련이 깊다. 모든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급성기 환우들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위험에 노출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것들을 직면하지 않고 직업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급성기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위험한 게 아니라 그 사람 스스로가 위험한 상태다. 급성기 환자들이 중증환자이기 때문에 폭력의 프레임으로 보면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외래치료명령제가 강제관리의 형식이어서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있다. 동의하나.

“동의한다. 외래치료명령제는 자기결정권의 침해다. 외래치료명령제가 현재 법안에도 있다.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지 않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외래치료명령제가 실행될 인프라가 돼 있지 않고 제대로 지역사회와 연계가 돼 있지 않다. 이건 용어부터가 문제다. 왜 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으려 하는지, 그 근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외래치료명령제라는 용어도 바뀌어야 한다. 강제치료나 강제입원은 반드시 후유증을 낳게 된다. 강제입원의 부작용은 강제입원을 했던 당사자가 나중에 범죄자가 된다. 강제라는 것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거다. 그것이 원인이 돼서 어떤 사람은 그로 인해 원한이 생긴다. 그래서 강제입원으로 인한 원한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가 아니라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시스템이 잘못돼 있어서 시스템에 의한 범죄가 일어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만 자꾸 법을 만들려고 하면 치안적 의미가 된다. 치료적 의미다 아니다. 치료적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까를 고민하고 그걸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외래치료명령제는 좋은 의미가 있다. 치료비를 지자체가 대고 국가가 부담한다는 공공적 성격이 있다. 그러면 거기에 맞게 용어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치료명령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퇴원 후 지속치료서비스 등이 있다. 부정적인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 용어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분명히 그로 인한 시스템의 피해자가 생기게 된다.”

-외래치료명령제에 대한 대안적 용어는 생각해 봤나.

“이런 제도를 만들 때는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자들인 당사자들과 논의를 해서 만들어야 한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건 범죄자에 대한 관리다. 그 관리는 보호관찰소가 있고 치료감호법이 있다. 치료감호법에 들어가야 할 내용들이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장애인들이 적용받는 법률이다. 마치 범죄자처럼 관리대상으로 하는 법률적 조항들이 강화되면 낙인은 더 심해진다.”

-정신장애인이 퇴원 시 관련 인적사항과 개인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보건소에 통지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보호자나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부분을 삭제시켰다. 이는 어떤 차별적 행위인가.

“그건 완전히 반대다.”

-무슨 말인가.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당사자가 퇴원 이후에 의료진이 보기에 지속치료를 하지 않을 거 같다고 해서 (인적사항을) 통보한다는 건 엄청난 인권 침해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동의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먼저 만들어놓고 해야지 (법부터) 만들어놓으면 안 된다는 거다. 범죄자는 범죄자에 대한 법률이 따로 있다.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 질환으로 인해 아픈 사람들에게 그런 법률 조항은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

-일반 대다수 사람들은 통제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더라.

“그들은 당사자가 아니니까.”

-시스템적 대안이 있나.

“동료지원제도, 당사자 활동가 지원 등을 확대하는 것이다. 인프라를 만들고 행정절차를 늘리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사회적 공적 자금을 당사자에게 투자하라는 얘기다. 동료지원가에 대한 공식적 지원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역에서 고립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퇴원을 하면 동질성을 가진 집단과 소통할 수 있도록 그걸 제도화해야 한다. 그게 지금의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쟁점이다.”

-응급입원을 제외한 모든 형태의 강제입원은 폐지돼야 하나.

“응급입원은 그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강제입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법률조항에 있다. 72시간. 지켜지고 있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응급시스템이 없다. 한국 정신보건의 쟁점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응급시스템이 없다는 거다. 응급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어떻게 응급시스템을 구축돼야 하냐면 정신보건전문가, 회복한 당사자들이 가장 잘 이해하는 집단이다.

그런 사람들이 위기 대응 모델을 만들고 위기 상황 때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권화 시켜야 한다. 지금 현장에서는 응급환자들을 납치하듯이 해 왔다. 응급환자들과 소통하는 법도 없었고 대하는 법도 모르고 왜 조절이 안 되는지에 대해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걸 먼저 만들어야 한다.”

-납치한다는 건 무슨 말인가.

“사설응급이송단 부르지 않나. 강박을 시키거나 포박하는 식으로 폐쇄병동에 입원시켜서 사지강박하고. 짐승에게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아픈 환자들한테 심한 폭력적 행위를 해 왔다.”

-응급입원의 대안적 시스템이 광역별로 응급대응 거점센터의 구축인가.

“그렇다. 지역정신건강센터와 경찰서, 그리고 119구급대원이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동시에 기반을 만들고 이 정신보건 응급시스템 안에 반드시 동료전문가들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위기 상황에 훈련된 동료전문가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입원 이후의 치료적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지 않나.

“그렇다. 입원하려면 갈 만한 병원이 없고 퇴원하고서는 갈 데가 없다. 지금 병상이 많이 줄고 있지만 지금도 입원병상은 많다. 지금의 정신과 폐쇄병동 치료환경은 치료환경이라기 보다는 감옥하고 비슷하다. 감옥이나 폐쇄된 환경, 인간의 기본권,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치료적 환경은 치료 환경이 아니다. 지금 치료 환경이 없다는 게 맞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치료 환경이어야 한다. 그래야 강제가 사라지지 않겠나.

당사자들이 원하는 치료환경에 대해 들어보고 당사자들이 정신건강서비스의 패러다임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정신건강서비스의 이용자이면서 고객이고 소비자다. 그런데 소비자의 목소리가 없고 그들의 욕구와 희망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은 모든 서비스 분야에서 이 분야가 유일하다. 정신건강서비스의 중심축은 당사자가 돼야 한다. 그래야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사법입원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파도손 입장은 어떤가.

“그런 제도가 논의되기 전에 당사자 집단과 의료계, 정치권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법입원 제도는 법원이 개입하는 거다. (그런데) 정신질환에 대해 판사들은 더 모른다. 그럼 누구의 이야기를 경청할까. 당연히 전문가나 의료계 쪽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된다. 그럼 의료계는 유리할 수 있다. 그리고 법조인의 인건비는 훨씬 비싸다. 고액의 인건비가 집행에서 소진이 돼야 한다.

사법입원 제도의 인프라도 굉장히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그 사회적 비용을 그런 데다 쓰기 이전에 먼저 당사자나 절차보조제도나 동료지원가제도, 정신건강서비스 제도에 그런 비용이 들어가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그게 훨씬 유익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사법입원 제도가 됐든 혹은 민간에서 주도하는 심사체가 됐든 민주적 합의 하에 나와야 된다는 거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법들을 시도하고 제도를 만들려고 하면 당사자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당사자들은 지금 당사자운동을 진행하고 조직화를 하고 있다. 서로 싸우지 않으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 지난해 6월 1일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대규모 당사자 권리선언대회를 했다. 거기서 치료의 원칙, 당사자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될 지에 대해서 원칙들을 정하고 발표를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우리 환자를 가장 많이 생각한다는 의사들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이게 한국 정신보건의 현실이다.

임세원 교수가 돌아가셨을 때 저희 당사자들도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주치의를 잃어서 힘든 당사자들한테 사람들은 범죄자, 살인자의 낙인을 찍었다. 당사자들은 지금 엄청난 국민적 혐오와 증오에 인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당사자들이 무언가를 했을 때 그 권리선언이 무엇이었는지 관심이 있는 전문가 집단의 사람이 있었으면 나오라고 하고 싶다. 우리들이 얘기하는 건 관심도 없으면서 환자를 위하는 척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환자팔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는 사람들이 국민들에게는 환자를 위하는 척하면 당사자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겠나. 앞으로는 이런 환경들이 바뀌어야 되고 그게 치료적 환경으로 나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정신병원은 이탈리아처럼 모두 폐쇄돼야 할까.

“한국은 좀 다르다. 이탈리아는 공공병원이었다. 한국은 민간병원 형태로 돼 있다. 한국의 병원은 개인 소유다. 개인 의료법인의 소유의 정신병원으로 돼 있다. 점차적으로 이것이 개혁하려면 공공의료서비스 차원에서 확장이 돼야 한다. 입원 치료는 중증일 때다. 중증 환우의 급성기 치료를 위한 공공의료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 민간차원의 서비스들도 그렇다.

그런데 전체 병원을 다 바꾸기는 힘들다. 한국에서 제일 환경이 좋은 데가 국립병원이다. 왜냐면 대학병원은 가난한 당사자들이 못 간다. 다수의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은 없다. 근데 국립병원은 한계가 있다. 국립병원의 서비스가 진보했고 발달했기 때문에 국공립병원 형태로 급성기 환자나 중증환자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민간병원은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건 병원 잘못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의 생리다. 그러다보니 열악한 환경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공공의료서비스는 확장을 하고 점차적으로 민간에게 떠넘겨졌던 것들을 이전해야 한다.”

-민간 정신병원은 폐쇄돼야 된다.

“마인드의 차이다. 민간병원도 괜찮은 병원들이 있다. 마인드가 나쁜 병원들이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사람의 문제다. 민간의 나쁜 병원들은 없어져야 한다. 한국에서 그런 시스템은 사라져야 한다. 굉장히 많은 당사자들이 희생돼 왔고 고용량·과용량으로 인해서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들, 합병증으로 건강이 악화돼서 삶을 빼앗긴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불과 얼마 전에도 병원의 사망 사건이 있었다. 알려지지 않았다.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죽어갈 때는 기사 한 줄 나오지 않고 이슈화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당사자들이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일으킨 사건이라고 했을 때만 이슈화가 된다. 그런 사건보다 당사자가 죽어가는 사건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런 거에 대해서는 은폐돼 있다.”

-그 당사자는 무슨 병으로 사망했나.

“심정지 됐다.”

-강박 당한 건가.

"그거에 대해서는 저희가 알 수 없다. 병원 안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그런 사실들이 철저하게 은폐되고 있다. 어떤 병으로 사망했는지도 알 수 없고. 일단 그런 병원들은 앞으로 다 폐지시켜야 한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어떤 방향으로 개정돼야 하나.

“정신건강복지법은 앞으로 정신건강복지법에 철학과 비전에 맞도록 체질적으로 변화하는 법과 조항으로 새롭게 나가야 한다.”

-철학과 비전은 어떤 걸 말하나.

“사회적 통합이다. 그 안에는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 그 가족들 그 사람들이 사회에서 함께 더불어살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조항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전문의 2인의 진단하고 입원적합성심사는 삭제해야 하나.

“입원적합성심사체의 순기능도 있다. 일단은 자의입원이 많이 늘어났다. 자의입원이 늘어났지만 치료환경이 좋아진 건 아니다. 그런 행정절차를 늘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입원적합성심사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절차보조인 제도 등이 법으로 만들어져서 동료지원가들이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법적인 보호 장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논의를 통해 법은 설계돼야 한다.”

-절차보조사업은 잘 되고 있나.

“이제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한국의 병원들이 그동안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는 거다. 환자 면회를 해야 하는데 보호자 이외에는 면회가 안 된다. 그동안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태도를 취한다). 굉장한 인권 침해다. 입원한 환자가 면회를 원할 때는 당연히 면회할 수 있어야 되고 정보통신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절차보조인인 동료지원가들이 면회를 하면서 회복을 도울 수 있도록 정신보건계에서 협조를 해야 한다.”

-절차보조인이 병원에 잘 들어갈 수 있나, 아니면 거기서 막히나.

“병원에서는 절차보조인을 아직 잘 모른다. 홍보를 하고 이 사업의 취지에 대해 공유를 해야 한다. 의사들도 좋다. 왜냐면 절차보조인 동료지원서비스를 받으면 나쁜 게 아니라 환우가 회복이 되고 다시 사회로 복귀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데 회복지원의 모델이다. 그래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폐쇄병동에서 생활을 많이 했다. 거기 있으면 면회 오는 거밖에 안 기다린다. 누가 면회 와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사실 병원에서 약 먹고 무기력하게 있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이 절차보조인 제도는 또한 정신건강서비스의 굉장히 좋은 모델이다. 병원 안에 있는 환우와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동료지원활동가들이 만나서 소통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게 몰상식한 거다. 동료들이 동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고 또한 그것은 너무 당연한 거다.”

-정신장애 단체는 국가에 무엇을 우선적으로 요구해야 하나.

“문재인정부가 포용적 정부를 선포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역시 기득권의 이야기만 듣는 것 같다. 국민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되는데 당사자의 의견은 청취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정신건강정책과라는 굉장히 작은 부서가 정신건강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규모 자체가 작을 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들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훨씬 크다.

대통령 직속 하에 정신건강위원회를 설치해서 당사자, 전문가들의 통합적인 의견을 듣고 법과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은 그렇게 써야한다. 국가에 요구하고 싶은 건 논의의 테이블에 당사자 대표들이 반드시 참여를 해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정신건강 정책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료지원가와 절차보조인제도, 동료간 네트워크 구성 등이 강제관리의 저항적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그동안은 관리와 격리의 프레임이었다. 관리와 격리 이데올로기를 끝낼 수 있는 시스템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낙인과 편견이 너무 심하니까 커밍아웃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당사자들의 진실에 대해 모르게 된다는 거다.

동료지원가 제도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당사자들이 커밍아웃할 수 있고 국민도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 여리고 취약하고 착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될 거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국민적 여론이나 낙인도 해소된다.”

-동료지원가, 절차보조인제도, 동료간 네트워크 구성 등은 정치적 운동이라 생각된다.

“해방운동이다. 그 동안의 관리와 격리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해체시키기 위한 정신장애인 해방운동이다. 동료지원활동가 운동은 정신장애인 해방운동이다.”

-집회나 시위는 계획된 게 있나.

“성명서 발표하고 긴급 토론회를 국회에서 주최할까 한다. 설 직후에 법안 논의가 된다는 소식을 받았다. 저희가 반대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액션을 하려고 한다.”

-정신장애인들인 우리들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먼저 깨어난 우리들이 쟁점인 동료지원가 제도를 제도권화 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크를 각자의 현장에서 해야 한다. 그게 동료지원활동이다. 정신장애인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도 창출하고 또한 일자리를 통해서 중증으로 고생하는 동료들이 사회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큰 운동의 방향성은 당사자들을 조직화하는 거고 조직화의 방향은 당사자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거다. 당사자의 지위가 정신건강 서비스의 주인이 돼야 한다. 서비스 공급자의 위치에서 공급의 역할이 어떻게 돼야 되는지 정책을 결정하는 그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깨어 있는 당사자들이 동료지원 활동도 열심히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조직화 운동을 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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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2019-10-21 07:38:13
대화 타협공존... 현재 서비스로 "솟대문학 나경"으로 이정하 선생님 수고많으십니다.

전민 2019-01-22 18:46:53
많이 배웠습니다. 고민되던 문제들에 돌파구를 찾은 듯 합니다. 정치적 해방운동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