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연구] 당신은 인생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당사자연구] 당신은 인생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 전민 기자
  • 승인 2019.02.01 18: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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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뭘 바라냐는 것이 문제의 근본
사랑받고 인정받기 원하는 데 그게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받으려 한다.
인간은 사실 동물 아닌가?
병이란 동물로서의 힘이 부족하니까 이성으로 메꾸려는 시도
소크라테스 '인생이란 죽음으로만 탈출 가능한 하나의 감옥'

당사자연구 두 번째 시간이다. 정확히 말해서 이 글을 기사라고 할 수가 없다. 학술적 연구 목적의 글도 아니고 내 나름대로는 막힌 곳을 뚫기 위해서 쓰는 기사다. 그러니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읽어봐서 손해 볼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는 유익을 주는 글이 아닐까 해서 써본다.

토요일 한낮, 밖은 춥다. 담배를 피러 나갔다 오니 엄마가 화장대에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다가 식탁 테이블에 앉았다. 이제 '이바구' 떨 시간이다. 우리 모자는 가끔씩 이런 시간을 가진다.

주로 내 최근 삶에 대한 촌평 및 평가를 내 스스로 하고 엄마는 그냥 듣기만 한다. 가끔 너무 복잡한 소릴 하거나 엄마에게 내 말이 맞지 않냐고 강요를 하면 머리 아프다고 하기는 한다. 어쨌든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들어주는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뚝섬 서울숲에서의 나. 2006년도 겨울인 것 같다 (c)전민
뚝섬 서울숲에서의 나. 2006년도 겨울인 것 같다 (c)전민

요즘 내 삶이 매우 불만족스럽다. 매주 두 번씩 나가는 센터 주간재활프로그램에서는 직원들하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고 주간재활프로그램에서 하는 것 하나하나가 다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저런 건의를 해서 그나마 좀 달라진 것이 눈에 띄긴 하는데 근본적인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주간재활 이용자들끼리 자조모임을 시작했는데 한번 모이고 언제 또 모일지 모른다. 회원들끼리도 서로 생각이 다르고 욕구가 달라서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마인드포스트> 시민기자로서 몇 개의 글을 썼는데 정신보건서비스 영역에 섣불리 발을 담그는 것이 나에게 좋은 일일지 아직 확신이 없다.

맘속에서는 ‘그동안 네가 당했던 일들을 폭로하고 당당하게 변화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스스로 개척해 나가라’고 말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혼자서 뭘 바꿔나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같이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뭔가 될 것이라고 전에는 생각했었다. 이제는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사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기초수급자로서 편하게 걱정 없이 살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처음 센터 주간재활에 참석하게 된 것도 집에서 혼자 놀려니 너무 심심해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였고 주간재활을 하다 보니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발견되고 잘못된 것이 보이고 그래서 건의를 하고 문제제기를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래서 답답해하고 그냥 넘어갈까, 그러나 센터의 이용자는 나인데 내가 불편한 주간재활프로그램을 아무 반성 없이 관성대로 계속 하는 걸 두고 보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것은 불의에 눈감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이다, 그러니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속 내 목소리를 내야겠다, 그런데 생각보다 직원들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지, 출구를 찾아보자, 센터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 아, 마인드포스트가 있네, 그래 한번 시도해보자, 그런데 여길 하려면 단순히 내 문제만 가지고는 안 되겠네, 공동의 당사자들을 대변하는 입장이 되어야 하네, 야, 이거 공부도 많이 해야 되고 의견 대립이 있을 때는 정말 박 터지겠는 걸....

이런 생각을 계속해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지치는 건 나의 몫이다.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데, 신경 쓰라고 한 적 없는데 나 혼자 이렇게 하고 있다. 요즘의 일상이었다.

페이스북을 새로 시작하면서 내 사진을 올리려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인상이 뭔가 모르게 병적인 냄새가 난다. 요즘 너무 고민이 많아서 그랬을까? 인상이 맑지가 않고 찌든 느낌이랄까? 생각에 찌든 느낌이다. 하긴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아서 저녁 8시만 되면 머리가 아파서 자야 할 정도다. 내 삶이 뭔가 균형을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 답답한 것은 풀리지 않고 계속해서 내 머리를 괴롭힌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도 잘 모르겠다.

엄마한테 말을 건다. 엄마는 이불을 빨아서 빨래건조대에 걸고 있다.

내가 인상을 보면 많이 안 좋아졌어. 뭔가 어두워. 삼십대 때 사진을 보면 밝았는데.

(침묵-얘가 또 엄마 붙잡고 무슨 얘길 할려고 하나)

요즘 센터도 안 나가고 센터직원들하고도 싸우고 그랬는데, 내 생각엔 내가 옳다고 생각해서 하는 건데 상대방은 꿈쩍도 안 해.

그 사람들도 어쩔 수 없는 거지(심드렁)

참, 요즘 내 삶을 보면 계속해서 답답하고 불만투성이인데, 이건 결국 내가 인생에 대해서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그런 거 아냐?

그런 게 있나보네(심드렁)

내가 내 인생에 대해서 뭔가를 자꾸만 바란다 이거야. 사실 인생에서 뭘 이루려 한다는 게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사실 다 사랑받으려고 그러는 거 아냐? 인정받고 유명해지고 다 사랑받으려는 거거든. 근데 인생에서 받으려는 마음이 없어지면 굳이 이루려고 안 해도 되잖아? 그걸 내가 알면서도 자꾸만 뭘 해보려고 하는 게 이게 문제라.

알고 있네.(심드렁)

옛날 상담 받을 때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안병탁(의사)이 가르쳐 줬는데, 그걸 다 까먹고 요 몇 년 사이 내 안에서 해결해야 했을 것을 자꾸 힘이 좀 생겼다고 밖에서 해결해보려고 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런 가 보네(심드렁)

문제는 내가 뭔가 인생에서 얻으려는 게 있다, 이건데 이걸 만족시킨다고 만족이 되는 게 아닌 것도 알면서도 자꾸 해보려고 하는 게 이게.

엄마는 이불을 다 빨래 건조대에 걸어놓고 테이블에 앉았다. 귀찮지만 안 들어주면 더 귀찮게 구니까 들어주는 게 낫다.

참, 정신분열증환자라는 게 사실 보면 다 이 받을 수 없는 걸 받으려고 한 거란 말야. 인간이란 게 동물인데 사실 난 어떤 동물 닮았는지 아직도 모르겠거든. 엄만 다람쥐 닮았거든. 사람들이 자기 닮은 동물이 다 있잖아요. 근데 난 내가 봐도 모르겠다. 아직도. 그러니까 나는 아직 동물이 못 된 거라. 사람도 다 동물이잖아요. 근본적으로. 근데 정신분열증이란 건 동물로서 살아있지 못하니까 자꾸만 이성으로 살려고 하는 거란 말야. 그러니까 생각을 너무 하다보니까 정신이 분열된다 그 말이지. 분열된 이성이란 건 천재적 사고와 같은 말이니까. 너무 뻗어나가서 문제지 그게 교통정리만 되면 되잖아?

그러니까 정신분열증환자라는 건 이 인간농장에서 동물로서 능력이 부족하니까 자꾸만 이성으로 그 부족한 걸 메꾸려는 거잖아. 그러니까 한계가 오니까 미치는 거지. 현실감각을 상실하는 거지. 안드로메다로 가서 돌아오질 않는 거잖아. 갔다가 돌아오면 천재고 현실감각이 있는 건데. 그러니까 나는 이 동물로서 살아있질 못하다보니까 자꾸만 머리를 써서 부족한 밸런스를 맞추려고 하는 거고. 사람은 동물감각과 이성 이 두 가지가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데 한쪽으로 쏠려버리다 보니까 병이 온다.

그러니까 정신분열증 환자들 보면 보통 사람들 하는 계산적인 속셈, 생각 이걸 못한다. 흔히 협상이라고 자기 속마음을 숨기고 상대 의중은 간파하는 게 협상인데 환자들이 이게 어렵다. 그러니까 평생 속고 살아왔는데 또 속는 거란 말야. 그러니 사소한 일에도 의심병이 안 생길 수 없지. 나 같은 경우도 최근에 생계급여 돈 받는 거 때문에 엄마는 돈 들어오는 거 맞냐? 했는데 나는 들어오겠지 했거든. 근데 사실은 안 들어오면 나만 손해 보는 거 아냐. 그러니 의심을 하고 확실하게 단도리를 했어야 옳거든. 엄마말대로. 근데 나는 지금까지 너무 속아 살다 보니까 또 의심을 하는 게 피곤하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그런 모습 보이는 것도 싫고. 그렇잖아. 상대는 아무런 계산이 없이 대하는데 내가 의심해서 무슨 속셈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러면서 떠 보고 그러면 상대가 무슨 생각하겠어? 그렇게 상대를 의심하고 싶지 않은 거지. 그게 인간으로서 당연한 마음 아니겠어.

그러니까 어저께 전철 타고 집에 오는데 내 앞에 젊은 여자애 둘이서 아마 친군가봐. 깔깔거리고 웃고 얘기하더라구.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둘을 보니까 참, 내가 정신연령이 얘네들하고 놀면 딱 맞겠다 싶더라구. 이십대 초반은 좀 어리고 후반은 사회물이 들어버리니까 이십대 중반 정도 여자애들하고 나하고 정신연령이 딱 맞겠다, 같이 놀면 재밌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라. 물론 내가 여자들하고 놀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 아무튼.

그러니까 정신분열증환자들은 계산하고 꾀부리고 이런 거 잘 못하거든. 나도 힘들어. 그런 거 하려면 할 순 있지만 어설퍼. 내 마음 숨기고 상대 의중 간파하는 거 잘 못해. 그러니까 정의와 성실, 신의, 의리 이런 거 중시한다고. 그러니까 인간세상에서는 대부분 꾀도 부리고 남도 속여먹고 그러면서 살아가는데 나 같은 사람은 그게 안되니까 늘 손해보는 거 아냐.

그러면 이게 누구 탓이냐? 계산적이고 속물적인 대다수의 인간들이 문제냐? 아니면 바보같이 적응 못하고 순진하게 살아오면서 세상 탓만 한 정신질환자들이 문제냐? 이거 누구 탓이냐고 하면 참 어려운 얘기잖아요. 그러니 내가 지금까지 이게 누구 탓이냐? 이걸 가지고 물어늘어지고 있었다 이거에요. 그러니까 해결이 안 되는 거지. 그럼 세상 사람들 다 죽이고 정신질환자들만 살아가면 되냐 이거야. 그게 말이 되냐구. 그건 또 하나의 정신질환 아냐? 물론 그렇다고 세상 사람들이 다 올바르고 착하단 얘긴 아니지만 올바르고 착한 것에 집착하면 그렇게 무리가 가는 생각이 따라온다 이렇게 되더라구.

아유 머리아파. 그만 들을래. 왜 너는 꼭 나한테 그러니?

그러면서 노쇠한 어머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럼 엄마한테도 못하면 이런 얘길 누구한테 한단 말인가?(그래서 여기에다 하는 거지)

여기서 나의 이야기는 멈췄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과거 내 주치의와 상담할 때 몇 번 나왔던 얘기다. 결론은 각자가 찾아가는 것이겠지. 다만 이런 고민이 살다보면 누구나 맞이하게 되고 그걸 머리 아프다고 외면할 일인가 과연? 그런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

오히려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고민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병이 아닌가? 삶 속에 있는 인간은 누구나 이런 고민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답이 없다고 해서 문제제기조차 하지 말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답이 없는 것도 사실 아니다. 문제를 회피하는 것으로 무엇을 해결할 수 있을까? 눈감고 아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건 어리석은 삶이다. 주위에 '그냥 넘어가지 뭘 그런걸 따져' 하는 사람이 하도 많다 보니 답답해서 이런 얘길 한다.

소크라테스는 일찌기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 인생(삶)이라는 감옥 속에 갇혀 있다고. 누구도 이 감옥을 빠져나갈 수가 없다. 나가는 길은 오직 죽어서만 가능하다. 그러니 이 삶을 대충대충 살 것이 아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불교에서는 윤회를 반복하면서 짐승으로도 태어나고 다른 걸로도 태어나지만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무렇게 대충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인생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대충 사는 것은 분명 자기 삶에 죄를 짓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면 천년만년 살 것 같이 자기는 안 죽을 줄 알고 사는 것 같다. 답답한 일이다. 인생은 소중한 것이고 한번뿐이다. 아름답게 가꿔나가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앞 호수. 내 마음은 호수여. 그대 노 저어 오오? (c) 전민
국립중앙박물관 앞 호수. (c) 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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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2-04 12:00:45
인생은 소중한 것이고 한번뿐이다. 아름답게 가꿔나가야 한다. 극한 공감. 그리살고파요.

주님께 의지합니다. 생사화복 질병장애 나된것 모두 영광을 받으시기에 그리 날 만드셨대요. 내가 주예수믿어 십자가길 가면 빛비췸으로 거듭난 삶 산답니다. 영성훈련으로 신앙 택했지요.

심리는 사라열쇠 촛불님 동영상으로 하구요. 인간관계 활동은 00작업장 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의사도 복지사도 센터장도 적당히 두고 보겠더군요. 내노라 의료 앞세우는 거짓사람도 있고 나착해 복지 내세우는 헛된 센터장도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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