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원법'... 입법자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방문해야
'임세원법'... 입법자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방문해야
  • 백재중
  • 승인 2019.02.03 23: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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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법'이 정신질환자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니며 고인의 유지와도 맞지 않다.

이탈리아에서 정신병원 폐쇄를 규정한 바살리아법 시행 후 북부 트리에스테 지역의 정신보건 변화 양상을 소개한다.* 산지오바니 병원은 바살리아가 원장으로 근무하던 병원으로 바살리아법에 따라 최초로 폐쇄된 정신병원이다.

입법자들이 트리에스테 지역을 한 번 방문하길 강력히 권하는 바다.

트리에스테 지역에서 산지오바니 정신병원을 폐쇄한 지 40년 가까이 지났다. 지난 기간 지역의 정신보건 상황은 어떻게 변해 왔는가?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정신병원 폐쇄를 위해 노력했던 바살리아나 로텔리 같은 정신보건 혁명가들이 기대했던 결과들이 나타났는지 궁금해진다.

관련 지표들을 비교하는 방법은 변화를 평가하는 유용한 방식의 하나다. 바살리아가 산지오바니 정신병원에 원장으로 부임할 당시인 1971년과 정신병원 폐쇄 후 18년이 지난 1998년 이후의 변화를 보면, 정신병원 하나가 전부였던 정신보건 기관 숫자는 산지오바니 정신병원 폐쇄 이후 49개 기관으로 증가했다. 오직 수용만을 목적으로 했던 정신병원에서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소규모 기관들로 분화해 간 셈이다.

그리고 정신보건 종사자 수는 535명에서 248명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전체 예산 규모도 540억 리라에서 270억 리라로 절반 규모로 감소한다. 대규모 정신병원 하나 유지하는 데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용 효과 측면에서 볼 때 현재시스템이 완승을 거둔다.

바살리아 법 제정 당시 정신병원이 성토의 대상이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강제 입원과 불필요한 장기 입원 등 인권 문제였다. 강제 입원도 180명에서 25명으로 줄고 평균 입원 기간도 90일에서 평균 7~10일로 대폭 감소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입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비용의 인권 침해 시스템이 바살리아 법 시행 이후 예산 절감형 고효율, 인권 친화형 시스템으로 바뀌었음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바살리아 법 이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트리에스테 정신보건국의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1971년과 2003년 안팎의 데이터들이 비교되어 나타난다. 우선 비용에 관한 것으로 지역의 정신보건 예산이 1971년 2천6백만 유로 수준에서 2003년에는 1천5백만 유로 정도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병상은 1971년 1160병상이던 것이 2004년에는 정신보건 센터, 주거 시설 등을 모두 포함하여 122병상뿐이다. 민간 부문은 2002년 지역 외부의 민간 클리닉에 입원한 경우가 2% 수준인 90명 정도였다. 정신보건 기관도 다양한 구조와 기능, 업무를 담당하는 40개 조직으로 대체됐다.

1971년 강제 입원은 180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60명 정도였으나 2003년에는 28명만이 강제 치료를 받았는데 최근 몇 년간 10만 명당 평균 11명 수준이었다. 치료를 거부하여 강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감소한 것도 확인된다. 이 지역에서 강제 치료 명령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국 평균이 인구 10만 명당 17명인데 이 지역은 5명 수준이다.

그리고 2005년 통계를 보면 강제 치료 명령을 받은 사람의 3분의 2가 입원 시설 아니라 정신보건 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트리에스테 지역에서는 강제 치료 명령 비율도 낮았으며 폐쇄 시설이나 신체 구속과 같은 억제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편견이나 고정 관념이 잘못이었음도 확인 가능하다.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 병원에 입원한 정신 질환자가 1971년에는 24명이었으나(1970년대, 평균하여 매년 20명 정도가 입원) 2004년에는 단 2명이 입원했다. 과거 10년 동안 평균 0.5명이었다고 한다. 정신병원 폐쇄 이후 오히려 정신 질환자의 범죄가 감소한 것이다. 정신 질환자가 사회로 나가면 위험하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었다.

정신병원 폐쇄 후 지역사회에 근거한 정신보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 중 하나는 위기 개입에 관한 것이다. 위기 상황에 대한 비관료적이고 비의료적인 접근은 입원율을 감소시키고 안정 상태로 회복을 앞당기고 재발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위기 상황이란 곧 환자 자신의 위기로 이해해야 하며 환자와 관련된 자원이나 관계망을 이용하여 회복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 서비스는 표준화된 대응이나 프로토콜을 피하는 대신 환자의 사회 관계망을 재구성하고 환자 개인의 자원과 능력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트리에스테의 정신보건 개혁 운동은 바살리아 법 시행 이전에도 국제 사회에 널리 알려진 상태였다. 정신병원 폐쇄 이후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새롭게 구축한 시스템은 더욱 인권 친화형이고 효율성이 크며 치료 효과와 범죄 예방 효과도 우월함이 입증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트리에스테는 정신보건 개혁의 성지가 된 것이다. 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이 오늘도 이 경험을 배우기 위해 트리에스테를 방문한다.

*이 내용은 백재중, 『자유가 치료다』(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18)에 더욱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백재중님은...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의 결과로 설립된 녹색병원에서 내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건강한 세상을 꿈꾸고 있으며 인권의학연구소 이사이기도 하다. 쓴 책으로 『의료 협동조합을 그리다』와 『삼성과 의료민영화』(건강미디어협동조합)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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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 2019-02-06 18:52:43
임세원 쌤 진료 받던 환자가 사건 이후 비상불이 켜졌다. 그런 따뜻하고 환자 입장에서 도와준 의사가 없었다 말한다 이번 사건의 포커스를 어디에 둘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인랑제수민 2019-02-04 11:15:16
내과의사가 이렇게 예리한 정신건강의학계에 큰 업적을 이룬 것 감사. 바살리아 법도 트리에스테도 감사. 이탈리아는 주님이 계신것 같다. 위캔두댓 보아도 마룻장 이쁘게도 만든다 당사자들이.

예산 절감형 고효율, 인권 친화형 시스템이며 병상이 줄고 강제입원이 없고 모두가 천국이다. 전문가들이 이것을 몰라 못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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