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가 기능 부정하는 민주당 TF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칼럼] 국가 기능 부정하는 민주당 TF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 이용표 교수
  • 승인 2019.02.06 20: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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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규 의원에 의하여 대표발의된 더불어민주당 TF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강제입원 요건을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1명을 포함하는 전문의 2인의 진단에서 ‘국·공립병원 소속’이라는 요건을 삭제하여 동일병원이 아닌 2인의 진단으로 한다.

둘째, 자·타해 위험과(and) 치료의 필요성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했던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여 자·타해 위험이 없어도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한다.

셋째, 이전에 퇴원을 청구하면 즉시 퇴원할 수 있었던 자의입원자도 다른 강제입원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한다.

넷째, 강제입원을 하는 경우 후속절차였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청문이 아닌 조사원 대면조사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고 사법심사로 개정한다.

[2018323]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윤일규의원 등 14인) (클릭)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윤일규 의원 대표발의) (c) 국회입법예고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윤일규 의원 대표발의) (c) 국회입법예고

이러한 개정법률안이 가진 문제를 다섯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보고, 간략하게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개정안은 마녀사냥을 합법화하는 입법의 시도다. 어떤 사회라도 일정 수준의 범죄발생은 보편적 현상이다. 정신질환자들도 한 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사회의 전반적 범죄율이 상승하는 경우 그러한 경향이 동시에 나타난다.

개정안은 하나의 정신질환자 범죄사건에 편승하여 특정집단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반인권적 시도를 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정신질환범죄통계는 정신질환자들의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쌓여있는 정신의료기관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가혹행위에는 눈감아 왔던 입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감금 회귀 법안을 제출한 것은 저항할 힘이 없는 약자에 대한 폭압일 뿐이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과 자·타해 위험 없이 감금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은 아무런 논리적 개연성이 없다. 자의입원을 한 사람도 정신의료기관이 퇴원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과도 어떠한 논리적 개연성을 찾을 수 없다. 마녀사냥이다.

둘째, 개정안은 사회안전을 가장하여 반인권적 정신건강복지체계의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 만약 이 개정안이 진정 사회안전을 도모하는 것이라면 왜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지 당사자들에게 질문했어야 한다.

당사자들은 강제입원이라는 의료적 억압, 장애인복지제도에서의 배척, 그리고 빈약한 정신질환자 커뮤니티케어 계획 등과 같은 정책 환경 속에서 일반인들을 능가하는 공포스럽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공포는 굴욕적이고 무기력했던 강제입원의 경험이다. 퇴원 후 경험하는 사회적 지원의 공백은 또 다른 공포를 만든다.

당사자들은 무서운 병원에서 살 수도, 아무런 지원 없이 오롯이 혼자 남겨진 지역사회에서 살 수도 없는, 이중 구속 상황에 빠진다. 사회 안전을 위한 진정성이 있는 법률을 만들고 싶다면 지역사회에서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권익옹호체계를 수립하며 모든 병원을 개방병동으로 운영토록 하는 법률로 개정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셋째, 행정심판이나 사법심사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하고 자의 입원자의 퇴원을 중지시킬 수 있는 반인권적 개정안에 주목해야 한다. 개정안은 단지 사법심사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타해 위험 없이도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년 정신보건법 개정 이래 유지되어 오고 있는 자의 입원자의 자유로운 퇴원을 억압하는 반동적 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유사 이래 최초로 당사자 단체의 참여 하에 입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사회의 합의를 담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이념에도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개정안의 강제입원조항은 2008년 캐나다난민이민위원회가 우리나라의 당시 정신보건법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부당한 처우와 인권유린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정신질환이 있는 한국인 오미숙씨의 난민자격을 인정했던 이전 법보다 더욱 억압적이다. 이 결정은 이민부장관의 항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법원에 의해 승인된 바 있다.

넷째, 개정안은 일부 정신의료전문가의 편협적인 주장에 편승하여 보건이라는 국가의 공공기능을 서비스전달체계에서 삭제하고 있다. 일부 정신의료전문가가 개정안을 통해 기도하고 있는 것은, 조금 과장한다면 정신건강복지체계에서의 국가의 부정이다.

이전 정신보건법은 가족의 동의에 의한 강제입원을 합법화함으로써 개인의 감금을 국가가 관여할 수 없는 사적 문제로 만들어왔다. 그리고 정신보건전달체계에서의 정신보건센터 위탁운영으로 공공보건행정기능은 사적 영역으로 흡수됐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에서는 2명의 의사진단에서 ‘국·공립병원 소속’을 삭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인신구속을 포함하는 정신질환의 관리에서 국가를 삭제하는 것이다. 만약 국가가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의 위기상황을 관리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공공 영역이어야 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개선방안을 법률에서 다뤘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와 관련해 개정안에는 아무런 입장이 없다. 왜냐하면 정신의료기관에 위탁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섯째, 개정안은 입법부의 대표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의안은 개정안의 제안 이유를 현재의 정신건강복지법이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이 개정되어 많은 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정부의 입법예고 이후 3년 동안 수차례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들이 법안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그 절차에서 정신의료전문가집단의 주장은 정신건강복지법이 추구하는 정신질환자 권익옹호라는 측면에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당시 입법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과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이야말로 일부 정신의료집단 내의 합의 이외에 어떠한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못한 개정안이다.

입법부가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대신해서 법안을 발의할 수 있겠지만, 자·타해위험이 없는 사람도 강제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거부되었다고 해서 충분한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주장에 쉽게 동의한다면 법안의 발의자가 누구를 대표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번 개정안에 대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숙려 기간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첫째,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환경 및 권익옹호절차의 개선 △둘째,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치료 후 사회복귀 △셋째, 지역사회에서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복지제도 확충 △넷째, 지역사회에서의 위기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 기능의 확충 등과 같은 의제에 합의할 수 있다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이 빠른 길일 것이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c)마인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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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2-07 02:53:39
고 임세원님과 가족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환경 및 권익옹호절차의 개선을 바란다 했다. 급성기 환자는 단기적, 집중 치료 후 사회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국가의 공적 역할을 윤의원은 빼먹고 있다. 정신과의사 윤일규로 법을 만든것.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개선하는 복지제도 더만들고 지역사회에서 위기상황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 기능을 늘려야한다. 국공립병원늘려야,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확보 업무경감해야, 강제인신구속하며 사법입원이 후진국으로 퇴보한 것

자본주의 병폐, 의료권력의 적폐가 악순환된 발의에 절대반대. 목숨걸고 개정반대 사수. 당사자는 연대투쟁해야한다. 정신장애정책100대과제에 팔짱끼고있는 포용정부 반성하라, 임기응변 개정안 거부, 근원처방 당사자요구반영!

이한결 2019-02-06 21:20:45
동감합니다. 치료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살인적인 정신보건법에서 삶에 관심을 둘 수 있는 복지라는 이름을 겨우 우겨넣고, 이제 삶에 좀 관심을 가지려나 했더니 다시 악법으로 회귀하려는 시도가 자행되고 있음에 깊이 탄복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