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임세원법 특집] 오현성 “한국에서 사법입원은 구조상 5분 변론과 판결로 졸속 처리될 것”
[긴급 인터뷰/임세원법 특집] 오현성 “한국에서 사법입원은 구조상 5분 변론과 판결로 졸속 처리될 것”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2.11 19: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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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성 미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면 인터뷰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체계 확충을 외면해서 현재 문제 발생
한국 입원병상의 93%가 개인사업자나 의료법인
정신질환자 범위 넓히는 건 탈원화에 역행
같은 제도라도 집행되는 맥락에 따라 다른 결과 나와
미 연방정부는 장기입원의 요양급여 제공 금지시켜
美 지역 정신보건서비스 기관이 비자의입원 막는 안전망 역할
개정안은 정신질환·자타해위험 중 하나만 해당돼도 비자의입원
급성기 치료 집중보다 비효과적 장기입원에 중점 둔 게 문제
사법입원은 법조계에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
외래치료명령제가 치료 참여율 높인다는 근거 없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퇴원 인구 많아졌다는 건 허구
환자, 가족, 전문가들이 의사 주도의 거버넌스에 참여해야

오현성 미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귤화위지(橘化爲枳·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된다)”라고 했다. 비자의입원율이 낮고 지역사회 서비스전달체계가 튼튼한 미국과 지역사회 안전망이 전혀 없는 한국에서의 비자의입원을 논하는 건 법적 제도적 맥락에서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 교수는 한국이 민간병원 사업자가 93%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안이 강제입원을 더 용이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경우 장기입원 병상수는 300여 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급성기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연방정부가 의료급여를 제공하는 25일 이내에 치료될 수 있도록 물적 자원을 집중 투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25일 후 집으로 귀가한다. 그 지역사회는 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사례관리와 복약 관리 등 집중적 퇴원 훈련을 시킨다.

이처럼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기관들이 이들을 케어하면 사법입원 판결을 받는 환자는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나 한국은 지역 정신건강서비스 시설들이 제역할을 못하면서 사법판결에 들어가는 정신질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사법 판단은 5분 안에 변론되고 판결되는 졸속 처리가 되고 만다.

오 교수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기관들이 1차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원화된 미국 법을 가져와도 서비스 공급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며 “시설화가 강한 한국에서 입원치료를 더 이상 쉽게 만들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이 서비스 제공 역량이 변하지 않는 현실에서 강제외래치료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안은 정신장애인의 인권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의료적이고 법적인 장치를 강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마인드포스트>는 오 교수와 전자메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현성 미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c)마인드포스트
오현성 미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오현성 제공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발의안에는 정신질환자의 범주를 확대해 놓았다. 만약 범주가 확대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카미) 사무총장의 해석을 빌리자면 ‘정신질환자 개념을 축소한 현행법은 알코올중독, 인격장애 등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장기 수용하는 현실을 줄이고 직업에의 차별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다시 정신질환자 범위를 넓히는 것은 병상수를 줄여 탈원화해야 하는 우리나라 정신건강 시스템의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사립정신병원과 병원 정신과, 정신과 의원, 정신요양시설 모두 개인이 소유하고 있거나 비영리법인 형태지만 병상이 환자에 의해 소비돼야 매출이 발생하는 체계다. 2016년 현재 정신질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 수는 9만6924개다. 입원·입소자 수는 7만9041명이다. 총 병상 수의 81.92%가 채워져 있다.

입원병상 및 수용시설의 93%를 개인사업자나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에 의지하는 현실에서 정신건강복지법상의 비자의입원 환자 집단이 넓어진다는 것은 입원 치료를 제공하는 서비스 공급자에게는 중요한 사업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공공정신의료기관이나 공공정신재활시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 애리조나주에서는 유연한 수가체계를 사용해 민간 조직들이 소비자인 환자와 가족을 서비스하고 있다.

정부는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재활시설이 소비자가 원하고 치료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건강서비스 체계를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수가체계와 운영 모델, 평가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정신요양시설 설치와 운영을 삭제했다. 폭력적 억압성이 강했던 정신요양시설 폐쇄는 정신장애인 인권에 이익이 되지 않을까.

"일부 정신질환자의 경우 정신요양서비스 체계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국 담당 예산의 절반인 800억 원의 예산을 59개 정신요양시설이 수혈 받는 현실이 지속돼서도 안 된다.

윤일규 의원 개정안 ‘부칙’에 가면 정신요양시설 사업의 정지와 설치 취소의 유예기간을 10년 준다고 돼 있다. 10년 뒤에야 정신요양시설이 불법이 되는데 단기적으로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 시설이 생존할 수 있는 개정이 또 이뤄지지 않을까.

1995년 정신보건법 만들 당시 정신요양시설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10년이나 유예기간을 준 걸 보면 생존력이 대단하다. 그 강한 생존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현행법 39조의 보호의무자 개념을 삭제했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잘 모르겠다. 개정법안 43조 보호입원에 보면 ‘정신질환자의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동거인 또는 민법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신상에 대해 권한이 있는 성년후견인·한정후견인·임의후견인’이 신청할 경우 비자의 입원의 요건의 하나를 만족하는 거라고 했다. 현행법 제39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뭐가 다른가. 내가 질문하고 싶다.”

 

-자의입원을 개정해서 ‘비공식입원’을 하도록 했다. 개념적으로 모호하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개정법안 41조는 ‘정신질환자는 정신의료기관에 비공식입원 등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내용인데 현행법 41조의 자의입원이랑 다른 점을 모르겠다. 그것보다 개정법 42조의 자의입원이 더 이상하다. 현행법 42조의 동의입원을 자의입원으로 바꿔놓고는 42조 동의입원 내용을 넣었다.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

 

-현행법 제43조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강제입원)을 모두 삭제하고 다른 내용들을 신설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그 법이 제43조 보호입원이다. 내가 볼 때 보호입원 제도를 만들기 위해 개정안이 나왔다고 할 정도로 가장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다. 현행법 43조는 과거 정신보건법의 제24조 강제입원을 남용해 정신질환자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려는 안전장치로 만들어 놓았다.

대표적으로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정신의료기관 소속의 정신과 의사 2명의 독립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작동이 안 된다.

구 정신보건법은 환자가 치료의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 중 하나만 만족해도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현행법은 앤드(and), 즉 두 가지 요소를 만족시켜야 한다.

개정법은 앤드(and)를 오아(or)로 바꿔버리고 2항에는 병식(病識)이 없고 입원 치료를 안 하면 정신질환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될 때를 분리해서 넣었다.

그런데 이 법을 제시한 민주당 TF(태스크 포스)를 비롯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함께 개정안 마련에 참여한 법률가들은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나는 한국 정신건강서비스 체계를 비판할 때 빈번히 예시하는 미 애리조나주 법의 비자의입원 요건과 민주당TF,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도한 개정안 요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개정안을 만든 이들이 ‘탈원화가 잘 진행된 미국에서도 사용되는 비자의입원 요건을 사용하는 게 왜 위험한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오현성 교수. 사진=오현성 제공
"비자의입원, 보호입원, 계속입원심사, 행정입원을 가정법원이 한다고 생각해 보라. 환자 수만 8만 명이다. 이 제도는 법조인들에게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버리는 거다. 그 거대한 매출의 납부자가 돼야 하는 환자와 가족, 정부는 엄청난 부담을 져야 한다." (c) 오현성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귤화위지·南橘北枳)란 말이 있다. 회수 남쪽의 귤을 외후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인데 같은 제도나 법이라도 이것이 집행되는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애리조나를 예로 들어서 어떤 맥락의 차이가 있는지 말하겠다.

미국 연방정부의 의료급여와 노인건강보험은 정신질환자들의 장기입원에 대해 요양급여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애리조나주의 경우 입원 후 25일 동안은 의료급여 제도가 지원되지만 그 뒤로는 애리조나주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는 주정부 정신병원으로 이송되거나 지역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문제는 주정부 일반예산으로 운영이 되니 주정부 정신병원의 병상수가 너무 적다. 애리조나주의 장기입원 병상수는 302개에 불과하다. 환자를 한 명 더 받으면 수입이 더 들어와야 하는데 정부 일반예산으로 지원되니 몇 명을 돌봤든 비슷한 수익만 생기니 병상수를 늘릴 인센티브가 없다.

한국의 경우 입원병상 및 수용시설의 93%가 개인사업자나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에 의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과 같은 비자의입원 항목을 쓴다는 건 ‘탱자’가 되어버릴 시스템을 만날 위험이 높다.

미국처럼 장기입원 병상수가 적은 사회에서 비자의입원 제도에 대한 병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우선 정신병원들은 비자의입원을 하게 만든 급성 증상들을 25일 안에 치료할 수 있도록 엄청난 자원을 투자한다. 주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 남은 병상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 될까? 대부분의 환자들은 25일 뒤면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지역사회에서 사례관리 받고 복약 관리 받고 비자의입원이 되지 않게 퇴원 훈련을 단단히 시킨다.

또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기관들이 비자의입원을 최대한 방지하는 1차 안전망 역할을 한다. 즉 비자의입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사회복지사, 동료지원가가 물심양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규범화돼 있다."

 

-명백한 정신질환자이고 자타해 위험이라는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강제입원시킬 수 있도록 했다. 예전 정신보건법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나도 그런 생각이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조항을 모두 삭제했다. 왜 삭제했다고 보나. 어떤 문제가 이 속에 숨겨져 있나.

“제47조 5항을 보면 ‘절차보조인에 관해 이 법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형사소송법 중 국선변호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돼 있다. 즉 변호사 자격증 있는 사람이 절차보조인이 되지 않을까.

비자의입원, 보호입원, 계속입원심사, 행정입원을 가정법원이 한다고 생각해 보라. 환자 수만 8만 명이다. 이 제도는 법조인들에게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버리는 거다. 그 거대한 매출의 납부자가 돼야 하는 환자와 가족, 정부는 엄청난 부담을 져야 한다.”

 

-법원이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좀 더 타당하고 객관적이지 않나.

“미국은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기관들이 1차 안전망 역할을 한다. 거기에 더해 위기 대응 서비스 체계가 돌봄의 연속성을 지원하고 있어 급성기 환자들이 23시간 안정화 센터 등을 통하기 때문에 한 번 더 사법입원 과정에 가는 것이 걸러진다.

비자의입원 요건을 충족해 판사 앞에 가는 사람 수가 매우 적어지는 거다. 그러니 주어진 예산 하에 비싼 법조인들이 시간을 쓰면서 변론하는 적법절차가 현실화된다.

한국은 어떤가.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가 없으니 하루에도 수백 명이 가정법원에 올 위험이 있다. 법무부 예산은 한정돼 있으니 무작정 판사와 변호사, 검사를 고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런 현실이 만들어지면 조직들은 생존을 위해 이상한 문화를 만든다. 첫째, 환자 일인 당 5분 변론과 판결이 이뤄져 적법절차는 유명무실해진다. 둘째, 보호입원 및 행정입원으로 가정법원에 오는 환자들에게 비자의입원 기간을 최대한 길게 판결해 판사가 해결해야 할 케이스 수를 줄이는 것이다.”

 

-사법입원을 반대하는 주장을 보면 비용적 측면을 부각하는 것 같다.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쏟아붓는 예산은 두고 사법입원 판결 예산만 지적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내 생각에 42조 2항의 2호는 자타해 위험성은 없지만 음성증상(negative symptoms) 때문에 노숙생활을 하는 이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 같다.

현행 법률은 음성증상이 심한 환자들을 비자의입원 시킬 수 없다. 그런데 개정법이 통과될 경우 음성증상의 노숙자를 병원에 보호입원과 응급입원시킨 다음에 이를 행정입원으로 돌릴 수 있다. 현대의학은 정신질환자의 음성증상을 약물로 치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청이나 환각 같은 양성증상(positive symptoms)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음성증상은 마치 엄마가 아이를 따라다니듯 동료지원가 및 사회복지사가 생활 지원을 하는 비약물 치료가 효과성이 있다.

미국에는 노숙자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데 음성증상이 심해 병원에도 못가고 노숙자지원센터에 의지해 거리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병상의 93%를 공급하는 민간업자들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장기입원을 지속시킬 위험이 있다. 입원 환자들은 계속 입원 심사에 따라서 퇴원 여부를 결정짓는다.

그렇다면 가정법원 판사, 절차보조인, 검사 들은 계속입원이나 퇴원 결정 시 어떤 기준을 사용할까. 당연히 제43조 2항의 입원요건을 기준으로 판단할 거다.

병식이 없고 입원치료를 하지 않으면 정신질환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증거를 검사가 보여주면 그 환자는 평생 퇴원 못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증거(evidence)’가 될까. 바로 병원 차트다. 병원 차트에 ‘약을 먹지 않았다’,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라는 문구가 들어가면 이 사람은 못 나가는 거다. ‘병식’이 없다는 건 병원이란 폐쇄된 공간에서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다.

아무리 탈원화된 미국 법을 가져와도 서비스 공급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시설화가 강한 국가에서 입원치료를 더 이상 쉽게 만들면 안 된다.

지금 법은 한국적 맥락에서 입원치료를 빨리해 급성기 증상을 치료하는 데서 오는 이익보다는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증가시켜 개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정부지출을 높일 위험이 높다.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는 장기입원에 국민 세금을 쓸 수 없다. 정신병원들의 장기입원 때문에 양성증상만 있는 사람이 병원에서 사회관계 능력과 직장을 가질 능력을 잃고 일생주기별 과업 수행 실패 등으로 인해 세금을 내는 국민이 되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금 입원된 환자들 중 상당수는 지역사회에서 체계적인 정신보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자신의 일생주기별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궁극적으로 직업인으로서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다. 국가 재정이 더 이상 이 폭압적인 장기입원을 촉진하는 입원치료를 감당할 수 없다.“

 

-응급입원 조항을 강화했다. 불법적 강제입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응급입원 이외 다른 법으로 인한 강제입원이 더 염려된다.”

사진=오현성 제공
"지금 법은 한국적 맥락에서 입원치료를 빨리해 급성기 증상을 치료하는 데서 오는 이익보다는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증가시켜 개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정부지출을 높일 위험이 높다." 사진=오현성 제공

 

-외래치료명령제는 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외래치료명령제는 지역사회에 서비스 체계가 잘 돼 있을 경우 효과적이다. 외래치료명령제가 이뤄지더라도 복약 관리를 하지 않는 환자의 신체를 무력으로 제압해서 약을 먹이거나 투약하는 게 아니다.

외래치료명령제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사용해 복약 관리 및 치료 참여를 촉진한다. 사람이 ‘이게 법이야’ 하면 잠시 ‘움찔’한다. 그 논리를 따라서 ‘법으로 당신은 약을 먹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비자의입원 대상이 된다’고 하면 환자들이 치료에 참여할 확률이 높다는 논리다.

그런데 실증연구를 보면 치료 참여율을 높인다는 근거가 없다. 일부 집단에서 외래치료명령제가 치료 참여율을 높인다고 하는데 그 집단은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체계에 의해 지원을 받고 있는 집단이다. 즉 외래치료명령제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체계가 잘 갖추어진 공간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국은 어떤가. 정신질환자가 연루된 사건만 터지면 광역 또는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가지고 해결하겠다고 한다. 작년에 참여했던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에서 지역사회 정신보건 전문가들 그룹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다이소’라는 말이 나왔다. 일이 너무 많아서 어떤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유명무실하다.

정신과 의원은 어떤가. 환자들이 1~2달에 한 번 가서 5~15분 진찰을 받는다. 그곳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지역사회에서 심리치료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외래치료명령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거주 정신질환자의 최소 8할이 ‘네, 제가 다니는 정신과 의원에서 복약 관리를 위해 10주간 트레이닝을 받았어요’라는 대답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응답한) 21명 중 단 한 명도 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심리치료 그게 뭐예요’라고 하더라.

그 외에도 환자-의사간 파트너십, 복약 관리 지원, 동료지원가 서비스 등을 조사했는데 이런 개념 자체가 없는 게 대한민국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체계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한 가지만 꼽으라면 정신과 의사 자격증이 없는 정신보건서비스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심리치료는 요양급여에서 제외시키는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제도가 원흉이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처음 생길 때 약속했던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체계 확충이라는 숙제가 24년 간 지켜지지 않아서 이런 상황이 온 거다. 밀어 놓은 숙제는 하지 않고 새로운 숙제부터 하면 죽도 안 된다.”

 

-퇴원 후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보건소에 퇴원자의 인적사항을 보호자와 당사자 동의 없이도 고지하도록 했다. 이는 어떤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는가.

“첫째,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의 8개 원칙들이 신설된 제52조 2항을 검토할 때 심층적으로 고민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제4항 ‘개인정보 처리자는 정보주체의 권리가 침해받을 가능성과 위험 정도를 고려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를 적용할 경우 퇴원 사실 및 진단명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보건소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위험 요소들이 있다.

어떤 직원을 담당자로 할지, 어떤 건강 관련 정보를 정신의료기관과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 보건소가 공유할지에 대한 고민이 미흡하다.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 이런 요인들에 대한 고민이 완화되지만 특히 본인 및 보호자의 동의가 없을 경우에는 제4항에서 명령하는 내용이 더 엄중히 적용돼야 한다.

둘째,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공유하는 것에 합의가 있더라도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이 서비스 제공 역량이 변하지 않는 현실에서 건강정보 공유 및 강제외래치료법은 실효성이 없다.

셋째,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정보의 교환은 안 그래도 높은 정신질환자들의 자살률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2013년 아산병원 홍진표 교수 팀이 정신질환 역학 조사를 했다. 지난 1989년부터 2006년 기간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입원 후 1년 동안 자살한 비율을 조사했다. 정신질환자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1천151명이었다. 일반인의 자살률은 24명이었다.

급성기 증상이 처음 온 사람들은 아직 집에 돈도 있고 완치에 대한 큰 희망을 품고 대학병원에 비싼 돈 주고 간다. 그래서 홍진표 교수 데이터는 아마 최초 급성기 증상 경험 환자들이 많은 거 같다.

그 시점에 정신병원을 경험하고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만드는 온갖 사회적 관계 단절 및 일생주기별 과업 수행 정지가 자살 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데이터는 조심히 다뤄야 하는데 본인 동의 없이 한다는 건 정말 상상할 수 없다.”

 

-퇴원이 쉬워져서 정신질환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미디어와 의료계는 주장한다. 어떤 모순이 있나.

“한국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858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 중 정신질환자가 일으킨 경북 영양 경찰관 사망사건과 고 임세원 교수님이 사망한 사건 2개 사례는 1월 25일에 민주당 테스크포스 팀 및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만든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 발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이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은 내가 봤을 때 사회적 스티그마(낙인)와 편견에 기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 환자들이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가 선행돼야지 낙인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사회도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2017년 5월 31일 개정법 이후 정신과 병상 수가 3.8% 줄었다. 그 병상 수 줄어든 게 2017년 5월 31일 이전까지 발생한 거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5월 31일 이후에는 병상 수 변화가 별로 없다. ‘쉬워진 퇴원’이란 건 생각보다 현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많은 가족들이 입원을 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지역사회가 아닌 병원에 들어가서 살 수밖에 없는 건 변화된 것이 없는 지역사회 정신보건 체계 탓이다.

낙인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탄탄한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체계의 도움으로 조현병 당사자들이 대학교수를 하고 의사를 하고 국회의원을 해야 일반인들이 가지는 근거 없는 믿음과 가정이 현실에서 거부될 때 이뤄진다. 민주당 TF 및 신경정신의학회가 공동으로 만든 개정안은 임세원 선생의 이름을 더럽히고 사회적 낙인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전부개정안에 맞먹을 정도로 방대하다. 정신보건법 시절로 역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나.

“동의한다. 어쩌면 환자, 가족, 정부에 더 큰 부담을 주는 법이 탄생할 듯하다.”

오현성 교수는 "많은 가족들이 입원을 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지역사회가 아닌 병원에 들어가서 살 수밖에 없는 건 변화된 것이 없는 지역사회 정신보건 체계 탓"이라고 꼬집었다. (c) 오현성
오현성 교수는 "많은 가족들이 입원을 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지역사회가 아닌 병원에 들어가서 살 수밖에 없는 건 변화된 것이 없는 지역사회 정신보건 체계 탓"이라고 꼬집었다. (c) 오현성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예산 투입은 이번 개정안에 없다. 이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나. 아니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보나.

“이번 정책은 과거에 나온 수박 겉핥기식 지역사회 정신보건 대책들보다 훨씬 미비하다. 과거에는 어떤 정책이 나와도 유명무실해진 정신건강복지센터 강화 대책은 언급했다. 이번 정책은 강제입원 효율화를 위한 개정안이라 본다.”

 

-이번 개정안에서 우리 정신장애인 운동계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가.

“지역사회 정신보건 서비스의 총량과 질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주목하고 대응해야 한다. 정신보건서비스를 만드는 재원은 의료보장 제도라고 부르는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다.

종종 나오는 ‘정신보건 예산이 1천700억 원’이라는 주장은 정신건강서비스의 협소한 개념에 기반한다. 입원 치료를 지원하는 의료보장제도는 2017년 약 4조5천억 원을 정신질환 치료에 사용했다. 이 돈을 어떻게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치료의 연속성을 제공받는 데 사용할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신병원은 모두 폐쇄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립으로 운영되는 정신의료기관은 제한된 기간 동안 입원치료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장기입원이 필요할 경우에는 국공립 병원 이외에는 의료보장제도가 요양급여를 지원하지 않아야 인권침해적이고 비효과적인 장기입원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미 연방정부는 정신질환 환자들의 장기입원에 대해 요양급여 제공을 금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도 이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동의한다.”

 

-정신장애인 운동계가 지켜야 할 원칙은 뭐라고 생각하나.

“당사자들이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은 찾았는데 주인으로서 어떤 정책 결정 과정에 어떻게 참여할 지에 대한 지식은 없는 것 같다.

'정신건강정책과'와 '국립정신건강센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정책 결정 거버넌스를 독점하고 있고 환자와 가족, 사회복지사, 의사가 아닌 전문가들은 들러리만 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에 환자와 가족, 사회복지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길을 뚫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향후 10년간 초점을 둘 국가정신건강 연구개발 전략을 작년 10월 정신건강의날을 맞아 발표했다. 그런 전략이 환자와 가족이 이사회 회원으로서 참여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결정됐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환자와 가족, 사회복지사, 전문가들이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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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2-13 03:35:01
여의도 망나니에게 칼을 쥐어줬더니 사람을 목치는 구나 윤일규악법!!
지역사회서비스는 만들 생각은 전혀 없고 의사들 배불리기 법 만들어 대한정신학회 대변
입원병상의 93%가 개인또는 의료법인맡겨 국가는 무책임 반성하라
당사자 범위 넓혀 병원가둠 탈원화에 역행 장기입원반대한다
같은 제도라도 집행자 따라 다른 결과 나와 귤이 탱자되는 꼴이다
지역서비 기관이 강제입원 막는 안전망이다 개정안은 정신질환·자타해위험중 하나해당돼도 강제입원 퇴보된 법률안
급성기치료 무시하고 효과없는 장기입원에 중점둬 병원이득추구 사법입원은 법조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돈벌이 심부름
외래치료명령제가 치료 도움된다는 근거없어
환자 가족, 전문가들이 의사 주도의 거버넌스 참여해야한다
우리를 빼고 우리를 논하지 말라 자유가치료다 기득권은반성!

권혜경 2019-02-13 02:11:28
좀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내용이어서
정독, 1독을 권합니다.
중요한 시기에 꼭 알아야할 인터뷰 내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