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원법/공대위 입장 성명(전문)] 고 임세원 교수 유지에 반하는 '윤일규법' 철회하라
[임세원법/공대위 입장 성명(전문)] 고 임세원 교수 유지에 반하는 '윤일규법' 철회하라
  • 김근영 기자
  • 승인 2019.02.12 19: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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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세원교수와 유가족들의 유지에 반하는 윤일규의원안 즉각 철회하라!”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과 관련 없는 요식적인 공청회는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기만이다!”

(사)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마인드포스트, 수원마음사랑, 안티카, 침묵의 소리, 협동조합 행복농장,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중앙회, 한국조현병환우회(심지회),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서울지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사)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 서초열린세상, 한울정신장애인권익옹호사업단 등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가족단체, 관련 기관 등이 연대하여 '정신건강 서비스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했다.

공대위는 지난 8일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관한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중심으로(이하 임세원법 공청회)'에 대응하기 위해 개정법 반대의견서를 작성하고 의견통합의 과정을 거쳐 관련내용을 정리했다.

공대위는 임세원법 공청회가 열린 8일 오전 윤일규 의원을 비롯해 해당 법안을 발의한 14명의 의원실을 비롯해 국회보건복지위 의원실을 방문하고 공대위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마인드포스트>는 공대위 의견을 아래와 같이 싣는다.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에 대한 공대위 입장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고(故) 임세원 교수의 비극적인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고 깊이 슬퍼했다. 동시에 언론이 이 사건을 두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는 방식의 보도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드는 것’과 더불어 ‘이번 사건이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또 다른 차별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고(故) 임세원 교수 유가족의 호소에 ’유가족의 품격‘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언론의 보도행태는 기존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줬다.

언론의 이런 변화는 많은 예산을 들여서 시행하고 있는 인식개선사업으로도 얻지 못한 결과이고 이러한 언론보도의 변화는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故) 임세원 교수와 유가족이 보여준 태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고, 정신장애 당사자들도 고(故) 임세원 교수의 유지를 이어나갈 것이다.

그러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임세원법이라는 명분만을 빌려 고인의 유지에 반하는 악법을 강행하고 있고, 법안의 중요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 자리마저 꼼수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정신건강 서비스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는 당사자, 가족의 뜻을 모아 오늘의 공청회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과 관련 없는 요식적인 공청회 이자 반임세원법으로 원천무효이고, 윤일규의원안은 구 정신보건법보다 후퇴한 초헌법적인 개정안이므로 철회돼야 한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정신건강 서비스 정상화 촉구 성명서

고(故) 임세원 교수의 죽음은 우리 모두를 슬픔에 빠뜨린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가해자는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방지와 차별 없는 환경에서 정신질환의 조기치료’를 위해 애썼던 고인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우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비롯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내놓고 있는 여러 대안들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전수조사에서부터 법원판결을 통한 강제입원, 강제치료의 강화, 외래치료명령제의 요건을 완화한 강제치료의 강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환자의 강제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지금 제시되는 여러 안들은 ‘정신질환’이란 이름이 붙여진 당사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제외한 어떤 질환이, 그것이 심해져 ‘암’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고 강제로 치료하는 경우가 있던가? 그렇지만 ‘정신질환’이라는 이름 붙여진 환자만에 대해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강제입원, 강제치료, 강제관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임원진, 국회의원, 정부관료 등 소위 사회적 영향력 있는 사람의 입에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정신질환’이라는 딱지의 낙인효과가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갈등을 겪는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은 ‘정신질환’이라고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치료받는 것 자체를 기피하게 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이제 우리는 왜 ‘정신질환’이란 이유로 입원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퇴원 후 치료를 받지 않으려 하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첫째, 그들이 입원한 정신병원은 폐쇄병동으로 감옥보다 나을 게 없는 환경이 아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둘째, 정신병원에서의 치료가 왜 약물투입 이외의 대안으로써 당사자에게 제공되지 않았는지, 당사자들이 왜 약물치료를 기피해 왔는지 냉정히 되짚어 보아야 한다.

정신요양시설과 정신병원에 있는 수만명의 “정신질환” 환자들이 수십년에 걸쳐 정신과의사가 처방한 약을 복용했지만 치료되지 않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감성과 지성을 거의 잃어버린 채 멍한 표정으로 지내기도 한다. 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서 이를 직접 경험하고 본 당사자가 퇴원 후 치료를 기피하는 것은 본능적 반응일 수도 있다. 여전히 10만 여명의 당사자를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가두어 두고 약물치료만을 고집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대안들이 채택된다면, 그것은 또 다시 “정신질환”이라고 이름 붙여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당사자의 운명을 송두리째 위험에 빠뜨리는 잔인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널리 시행하고 있고, 또한 장애인권리협약과 국제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며, ‘정신질환’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대안을 통해 고(故) 임세원교수의 죽음과 같은 비극의 재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첫째,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다시 새로운 삶을 찾아 살아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약물치료보다 더 우선시돼야 한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강제외래치료명령”이 아니라 퇴원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동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사자가 원하는 재활, 미래의 꿈의 실현, 치료계획을 스스로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외래치료명령제도”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 일부만 있어도 당사자 자조모임의 결성과 활동지원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둘째, ‘정신질환’ 환자를 전수조사하여 ‘정신질환’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만 강화할 뿐이다. 그 비용으로 모든 정신병원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이라 이름붙인 환자를 폐쇄병동에 감금하면서 얼마나 비인간적인 처우를 하기에 퇴원 후 치료받기를 거부하는지 전수조사하고도 남을 것이다. 정신질환의 치료환경이 개선된다면 누가 치료받기를 거부하겠는가?

셋째, ‘정신질환’이라고 이름 붙여진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당사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을 팽개쳐 두고는, 아무리 많은 비용을 투입하여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하고 홍보를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정신질환’이라고 이름 붙여진 당사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첩경은 ‘정신질환’ 당사자들에게 위기상황의 동료 지원, 동료 상담, 동료들의 재활과 회복을 직접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제까지 간과되었던, 그러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부분은 당사자와 당사자 단체에 이런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게 하거나 그 서비스 제공에 핵심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자기 경험을 통해 치료와 회복, 인권침해적 사회환경의 개선에 앞장서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최소화시키는 길이다.

선진국에서도 이미 실패하였다고 인정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실패한 폐쇄병동에 감금하여 약물치료를 하는 기존의 치료중심접근을 더 강력하게 만드는 작금의 여러 제안들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그것보다는 많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런 대안이야말로 더 훌륭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수십년 동안 이미 실패했음이 드러난 강제입원, 강제치료, 강제관리의 낡은 시스템을 더욱 강화시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인 당사자의 인권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주고,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치료와 여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 길이야말로 지역사회에서 치료도 상담도, 사회생활도 하지 않고 고립되는 당사자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인식 하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신질환”으로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당사자가 치료받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의 정신병원을 전수조사하여 열악한 정신질환 치료 환경을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2. 회복과정에 있는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위기의 동료지원활동, 일상적 당사자 자조모임, 동료지원활동, 동료상담활동, 동료재활지원활동 등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제7항, 제8항, 제78조를 구체화하는 길이다.

3. 정신질환 당사자를 죄인 취급하는 폐쇄병원을 즉각 폐쇄하고, 폐쇄병동 피해자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상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4. 응급입원과 응급치료를 제외한 모든 강제입원, 강제치료를 없애야 한다. 대신 지역사회에서의 생활, 취업, 치료, 재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서비스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5.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유아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인권침해적 모든 환경에 대해 상담, 지원, 교육, 치료, 재활 등의 다학제적 조기개입이 이루어져, 극심한 스트레스가 정신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이상의 내용이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의 “기본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길임을 천명한다.

2019. 2. 8

정신건강 서비스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

(사)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마인드포스트, 수원마음사랑, 안티카, 침묵의 소리, 협동조합 행복농장,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중앙회, 한국조현병환우회(심지회),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서울지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사)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 서초열린세상, 한울정신장애인권익옹호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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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2-13 02:56:31
천만번외쳐도 속터져 억울하다. 임세원법은 좋은법, 윤일규법은 악한법, 어찌 정신과의사로 두 사람이 그리 다를 수 있을까? 권준수의 팔아먹기 정신건강 교수법과 이영문의 환자살리기 교수법은 대학이 달라서 그런가?
똑같은 상황을 두고도 전문가가 맞붙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왜 약자 소외된 자의 논리는 무시되어야만 하는가?
윤일규 악법에 대해서도 - 정신과 의사들은 그저 끄덕끄덕 수긍 중도 포용의 태도로 어정쩡하게 얘기한다.
사회복지나 간호학, 심리학 전문가들은 쌍심지 켜고 윤일규악법을 철회하라 하건만 정신의료권력만은 눈껌쩍 않는다. 25년간 당사자 등꼴파먹은 기득권의 또아리 아성이 그만큼 단단한 것이다.

몰라서 안했던게 아니다. 의료카르텔이 국회를 유혹하고 비싼 법조계 사법재판을 남발하게 한다.헬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