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걸려보지 않은 사람들이 당사자에 대한 법을 만들 수 있나”
“정신질환 걸려보지 않은 사람들이 당사자에 대한 법을 만들 수 있나”
  • 전민 기자
  • 승인 2019.02.22 1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세원법은 당사자들을 위한 법이 아냐
당사자들이 하는 얘기에 귀기울이고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들어야
집중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모든 정신질환자가 잠재적 범죄자는 아니라고 생각해
자기 통제할 수 있는 정신질환자가 훨씬 많다고 생각해
일반인이라고 정상이라고 할 수 있나
정신질환의 기준도 계속 바뀌지 않는가
공청회가 끝난 후 의사들의 얼굴에는 미소뿐이었던 것을 기억해
민주주의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 1항을 위반한 개정법의입법은 무효
개정시도는 역사적 오류이며 또 다른 농단의 씨앗임을 알아야

<마인드포스트>는 지난 8일 열린 국회 ‘임세원법’ 공청회 이후 정신장애인과 비정신장애인의 입장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양모(36) 씨의 의견.

-저번에 임세원 법 공청회 기사를 보고서 당사자로서 느낌 점이나 생각이나 소감이 있다면?

“당사자들이 차라리 이주할 수 있는 섬을 달라 시위를 하더라. 임세원법은 당사자들에게 자유롭고 더 좋은 법으로 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가고 있다. 당사자들을 위한 법이 아니라 형식적인 법 개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사자들을 위한다면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소외됐다는 느낌이다.

당사자들이 다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더라. 당사자 편에 서서 했어야 하는데 자기들이 말 그대로 정신병 걸려보지 않았으니 모를 거 아닌가. 당사자에 대한 법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아니까 당사자들이 하는 얘기에 귀 기울이고 뭘 진정으로 원하는지 그런 걸 더 반영했으면 한다.

덧붙이자면 (당사자를 위한 법으로 개정이 된다면) 법 개정이 잘 돼서 당사자들이 하나라도 더 좋은 환경의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좋지도 않은 거를 무슨 개정이냐고 따지고 싶다.“

역시 당사자인 전모(50) 씨의 의견이다.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된다. 또다시 임세원교수 사건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정신건강전문가들을 더 늘리고 집중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장기 입원 되어 있는 환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기입원 돼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권이 말살되는 거다.”

-혹시 당신의 입원 경험 중 병원에서안 좋았던 경험이 있는가?

“잘못을 안 했는데 어떤 환우가 나를 때렸다. 이유도 없이. 그래서 나도 같이 때렸다. 그랬더니 그 환우가 내가 자기를 때렸다고 일러서 내가 감금실에 감금당했다. 처음 입원했을 때. 삼 개월 동안 입원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때 상황을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나?

“이유 없이 때리는 거다. 그래서 나도 한 대 때렸더니 간호사한테 일러서 간호사들이 그 말만 듣고 나를 감금시키는 거다.”

-감금실 안의 상황이 어땠나?

“추웠다.”

-결박당했나?

“묵였지.”

-때렸단 이유로?

“그렇지. 그 사람은 안 잡아넣고.”

-잡아넣은 것은 보호사였나? 간호사였나?

“간호사였다.”

-감금시킬 때 어떻게 했나?

“그 사람이 나를 먼저 때렸다고 말했는데 (묵살당했다).”

-얼마 동안 있었나?

“그때 한, 하루?”

-하루? 하루 동안?

“하루 있었을 거다. 잤으니까.”

-잤어? 주사를 놨나?

“잘 모르겠다”

전씨로부터 더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마인드포스트>는 이어 비정신장애인 김모(54) 씨에게 최근 발생한 정신질환자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물었다.

“정신질환자들도 범죄를 저지르기는 하지만, 일반인들도 그런 범죄를 저지러잖나. 그런데 그 일반인들을 정신질환자라고 하지는 않지 않나. 모든 정신질환자가 다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자기 통제를 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본다. 그런 식으로 보면 세상 모든 사람이 정신질환자다.”

김씨는 얼마 전 보도됐던 사건을 상기시켰다.

“얼마 전에 강아지가 설사를 한다고 애견센터에 가서 강아지를 집어던진 사람이 있었지 않나. 뉴스에 나왔는데. 나는 그 사람보고 미친년이라고 했는데(웃음). 근데 그 사람을 정신병적으로 안 보지 않나. 일부 환자들이 그런 범죄를 일으켰다고 해서 모든 정신질환자를 그렇게 보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일부 어떤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거나, 별다른 외모와 행동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정신질환자라고 봐도 된다고 보나?

“우리가 생각하는 게 보편타당한 기준에서 넘어서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사람들도 대화를 해보면 나보다 더 멀쩡할 수도 있다(웃음). 그러니까 기준이 뭐냐 이거지. 보편타당성으로만 보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난 사람들을 그렇게 보는 거 아닌가.”

-일반인 범죄와 다를 것이 없는데 정신질환자가 일으켰다는 것 때문에 확대 재생산 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공포를 조장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정신질환의 기준도 십 년, 이십 년 전에는 보편타당한 기준이 맞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지 않는가.”

당사자인 임모(29) 씨는 공청회를 직접 방청한 소감을 <마인드포스트>에 보내왔다. 다음은 전문.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를 다녀오며

처음에는 정신장애인 관련법 개정이란 말에 궁금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교수의 발표 내용인 즉 강제입원에 대한 조항을 5개나 개정하면서도 환자의 인권과 권익은 무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가만히 넘어갈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사자인 저로서도 안 그래도 사회에서 유리되고 격리되어 차별받고 무시 받는 상황에서 그런 것이 합법화까지 된다면 이 세상에서 저희는 살 수도 숨 쉴 수도 없게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공청회는 강제입원의 '강'자도 나오지 않은 채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 법학자들의 이상적인 롤 모델에 대한 강의, 의사인 국회의원과 내빈 소개에 3시간 동안의 공청회에서 한 시간을 축사로 날리고 우리는 그 아까운 한 시간을 안타까운 침묵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주관의 공청회라 전문가집단인 의사들과 관련 단체의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당사자 쪽은 고작 전문가가 2분이었습니다. 한 분은 자신의 요양원이 잘 안 된다는 얘기로 귀한 10분의 발언을 다 보냈습니다.

우리 당사자 가족들은 울부짖었습니다. 우리도 살고 싶다고 외쳤습니다. "차라리 섬을 달라, 못 살겠다"고 외쳤습니다. 파도손 대표는 우리는 입원이 잘못된 치료임을 알고 있고 치료법도 알고 있는데 개정되는 법은 입원에 관련된 법뿐이라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우리는 다 나쁜 이가 아니고 사기 칠 능력도 없다고 고백도 했습니다. 그러나 임세원법 입법공청회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의사들의 얼굴에는 미소뿐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환자를 돌본다는 의사들의 얼굴에는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는 표정이나 감정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말들만을 쏟아내고 우리의 소망이 무참히 유린당한 공청회의 마지막 한 참가자의 발언이 기억납니다. 국민의 의견수렴 하나 없이 자신들끼리 입법을 한 이런 공청회를 없애자고 그 많은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 1항을 위반한 개정법의 입법은 무효이며 역사적 오류이며 또 다른 농단의 씨앗임을 알아야합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