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표 “지원주택·임대주택 늘려야…정신장애인 혼자 어떻게 보증금 마련하나”
최동표 “지원주택·임대주택 늘려야…정신장애인 혼자 어떻게 보증금 마련하나”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3.07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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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인터뷰
정신재활시설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불균형
재원 부족으로 지자체가 재활시설 외면해
지역사회 삶에 의료적 모델이 강하면 안 돼
탈원화 외치는데 국가는 정신병원에만 예산 투입해
시대 뒤떨어진 건축법으로 공동가정 규정 혼란시켜
탈원화 대신 강제입원 강화 법안에 반대
센터, 동사무소, 재활시설 서비스 겹치는 부분 많아 혼선
직원은 인간에 대한 사랑 갖춘 사명감·헌신감 가져야
선진국은 직원 안식년…한국은 인원 증가도 국가가 난색
정부가 임대주택과 지원주택 제공에 적극 나서야
거주 기간을 3년, 5년 등 시설에 자율권을 줘야
노인 정신장애인 위한 영구 그룹홈 만들어야
지역사회에 살 때 삶의 질 훨씬 올라가
호주는 당사자 한 명에 전문가 4명이 붙어 토털케어해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그는 4년제 대학을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학비를 벌어 마쳤다. 어린 시절 꿈은 판검사였다. 그렇지만 그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그에겐 법 공부는 사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종합병원에서 원무행정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정신과 환자들을 처음 만났다. 정신장애인 환자들은 퇴원했다가 다시 들어왔고 또 퇴원했다가 관리가 안 돼 들어왔다. 회전문 현상이었다. 그렇게 일하는 10년 동안 그들을 접하면서 그는 정신장애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는 정신장애인이 의학적 치료를 떠나 사회에서 그들이 처한 근본적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병원을 그만두고 야간대학원에서 사회복지로 석사를 마쳤다. 그리고 1998년 12월 정신사회재활시설 한마음의집을 개소해 첫 입소자를 받았다. 지역주민의 반발도 있었다. 그렇지만 견뎌야 했다. 그는 자신의 길이 맞다는 것을 끊임없이 되뇌어야 했다. 그 20년 간 그를 스쳐간 당사자들이 100명이 훨씬 넘는다.

어느날 이웃에 영화감독 성승택 씨가 이사를 왔다. 성 감독은 옆집에 정신장애인들이 사는 것에 처음에는 불쾌해했다. 이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편견과 달리 이들의 너무나 조용한 생활에 관심이 커졌다. 그렇게 정신장애인들의 삶을 조명한 영화 ‘옆집’이 탄생했다. 개미 후원가들의 도움도 컸다.

한마음의집 원장인 그는 그러나 그 영화가 널리 전파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 영화가 정신장애인의 편견 개선에 어떤 프로파간다보다 강렬하다는 걸 알고 있다. 마포구와 서대문구 공무원 1600여 명이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정신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다만 지금 사장돼 있는 이 영화의 가치를 누군가 알아보고 상영할 공간을 마련한다면 자신의 작은 힘을 보탤 거라는 다짐을 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해 취재 차 그를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 그가 서울시정신재활시설협회장에 선출됐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에게 연락을 했다. 그가 흔쾌히 약속을 잡았다.

최동표(56) 한마음의집 원장을 만난 건 비가 조금씩 내리던 6일 오후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c)마인드포스트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c)마인드포스트

-정신건강복지법에 보면 정신재활시설은 ‘사회적응을 위한 훈련과 생활지도를 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좀 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분류를 하면 지역사회재활시설, 정신질환자 직업재활시설, 중독자 재활시설, 정신질환자 생산품 판매 시설, 정신질환자 종합시설. 정신질환자 지역사회재활시설 중에서는 공동생활가정, 주간재활시설이 들어가요.”

-기자도 그룹홈에서 6년을 살았습니다. 이것도 정신재활시설의 일종인가요.

“그렇죠. 정신재활시설 중에 공동생활가정에 들어가죠.”

-굉장히 의미가 광범위하고 복잡합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처음부터 체계적인 게 아니라 하다 보니 여길 뜯어 고치고 저길 뜯어 고치고 하다보니까 복잡하게 됐죠. 집 문제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집 문제는 무슨 말입니까.

“단독주택이냐, 임대주택이냐, 연립주택이냐로 나뉘어져요. 방이 네 개 있는 데는 공동생활가정에서도 훈련형, 방이 세 개 있는 거는 거주형으로 나눠져요. 복잡하죠.”

-정신재활시설에 포함된 공동생활가정 등 하위 직역들은 각각 단체별로 조직을 만들고 있습니까.

“아니요. 정신재활시설 안에 다 들어 있어요. 서울특별시 정신재활시설 안에 정신질환자 생활시설, 주거제공 시설, 주간재활시설, 공동생활가정, 직업재활시설, 중독자시설, 생산품 판매시설, 종합훈련시설 다 들어가 있는 거죠.”

-한마음의집은 어디에 속합니까.

“공동생활가정이죠.”

-정신재활시설이 전국 349개소입니다. 서울시가 104개소, 경기 53개소이고요. 수도권에 불균형하게 몰려 있는 현상을 보입니다.

“국고 보조금을 안 받는 시설까지 합하면 110개소. 일단 재원 문제예요. 만들어 놓으면 국가보조금을 해 줘야 하는데 지방재정이 없어서 잘 안 해줘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겁니까.

“지방은 국고 보조, 지방 재원 7대 3의 비율이에요. 서울은 100%죠. 서울시비로 다 주니까.”

-강원과 전남은 3개소, 전북은 아예 정신재활시설이 없더군요. 이건 지자체 문제 때문에 그렇습니까.

“지방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돈이 있어도 할 수 없는 것이 이거다 그래요.”

-무슨 말입니까.

“만들어 놓으면 지역주민들이 가만 안 있으니까요. 정신질환자의 차별, 님비 현상이죠. 반대하는 거죠. 정부 또한 괜히 민원 들어오니까 안 하는 거죠. 의지가 없어요. 정신장애인 수에 따라서 배분하면 좋은데 지방은 군마다 없는 게 수두룩하죠.”

-정신장애인 수에 따라서 배분한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정신장애인 많은 데에 지원이 더 많아야 되는데 오히려 정신병원만 많잖아요.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면 편하잖아요. 지역사회에 나오면 보조금도 관리해야 되고 하니까 지방정부들의 의지문제라고 생각해요.”

-국립공주병원에서 지난 4일 정신재활시설을 개소했습니다. 국립정신병원이 재활시설을 갖춘 건 국립춘천병원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이는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병원에서 개입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그게 무슨 지역사회 탈원화입니까. 시골에 가보면 병원이 없어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죠.”

-병원이 없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병원에다 직업시설 만들어 놓았잖아요. 국립정신병원이 역할을 하는 건 중요한데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의료적인 모델을 너무 강하게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고요. 의료적 모델로 자꾸 가니까 복지가 못 가는 거잖아요.

자율적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는데 의사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고요. 병원에 있으면 의료지원 모델에서 밥 먹고 약 먹고 병원 왔다갔다하고. 병원은 지역사회 거점 병원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와서 정신장애인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죠.”

-탈원화에 배치되는 거다.

“병원에 있는 건 아니다.”

-정신재활시설협회는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의 예산을 받고 있습니까.

“협회가 받는 건 하나도 없죠. 우리 회비로 운영돼요. 다만 서울재활시설협회가 서울시에 프로포절(제안서)을 내서 당선이 되면 그걸로 당사자 리더 사업을 하는 거죠.”

-당사자 리더 사업은 어떤 일을 합니까.

“당사자 리더를 양성해서 동료지원가로 만드는 거죠. 동료들 활동에 도움을 주는 거요.”

(c)마인드포스트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c)마인드포스트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국가예산과 정신재활시설에 투입되는 예산을 비교하면 어떤 차별이 존재합니까.

“예를 들어 서울의 시설에 한 달 사는데 28만 원 받아요. 정신병원의 의료보험 환자도 100만 원이 넘게 나오는데 그럼 5분의 1밖에 안 되죠. 그럼 그게 건강보험 재정하고 이 지역사회 보조금하고 어떤 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가가 딱 나타나죠. 지역사회 살면 삶의 질도 높아지고 병원에 있는 거 보다 당연히 치료가 좋죠. 근데 국가는 정신병원에다가 돈을 다 투자한단 말이에요. 탈원화 외치면서 정신병원은 왜 그렇게 많이 생기나요.”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인당 150만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병원하고 종합병원하고 틀려요. 근데 의료급여는 입원하면 보통 100만 원이예요. 병원 등급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병원이 1~5등급까지 있는데 몇 급이냐에 따라 똑같은 환자를 치료해도 최종 금액이 달라지겠죠. 원래 150만 원 잡고 지역사회 사는 거랑 어디가 차이가 있냐고요.”

-수급비를 60만~70만 원 받으면 거기서 28만 원을 낸다.

“내고 그걸로 문화생활하고.”

-정부가 개인에게 주는 거죠.

“네. 일반수급이잖아요.”

-국가가 시설에 주는 건 없습니까.

“시설에 주는 건 사회복지사 인건비, 프로그램비 지원하죠. 개인한테 최고로 많이 주는 게 70만 원이에요. 그거 가지고 이용료 28만 원 내고 지역에서 생활하는 게 삶의 질이 훨씬 높아요. 탈원화가 돼야 하는데 정신병원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났잖아요. 줄어들어야 하는데 역행하고 있어요. 지역사회에서 살게끔 도와야죠.”

-국가가 시설에 대해 과도하게 규제하거나 까다롭게 하는 부분은 있습니까.

“예를 들어 건축물의 경우 방이 네 개여야 된다든지. 노유자(노인이나 약자) 시설은 어떠해야 된다든지. 이런 기준들이 힘들어요. 건축법이 현실을 못 따라 가는 거죠.”

-공동생활가정 만들기 위해서 방이 네 개 있어야 된단 말입니까.

“네.”

-기자가 그룹홈에 살 때 방이 세 개였는데요.

“옛날에는 세 개도 됐어요. 바뀌었어요. 방 세 개는 회원 네 명 들어가는 거고. 방 네 개 있는 곳은 회원을 10인까지 주는 거고. 공동생활가정인데 방이 세 개면 정원이 네 명. 방이 네 개 있는 데는 10인 이하. 거주형, 훈련형 공동생활가정으로 나눠지죠.”

-한국의 정신병원이 1400개를 넘었습니다. 정신재활시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정신재활시설은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잘 살 수 있게끔 도와줘야요. 그러려면 제도적·법률적인 것들이 많이 변화돼야 하고 특히 국민들 인식이 달라져야죠. 임세원법이 만들어져서 탈원화 대신 강제입원을 더 강화시킨다든가 의료적 모델로 간다거나 이거는 아니죠.”

-정신재활시설 내에 직능별 단체들 있잖아요. 이런 직역별 이기주의 같은 건 없습니까.

“있죠. 겹치는 중복 서비스들이 많아요. 센터나 동사무소, 재활시설 겹치는 이런 것들이 토털서비스 차원에서 봤을 때 겹치는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센터 본연의 역할인 예방, 인식개선 사업을 해야 되는데 그냥 앉아서 주간 재활프로그램이나 하고 있잖아요.

센터는 예방과 인식 개선 대국민사업을 하고 실무적으로 주간재활시설이나 사회복귀시설들은 직접 서비스를 하는 게 좋죠. 동사무소에서 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도 겹치는 게 많아요. 동사무소가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서비스도 좋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네트워크가 안 돼서 사례관리의 허점이 많아요.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이 이런 일을 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많죠.”

-해결 방법은 없습니까.

“있겠죠. 많은 사람들이 공론화해서 좋은 제도를 만들어내야겠죠.”

-정신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어떤 당부를 하고 싶은가요.

“이 직업은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전문적 지식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사랑이 바탕이 돼서 사명감과 헌신감을 갖춰야 해요. 목표를 가지고 했으면 좋겠어요.”

-무슨 목표요.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내가 희망을 줄 수 있고 행복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지고 했으면 좋겠어요. 직업적 역할로서만 생각하지 말고.”

-번아웃(육체적 정신적으로 소진됨) 된 적이 있겠죠. 그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외국 같은 경우는 안식년 제도를 주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사회복지협회 차원에서도 대체 인력이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휴가를 다 못 찾아 먹고 항상 얽매어 있고 남이 쉴 때 근무해야 되잖아요. 소규모 시설 일인 시설들이 많아서 문제점이 심각하고 정신과 특성상 대체인력 구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일찍 그만두는 사례가 많아요.”

-선진국 정신재활시설을 견학한 적이 있습니까.

“호주하고 독일요. 거기는 한 명의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다양한 전문가들이 접근해서 직접 서비스를 주죠. 호주 같은 경우 당사자 한 명 당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심리사 붙어서 서비스 줍니다. 프로그램이든 상담이든 치료든 직업이든 인간관계 등 다 역할 분담해서 서비스를 주더군요.”

-우리나라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프로그램이 시대에 안 맞게 아직 운영되고 있죠.

“그렇죠.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변화가 안 되고 있어요. 예산의 문제 때문일 겁니다. 프로그램이 몇 년째 동결돼 있어요. 시대는 변하는데 재원이 못 따라가는 거죠.”

-선진국 견학하고 부러웠던 게 뭔가요.

“그 제도나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거요. 또 국민의 인식이 이 사람들도 더불어 주민으로서 살아간다.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가 같이 껴안고 가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조금 불편해도 함께 살아가는 게 부럽더군요.”

-거기도 번아웃이 있던가요.

“있겠죠. 거기는 안식년이나 휴가 제도들이 잘 돼 있더라고요. 우리도 병가 제도하고 있는데 혼자 근무하는 공동생활가정의 경우는 아파도 아플 수 없는 거예요. 입원할 수도 없고. 실제 안타까운 사고가 지방에서 났잖아요. 혼자 근무하는데 대체휴일도 못하고 하다가 자기 몸 병 걸려서 시설이 해체되고 없어졌어요. 회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대체인력을 해줬으면 됐는데 공무원들이 안 된다고 그래요. 이 직업은 혼자 일인으로 가는 건 아닌 거 같다 싶어요.”

-한 명 더 늘리는데 왜 정부가 안 된다고 하는 겁니까.

“예산 때문에요. 건축법에 나와 있지도 않은 것들을 규정하고 있어요. 아니 봐요. 이런 근무를 집안에서 하는데 무슨 사무실이 따로 필요 있어요. 같이 생활하고 여기서 편히 쉬면 되는데. 왜 꼭 방 네 개가 있어야 돼. 그리고 한 사람당 그런 규정이 어디서 나왔어. 4.3이 어떻게 나왔냐고요.”

-4.3이 뭡니까.

“한 명 당 4.3 제곱미터의 공간이 있어야 돼요. 그 규정이 변하지 않고 있어요. 장애인 1인당 3.3 제곱미터잖아요. 그런데 왜 정신장애만 4.3이 되냐고요. 오히려 신체장애가 더 많아야 되는데. 이건 의료적인 데서 따온 거 같아요.”

-신체장애는 얼마입니까 .

“3.3이요. 정신장애인은 4.3.”

-정신장애인에게 그렇게 많이 합니까.

“의료법을 따와서 그래요. 의료법에 일인실, 이인실, 삼인실하는데 일인실 6.5제곱미터, 다인실은 한 사람당 4.3제곱미터.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예요.”

(c)마인드포스트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c)마인드포스트

-지난 2018년 만났을 때 한마음의집 집주인이 집을 사라고 했었죠. 집 사려면 8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결됐습니까.

“사정해서 보증금 올려주고 다시 계약해서 월세로 돌아왔어요.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 아직도 폭탄이에요. 2년 되면 또 올려줘야 해요. 2년마다 새로 계약해야 하니까.”

-2년 전만 해도 월세 45만 원이었잖아요. 지금 월세 얼마 내고 있습니까 .

“월세 20만 원.”

-더 싸졌네요.

“보증금 올라갔잖아요. 옛날에는 전세로 살았어요. 초창기에 월세로 살다가 전세로 돌려서 살다가 다시 보증금 올리고 다시 월세로 돌아선 거예요.”

-집주인이 나가라는 소리는 안 합니까 .

“나가라 그러죠. 안 나가려고 월세로 협상한 거예요. 집주인이 집을 팔아야 한다고 해서요. 너무 비싸니 못 사는 거고. 여기서 20년 넘게 살았는데 갈 데가 없잖아요. 다른 동네 가면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사정한 거죠. 배려를 받아서 보증금 올리고 월세로 가자는 거죠.”

-한마음사회적협동조합 만들려고 했습니다. 지금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부족해요. 올해 SH(서울주택공사)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 지원을 해 보려고요.”

-그 지원해서 뭐하시게요.

“공동생활 만들려고요.”

-집을 또 하나 만든다는 건가요.

“여기서 나가라 하면 갈 데가 있어야 없잖아요. 국가에서 하면 나가란 소리는 안 할 거 아니에요. 문제가 지역주민들과의 문제인데 서대문구는 내가 지역주민들과 네트워크를 20년 동안 잘 해놔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다 생각해요. 한마음의집은 개인 건물이잖아요. 개인 건물주가 나가라 그러면 나가야죠. SH와 LH가 그런 문들을 많이 열어놓아야 돼요.

공동생활가정에서 살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자립주택이나 임대주택이 많이 생겨야죠. 지원주택도 많이 생겨야 하고요. 정신장애인 혼자 어떻게 보증금 내고 임대료 내요. 그런 주택에 대한 제도를 국가가 나서서 만들어야죠.

초창기에는 전문요원들이 자기 집 사가지고 했는데 이제는 30년 흘렀잖아요. 중복되는 제도들이나 자살예방센터, 중독 등에 흩어져 돈 쓰는 것보다 통합적으로 관리해야죠. 주거 문제가 제일 크니까 국가가 지원해야죠.

(고아원에서) 아동이 나가면 2천만 원 지원해 주듯이 정신장애인이 공동생활가정을 나가면 전세금을 국가가 지원해줘야죠. 아니면 전문요원들이 집을 얻을 때 저렴하게 대출을 해 주든지. 그런 제도가 없잖아요. 오히려 자기 돈 들여서 시설 만들었는데 재산세를 내야 해요. 일 가구 이 주택 문제 때문에요.”

-일 가구 이 주택은 뭡니까.

“시설은 내 집까지 합해서 두 가구가 되는 거고 나는 집에 살고 시설 만들어서 공용으로 쓰는 거잖아요. 시설장 중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어요. 그럼 재산세라도 면제해줘야죠. 이건 투자 목적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쓰는 거니까요. 건축 주택의 지원 제도들이 정비가 돼야 해요.”

-정신건강전문요원 중에서 자기 돈으로 시설을 만드는 이들이 많은가요.

“대부분 그래요. 지방도 그렇고 서울도 몇 개 빼면 법인 아니면 개인이에요. 국가가 해준 데는 몇 군데 없어요. 서울만 몇 군데죠.”

-개인이 어쨌든 그걸 만들어 놓으면 국가 예산이 들어오잖아요.

“들어오죠. 그런데 초창기 국가 예산이 없으니까 개인 자격증을 줘서 전문요원 만들어서 (시설) 하라고 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보조금 준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제 잘 사니까 임대, 전세 문제가 발생하는 거고요. 그럼 국가가 다해줘야죠. 고용을 해야지. 자리 잡았으면 주택을 지원해주고 지역 정신건강사업 하라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서울시의 경우 몇 군데는 서울시 예산으로 만들어서 위탁을 준 게 있어요. 그런데 지방은 다 법인 아니면 개인 돈으로 시설을 만들어서 보조금 받는 시스템이에요. 지원주택을 활성화시켜야 돼요. SH와 LH가 정신장애인에게 집을 제공해야 돼요. 이런 시설들이 많이 있어야 병원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 또 입원 기간도 줄어들 거고. 지역사회에 투자해서 사회복지사가 관리하고 하면 응급상황에서 정신장애인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을 일으켰을 때 사회적 비용보다 적다는 거예요.”

-사회적 비용이 뭡니까.

“예를 들어 대구지하철 사건처럼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단 말이에요. 정신장애인이 지역에서 관리 받고 살면 훨씬 행복하지 않겠어요. 지금 집이 남아돌아가잖아요. 노인 인구도 늘어나는데 여기에 맞게 정신보건체계도 변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개인에게만 책임을 맡깁니까. 국가가 보조금 주면서 시설장 개인이 잘못하면 개인이 다 책임져야 돼요.

국가가 지원주택을 주면서 하라고 해야죠. 공짜로 받는 게 아니고 일하면서 받는 거잖아요. 주택을 보급하고 시설 만드는 건 국가 책임이잖아요. 이 근본적 문제가 몇십 년 동안 해결이 안 되고 있어요. 서울시도 SH와 LH 통해서 정신장애인을 활성화시켜야 돼요. 생색만 내지 말고.”

-예를 들면 어떤 생색을 냅니까

“몇 개 시설 만들어 놓고 다 했다 그러죠. 직업재활 필요하니까 엄한 데다 만들어놓고.”

-한마음의집도 거주 기간이 3년입니까.

“3년.”

-기간이 끝나면 어디로 가요.

“병원으로 가든지 고시원으로 가고. 그 다음은 지방으로 가고, 요양원으로 가고. 나이 먹은 분들은 갈 데가 없으니까 정신요양시설로 다시 집어넣어요. 기능과 나이와 증상에 따라서 좀 다양한 대책을 세워야 해요. 나이 먹은 정신장애인은 지역에서 살고 싶은데 살 곳이 없고 3년이면 나가라고 그러고. 이런 문제는 20년 전부터 계속 얘기했지만 안 바뀌잖아요. 대안은 뭐냐. 영구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줘야죠. 누구나 지역사회의 한 집에서 오래 살고 싶은데 3년 됐으니 나가라 그러면 힘들죠. 3년 안에 자립하고 독립하는 거 힘들어요.”

-정부의 성과주의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더군요.

“맞아요. 3년 만에 사회복귀 시켰다라고 말한다고요. 그런데 3년 해가지고 성공한 사람도 있겠지만 거의가 못 한다고 봐야죠. 고시원 가고 또 약 안 먹고 관리가 안 돼서 다시 병원 가고. 회전문 현상이 나타나죠. 서울시가 위탁한 건 5년이에요. 이건 형평성이 안 맞죠. 똑같아야 하잖아요. 서울시에서 하는 곳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5년까지 준다 그래요. 3년 해가지고 직업재활하려면 힘들어요. 그리고 무연고자들은 어떻게 할 거예요. 계속 내보내라는 거예요. 그럼 또 회전문이 되잖아요.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합니다. 영구 임대주택을 해 줘야죠.”

-3년을 하지 않고 영구적으로 해 달라.

“나이와 증상에 따라서 3년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5년이 필요한 사람이 있겠죠. 노인 그룹홈은 정신장애 분야에서 없잖아요. 노인은 어떻게 할 거냐고요. 제일 심각한 문제가 젊었던 친구들이 나랑 같이 늙어가면서 노인이 돼 가요. 그럼 노인이 돼서 들어온 만성질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 거죠. 어디로 가냐. 병원이나 요양원으로 가죠. 그럼 일반 요양원 가도 안 받아줘요.”

-왜요?

“정신장애인이 오면 힘들고 사고 치면 어떡하냐는 생각 때문에요. 일어나지도 않는 사건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는 거예요. 나이를 먹어서 노인이 됐을 때 내가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정신장애인은 노인들을 위한 영구 그룹홈이 없다는 거죠. 그럼 또 병원으로 돌아가요. 이 문제는 고민해야 해요.”

(c)마인드포스트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 (c)마인드포스트

-노인이 60세가 넘으면 갈 곳이 없네요.

“없어요. 갈 곳은 있지. 요양원이나 병원으로 다시 들어가는 거죠. 이게 탈원화는 아니잖아요.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보살핌을 주면 가능한데 갈 곳이 없고 3년이면 나가라고 하니까. 그게 문제죠.”

-3년 고시원 살다가 또 공동생활가정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까.

“서울시가 그것도 못하게 해 놨어요. 서울시에 전산망이 있어서 입력하면 한 번 산 사람은 못 사는 거예요. 그럼 지방으로 가요. 그건 왔다갔다 핑퐁이지.”

-지방에서 3년 살다가 서울 와서 3년은요?

“안 돼요. 지방에서는 아직 돌아다닐 수는 있어요.”

-항의를 안 했습니까.

“항의를 해도 안 돼요. 대안을 가지고 좀 풀어줘라. 시설에도 자율권을 줬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이 3년이면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사례관리하면 다 알잖아요. 갈 곳은 만들고 몰아야 될 거 아니에요.”

-한마음의집이 2017년 장애인인권증진 분야 최우수상을 받았죠. 정신재활시설이 인권상을 받은 건 처음인데 이후 다른 정신재활시설에서 이 같은 상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까.

“장애인먼저실천상을 작년에도 받았어요. 없어요. 우리 쪽에서 주지 않고 장애인실천본부에서 발굴해서 준 거예요.”

-우리 쪽에서 하지 않았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우리 협회 쪽에서 추천한 게 아니고 장애인실천본부에서 추천해서 준 거예요.”

-이기심과 질투심이 서로 서로 있네요.

“네. 어쩔 수 없어요.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정신건강복지법 폐지 운동이 활발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시 의료모델로 가려고 하잖아요. 고(故) 임세원 교수 사건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그 하나의 사건으로 의사들이 의료적 모델로 가면서 탈원화가 후퇴하는 측면이 보여요. 정신건강복지법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토론을 통해서 지역사회 탈원화로 가야죠. 그런데 복지가 아닌 보건의료 쪽으로 가요. 의사들에게 권한을 더 주고 강제입원을 더 높이려는 거죠. 강제입원은 일부 필요할 수 있지만 최소화해야죠. 지역사회 나와서 말 안 듣는다고 의사가 사인해서 강제입원시키면 되겠어요?”

-강제입원 문제는 여전히 정신장애계의 화두입니다.

“필요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최소화 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고 지역사회 나왔을 때 서비스를 제도화시키고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재활시설들을 만들어야죠. 결국 시스템의 문제에요. 병원에서 퇴원하면 사례관리 붙는다든지 해야죠. 호주는 당사자 한 사람당 전문가들 4명이 붙어서 관리하고 지역사회와 연계시켜요.

우리는 동사무소 찾아가는 서비스를 보니까 안락사나 고독사 생기는 걸 막으려고 동사무소에서 전화도 하는데 정신장애인에게는 누구 하나 전화하는 사람이 없어요. 이웃이 돌봐요? 형제도 안 돌보는데요. 강제입원은 최소화해야 돼요. 또 의료인의 권한을 강하게 만들면 안 되고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해서 촘촘한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정신병원은 장기적으로 폐쇄돼야 합니까.

“당장은 조금 필요하죠. 정신병원을 최소화시키면서 일반병동과 똑같이 하고 장기수용 이런 것들은 안 해줬으면 좋겠어요.”

-정신요양시설 10년 이상 입소자가 65%입니다. 6500여 명이죠. 이들이 정신재활시설로 옮기는 것도 치료의 한 과정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렇죠. 나와야죠. 거기 사는 것보다 지역사회가 좋잖아요. 우리 회원들도 요양시설 있다가 여기 오니까 훨씬 좋대요.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고 자기가 선택해서 할 수 있으니까. 요양병원보다 행복한 거예요. 그 사람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죠. 그런데 지금 그런 시스템이 안 돌아가고 있어요.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직영화되면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직영화되는 게 좋지 않습니까.

“아니죠. 급여나 대우가 나빠지니까 지원을 안 해요. 직장에 대한 안정이 보장 안 되고 계약직인데 누가 가겠어요. 승진도 안 되고. 5년 되면 다시 처음부터 호봉 다시 시작해야 되고. 정신장애 쪽은 단기로 안 끝나요. 또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요. 종사자들이 안정적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죠.”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자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예산도 부족하고 역할도 못하고 있고. 정신보건센터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시스템 자체가 민간에 위탁이 돼서 안 돌아가는 거죠.”

-외래치료명령제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자기결정권이 중요한데 필요한 사람은 받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신보건센터가 대국민 상대로 인식 개선이나 서비스 자원을 발굴해서 예방 차원의 일을 하면 좋겠어요. 센터는 그런 사업에 치중하고 우리 사회복지재활시설들은 실질적 서비스를 하고 교육도 하고요. 그런 사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자살예방부터 시작해서 소아청소년, 노인, 치매, 정신장애, 알코올 등 ‘다이소’로 돼 버린 거잖아요.

“통합적인 시스템에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계속 문어발식으로 만들지 말고요. 제도도 정비해서 역할들이 톱니바퀴 돌아가듯이 해야죠.”

-정신장애인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많이 듭니까.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하는데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돼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죠. 정말 내가 저 사람들에게 뭘 해 줘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회복의 가능성이 있는데 여력이 없어서 도와주지 못했을 때 마음이 아파요.”

-어떤 여력 말씀하십니까.

“좀 시간 내서 들어줘야 하는데 나도 우리 회원들 일을 해야 하니 바쁘죠. 예를 들어서 길거리에서 노숙자를 만나면 밥을 못 먹었다면 돈을 줘요. 그런데 설득해서 센터로 연결해줘야 하는데 내 일이 바쁘니 못해줬을 때 안타까워요.”

-개인적으로 어떤 꿈을 갖고 있습니까.

“저는 우리 정신장애인들이 평등한 주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법과 시스템을 보완하고 정비해서 정신장애인이 불안하게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그런 게 아니라 지역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끔 하고 싶습니다. 정신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영화 '옆집'(Neighborhood), 2016. 82min. DCP.Color. 성승택 감독
영화 '옆집'(Neighborhood), 2016. 82min. DCP.Color. 성승택 감독

-영화 '옆집' 만든 성승택 감독은 아직 이웃에 삽니까.

“이사 갔어요. 그런데 ‘옆집’ 영화는 못 틀고 있어요. 정말로 인식개선을 위해서 좋은 영화인데 뜨지도 못하고 있어요. 지적장애 영화는 보여주는데 말이죠. 제가 마포구·서대문구 공무원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줬는데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더라고요. 영화를 통해 우리 사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잖아요. 가족의 아픔도요. 영화는 만들어 놓고 정작 상영을 못하고 있잖아요.”

-장애인영화제 대상 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 받았잖아요.

“상 받으면 뭐해요. 많은 사람이 봐야죠. 보급하려면 돈이 들어가는데 누가 해줘요. 영화 옆집은 개미 후원가들이 해 준 거예요. 이게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 공무원들도 보고 정신장애 전문가들도 보고 의사들도 봐야 돼요.”

마지막 발언을 요청했다. 그는 “주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는 이미 그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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