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생들, 절반 이상이 정신적 어려움 겪고 있어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생들, 절반 이상이 정신적 어려움 겪고 있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3.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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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자원봉사 나섰던 정신과의사들 대상 설문
당시 고1·3년생 조사, 심리치료·의학적 치료 심각히 필요
미국은 9·11 이후 국가 재난 트라우마 대응 체계 갖춰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사망한 학생들이 재학했던 단원고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의 정신적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 이후 2018년 국립정신건강센터에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설립했지만 아직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기관이나 센터는 없다.

이번 연구는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방수영 교수와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삼심리학과 이미선 교수 연구팀이 세월호 참사 이후 6개월간 단원고에서 심리치료 봉사를 한 167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 72명(43.1%)를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설문기간은 2016년 4월부터 7월까지 진행됐다.

조사는 2014년 당시 단원고 1학년과 3학년 학생 212명으로 대상으로 상담 및 분석내용을 토대로 했다. 결과 절반 이상이 추가적인 상담 및 심리치료(41.04%), 의학적 치료(14.15%)를 권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원고 학생 212명의 공통적인 주 호소는 정신건강, 또래 및 가족과의 문제였다. 정신의학적 증상으로는 ▲불안(76.89%) ▲우울(51.42%) ▲주의 집중력의 문제(50.94%)가 가장 많았다. 진단 가능한 임상적 소견으로는 ▲정상적인 반응(41.04%) ▲급성 스트레스 장애(24.53%) ▲적응 장애(17.92%) ▲불안 장애(9.43%)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6.60%)였다.

방수영 교수는 “18세 이하의 소아청소년은 성인과 달리 고유의 발달과제를 가진다”며 “국가적 재난 이후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단기적·장기적 정신사회심리적 대응체계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을지대학교 방수영 교수, 능인대학원대학교 이미선 연구팀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이 지원하는 ‘재난 충격 해결을 위한 한국형 재난 유형별 개입 기술 개발 및 기반 연구’의 일환으로 소아청소년 대상의 재난기반연구를 수행 중이다.

지난 2001년 미국 9·11 테러 직후 뉴욕시는 수백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현장에서 시민의 마음을 점검하고 조기에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재난 및 트라우마 관련 정신건강 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이후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심리적인 위기상황을 즉각적으로 대응하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한국은 세월호 참사 등 국가 재난 발생에도 국민의 정신적 외상을 치료하기 위한 과학적·체계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는 2019년 2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저널 34권 5호에 논문 ‘세월호 참사에 노출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정신의학적 증상 및 임상적 진단(Psychiatric Symptoms and Clinical Diagnosis in High School Students Exposed to the Sewol Ferry Disaster)’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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