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의 정신병동 일기] 정신병동에 입원하다 (1)
[이수연의 정신병동 일기] 정신병동에 입원하다 (1)
  • 이수연
  • 승인 2019.03.22 19: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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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 일년의 시간을 보내고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작가 이수연의 정신병동 일기

정신병동일기 1화

정신병동에 입원하다 (1)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c) 놀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c) 놀

 

2016년 8월 00일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설마 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할 줄이야. 어떤 사람이 그런 곳까지 가나 싶었지만,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병원으로 갈 준비를 했다. 내가 병원에 가는 이유는 하나, 주치의 선생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어제 난 자살하려 했다. 끈을 묶었고 그 앞에 섰다. 많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이 아픔을 이제 끝내고 싶은 마음. 이제 포기하고 싶은 마음. 그 사이에서 나를 붙잡은 것은 주치의 선생님과의 약속이었다.

마지막으로, 그 행동을 하기 전에 저를 한번 만나주세요.

주치의 선생님께서 어떤 의미로 그 말을 꺼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나를 잡기 위한 말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죽기 전에 그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을 거라면 그 약속 하난 지키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새고 이른 아침부터 병원으로 향했다. 혼자서 택시를 탔고 병원 이름을 댔다.

병원은 다른 진료도 이뤄지는 종합병원이었다. 아마 내가 정신병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나 보다. 택시 기사님은 내게 웃으며 친절하게 물었다.

면회 가시나 봐요. 누가 아픈가 보네.

아뇨, 제가 병원에 가야 해서요.

택시 기사님은 순간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괜찮을 거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난 웃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그 병원이었기에. 그 병원을 나서면 바로 어제의 일을 이어갈 생각이었다.

약속을 지키러 왔어요.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내가 말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말해달라는 약속이요. 저 어제 자살시도 하려 했어요.

무거운 잠깐의 정적.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은 어렵게 입을 떼시며 한마디를 하셨다.

입원하시죠.

주치의 선생님은 진료실 안에 있는 수화기를 들고 몇 마디를 나눴다. 이내 전화를 끊으시곤 내게 다시 말했다.

다행히 자리가 있다네요. 입원 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 이따 뵙죠.

내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입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난다면 보호자에게 전화가 걸 것이다. 보호자는 내가 이렇게 심한 우울증이 있다는 것도, 내가 자살시도를 하려 했다는 사실도 모두 모르고 있었다. 내겐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것이 가족이 그 사실을 아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그렇기에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료실 밖으로 나갔다.

입원하시는 거죠?

진료실 앞의 간호사님이 친절하게 물었다. 난 어리둥절하며 “그런가 봐요”라고 대답하곤 그 앞에 서 있었다. 간호사님은 나를 입원 창구로 데려가선 입원 절차를 설명하고 입원 절차를 밟았다.

 

정신병동 입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자의입원, 동의입원, 보호입원. 자의입원은 본인이 원해서 입원하는 경우, 동의입원은 본인과 보호자 한 명이, 보호입원은 본인은 원하지 않으나 보호자 두 명이 서명하고 입원하는 경우였다. 난 혼자서 병원에 왔기에 자의입원만 가능했다. 자의입원은 가장 선호하는 입원 방식이기도 했다. 인권 문제 때문이라고 언뜻 들었다.

난 입원 중 필요한 경우 강박이나 안정제 투여가 있을 수 있다는 권리 고지를 받고 서류에 서명했다. ‘강박'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왔다. 영화에서처럼 하얀 옷을 입히고 묶는 일인 걸까. 강박에 관한 얘기를 다시 묻자 곁에 있던 간호사님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침상에 팔이나 다리를 묶는 정도에요. 강박 중에는 간호사가 항시 관찰하고 대부분 강박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난 아무 생각 없이 서류에 서명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동의 입원을 원하셨지만 난 강력하게 가족에게 말해선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나의 고집대로 자의입원을 했다.

자의입원은 ‘내가 필요하다 판단되어 입원하는 경우'다. 이 말은 곧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퇴원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의심 없이 서명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퇴원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난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원 안에서 간호조무사님이 올 때까지 대기했다. 잠깐 밖에 나갈 수 있느냐는 물음에 안 된다는 답이 왔다. 내가 서명을 한순간부터, 난 바깥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야말로 ‘폐쇄'병동의 시작이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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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3-23 10:43:25
유투브에 인터뷰로 만났던 수연작가를 여기서 보내요. 참 잘했어요, 식이장애 공황장애 불안 모두 이겨내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더군다나 책으로 써낸 그 일기와 필력에 대해선 칭찬 않을 수 없어요. 또 하나 가족 남편 분의 헌신이 눈에 뵙니다. 이해하고 다독이고 했던 것들이 글에 바탕되었으니까요.

마인드포스트 빛내주시고 글마다 잔잔한 감동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전민기자 장우석복지사 이관형작가출판인 모두 같이 할 좋은 동료들이니 서로 교류하며 조현당사자의 자립과 치유의 모습을 뵈주기 바랍니다.

언제 한번 우리 글모임에도 초대하고 싶네요. 매주 토욜 한정자에서 글쓰는 천둥과번개라는 당사자 자조 글모임입니다.
다음 까페 사라의 열쇠에도 님이 방문하셔 좋은 글 나누었으면 합니다. 건필하시고 언제나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