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인 의원 “서울시,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주거·복지는 시민건강국에서 복지정책실로 이관해야”
이정인 의원 “서울시,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주거·복지는 시민건강국에서 복지정책실로 이관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3.20 00: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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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인터뷰
모든 장애인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거저 주어지지 않아
장애를 갖고도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아이의 장애를 사회에 털어놓는 것이 치유의 시작
정신장애인 복지 부분은 복지정책실로 이관해야
자산형성사업·후견제·자립생활센터 정신장애에 반영돼야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 80%가 떠나…근로 환경 바꿔야
서울시 정신건강복지 조례 개정 준비…지역사회 지원체계 넣어
장애를 드러내는 데서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가 생겨
장애를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건 시대착오적 사유
목소리 내지 않으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첫 돌이 지났지만 아이는 이상 징후를 자꾸 보였다. 발달이 늦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병원에 갔지만 의사는 “장애가 있으니 두고 보자”고 말했다. 자폐성장애라는 건 처음 들어보는 의학용어였다. 그에게는 장애에 대한 정보도, 장애를 이해시켜줄 인적 네트워크도 없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폐성장애는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던 용어가 아니었다. 그는 결국 관련 책들을 읽으며 아이의 병적 징후들을 깨달아가게 됐다. 자신이 살고 있던 지역 송파구에서 자폐성장애와 관련된 부모 모임을 조직했다. 그 조직화에 따라 송파장애인복지발전협의회를 만들었다. 발달장애인의 주체적인 삶을 옹호하기 위해서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 즈음 정치권에서 그를 호명했다. 2006년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넣도록 선거법이 바뀌었다. 그 전에는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만 비례대표가 허용됐다. 그는 그것이 소명이 아니라는 걸 알고 피했다. 주변의 권유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걸 피하면 장애인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나 스스로 박탈해 버리는 건 아닐까. 3~4개월 고민 후에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비례대표로 5대 송파구의회에 입성했지만 6대, 7대는 지역구로 주민의 지지를 받아 구 의원을 역임했다.

이후 서울시의회에서 송파구를 지역구로 둔 시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아이가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모든 곳에 선언했다. 숨겨서 나을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는 걸 실존적으로 깨달은 후의 행동이었다.

시의원이 된 후 장애를 바라보는 안목도 넓어졌다. 무엇보다 정책과 서비스 공급에서 늘 소외되는 정신장애인의 정치적·사회적 위치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신장애인 정책의 복지 부분을 기존 시의 정신건강국에서 복지정책실로 이관할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또 소외돼 있던 정신장애인의 후견활동 비용을 시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도 대표 발의했다.

무엇보다 정신장애인들의 사회적 삶의 문제를 자신의 소명 중 하나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발달장애인 어머니로서 아이의 사회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꾸면서 말이다.

이정인(56)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을 만난 건 유난히 포근했던 19일 서울시 의원회관에서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정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c)마인드포스트
이정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c)마인드포스트

-아드님은 몇살 때 발병한 겁니까.

“아들이 20개월 정도 됐을 때 약간 발달이 늦구나라는 느낌을 받았고요. 대학병원 가서 얘기하니까 장애가 있으니 두고 봅시다, 이런 식의 진단을 내렸어요. 두 돌 가까이 되면서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고요. 당시 자폐성장애가 일반화되지 않을 때여서 수기 등 책을 통해서 (우리 아이와) 상당히 유사하구나 느꼈죠.”

-가슴이 많이 무너졌겠습니다.

“자녀가 장애인 것을 느꼈을 때 부모들이 보통 3년 정도의 받아들이는 시기가 있다고 그래요. 저도 처음에는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게 지나면서 왜 나여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한 3년 지나고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받아들여야 되겠구나 (생각했죠). 이걸 받아들이는데 내가 우리 아이를 두고 갈 수 없으니 사회를 바꿔서 아이가 이 세상에서 편견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이 변화됐죠.”

-2002년 송파구장애인부모회 활동을 했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치적 운동을 하다가 송파구의원이 됐습니다. 처음부터 정치할 마음이 있었습니까.

“아뇨. 전혀 없었어요(웃음). 당시 특수보조원이라고 장애아이들 보조하는 선생님 제도를 인천에서 만들었다는 기사가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지역도 특수학습보조원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부모님들이 모여서 송파구에 건의하고 하면서 부모회가 시작된 거거든요. 그러면서 운동을 했고요. 운동을 하다가 지역의 장애인의날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장애인의날 하면 관에서 행사로 노래자랑 열고 갈 때 빵 한 봉지씩 쥐어 보내고 하는 형식이었거든요. 장애인들이 원하는 게 이게 아닌데 싶어서 지역에서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함께 송파장애인복지발전협의회를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우리의 축제를 만들자 하면서 영화제도 하고 모임도 했고요. 저는 정치에 대해 사실 혐오스럽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 2006년에 기초자치단체의 비례대표제가 처음 만들어진 거예요. 당시에는 광역자치의회에서는 비례대표가 있었지만 기초자치의회에서는 없었어요. 그게 만들어진 거죠. 제도가 처음 생기면서 정책적으로 여성을 비례대표 1번으로 하게 됐어요. 지역에서 여성을 찾다가 (저한테) 나가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 당시에 (비장애인 형인) 큰애가 중학교 3학년이었어요. 아이를 뒷바라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안 하겠다고 도망다녔어요. 그러다가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나는 구의원이 내 소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여자이기 때문에, 장애인 부모라는 것 때문에 저한테 주어진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안 하겠다고 하면 장애인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가 박탈해버리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해 2월에 입당해서 다시 경선을 했어요. 경선을 하고 선거에 나가게 됐죠.”

-발달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정치를 하고 있던 2015년 시행됐습니다. 이는 부모들의 정치적 투쟁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장애인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라고 생각해요. 장애인들에 대한 정책이나 예산을 정치인들이 알아서 준 적이 있나요? 다 장애인들이 철도에 드러눕고 하는 투쟁들을 통해서 예산도 정책도 마련됐다고 생각하고요. 마찬가지로 발달장애인권리보장법 역시 장애인들 부모와 장애인들에 의한 쟁취지 거저 주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발달장애인의 삶과 관련해 어떤 부분이 바뀌었습니까.

“실질적으로 법은 있지만 그게 정책적으로 연결되는 건 또 하나의 과제잖아요. 정책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게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법을 만들어요. 그럼 법으로 정책을 하라고 투쟁을 하죠. 만들어 놓고는 예산 달라고 투쟁하죠. 예산은 많은 장애인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을 만큼 달라고 투쟁해야죠. 그래서 법이 만들어졌지만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은 부족한 부분이 많고요. 이게 십 년, 이십 년 지나고 뒤돌아보면 ‘아 조금 변화됐구나’ 느끼지 이게 일 년씩 지나면서 보면 그렇게 삶의 변화를 느낄 만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가족간 갈등의 요소가 있습니까.

“저는 많다고 생각해요. 특히 발달장애인 경우에는 부모들이 어릴 때 느끼잖아요. 부모들도 상당히 어릴 때에요.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불안정할 때가 바로 그 시기죠. 경제적으로도 안정돼 있지 않고 처음 부모로써 출발하는 시점인데 서툴죠. 그런 상황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장애를 감당해야 한다면 그 안에서 갈등이 많아요.

예를 들어 어머니들은 장애에 대해 짧은 시기에 인식하고 받아들이는데 아버지들은 못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다고 인정하고 여기에 대해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부모 중 한쪽은 아니야, 얘는 고칠 수 있고 고쳐서 정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두 사람 간의 갈등이 상당이 커요. 그 괴리는 누가 중간에서 역할을 한다고 해서 되는 부분이 아니라 스스로 느껴야 되는 거예요. 그래야 거기에 대한 입장 차이도 좁힐 수 있죠. 처음에 아이를 보는 시각 때문에 겪는 갈등이 상당히 크죠.”

(c)마인드포스트
이정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c)마인드포스트

-느낀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발달장애는 고쳐서 갈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물론 아이가 성장하면서 행동이 약간 사회적으로 적응해 갈 수 있는 방법으로 바뀌어가는 것뿐이지 발달장애의 특성은 없어지지 않아요. 그렇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우리 아이는 이런 장애가 있는데 이런 장애를 가지고도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사회를 바뀌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일부에서는 ‘아니야. 얘는 장애가 있지만 돈을 써서 교육을 받으면 고칠 수 있어. 고쳐서 우리 아이를 바뀌어서 정상이 되게 만들어야 돼’ 이런 사고를 가질 수도 있다는 거죠. 그게 한참 지나면 '이게 아니구나'하고 느끼지만 처음 키울 때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을 해요. 부모이기 때문에 그 기대감을 못 버리잖아요. 그런 부부간의 갈등이 크고요.

또 발달장애가 있을 경우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보니까 특성이 많은 친구는 같이 사회활동을 할 때 부모들이 많은 제약을 받거든요. 공식적인 자리에 혼자만 가야 한다거나 행사에 참여를 못한다거나. (왜냐하면 아이를) 누군가 봐야 되니까요. 사회활동을 할 때 제약이 있어요.”

-정신장애인은 병적 징후와 낙인 때문에 가족의 갈등이 굉장히 큽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정신장애인을 많이 대해 보지도 않았고 직접 생활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안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제가 짐작한다는 건 거짓말일 거예요. 저도 발달장애아 키우는 부모들에게 ‘당신의 어려움을 짐작하겠다’라고 하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어려움은 키우는 사람이 엄마인 경우에는 아빠도 몰라요. 그런 만큼 그 어려움과 깊이를 제가 어떻게 짐작하겠습니까. 아마 발달장애인만큼이나 정신장애에 있어서도 갈등이나 어려움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정치인으로서 정신장애를 봤을 때 어떤 문제가 가장 크게 보이던가요.

“사회적 편견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클 거 같아요. 저는 저의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할 때에 진짜 한 치의 숨김없이 그냥 사회에 탁 던져놓았어요. 왜냐하면 아이 때문에 제가 사회적으로 많이 제약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어떤 모임에 갔다가도 마무리를 못하고 나는 집에 가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잖아요. 아이를 케어해야 하니까. 그런데 항상 가버리면 저 분은 왜 끝까지 매번 못 있을까라는 오해를 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누구에게나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고 나는 장애 아이 때문에 이러이러한 부분을 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은 할 수 없다라고 공개했어요. 그러니까 활동하는 데 오히려 문제가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사회적 편견이 크기 때문에 정신장애인 가정에서 공개를 잘 못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장애는 던져놓아야 해결을 하죠. 이걸 끌어안고 있으면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어요.”

-올해 2월 정신장애인이 성년후견인의 지정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서울시가 보조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사실 제가 이걸 개정한 이유가요, 후견활동 비용 지원은 서울시 조례에 의하면 발달장애인과 노인들만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더라고요. 정신장애인도 필요하잖아요. 서울시 안에서 똑같은 장애인이고 정신장애인 역시 후견활동 비용이 지원돼야 하는데 부서가 틀리다는 이유로 (안 했거든요).

복지 관련 부서에서는 발달장애와 노인까지 포함해 후견활동 비용을 지원하고 3월부터 시행한다고 예산까지 마련해 놓았는데 정신장애인은 이게 있는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예산도 반영 안 되고 조례상으로도 못 주게 돼 있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들이 불합리하다. 똑같이 장애 영역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마땅히 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례를 제정하게 됐습니다.”

-서울시의 모든 장애인 정책은 복지정책실에서 주관하지만 정신장애인은 시민건강국이 소관부서입니다. 이는 어떤 문제를 낳습니까.

“다른 장애영역은 당사자나 부모가 투쟁을 통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쟁취했죠). 공무원들의 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장애인들이나 부모들의 투쟁을 통해서죠. 시민건강국은 사실 장애인복지에 대해서 잘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지정책실에서는 이미 이만큼 앞서 가 있는 복지인데 정신장애인 부분에서는 이제 걸음마를 하고 있고요.

또 복지를 잘 알지 못하니까 어떤 부분을 어떻게 해 줄지조차도 목표 설정이 안 돼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정신장애 영역에서 복지 부분만 복지정책실에서 업무를 이관해서 한다면 다른 영역의 복지만큼 정신장애인 복지 부분도 단숨에 끌어올려줄 수 있다. 그리고 시행착오 없이 또 다른 낭비를 없애는 거죠. 이걸 시민건강국에서 하려면 또 다른 인력이 필요하고 또 다시 공부하면서 이중적인 일을 해야 하잖아요.”

-복지정책실로 다 옮겨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복지 부분만 그렇고요. 우리 법도 정신건강복지법이잖아요. 병원이나 치료적인 부분은 당연히 시민건강국에서 잘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자립생활이나 주거의 부분은 시민건강국이 아니라 복지정책실에서 이관해서 할 경우 더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태스크포스(TF) 만들어졌습니까.

“아직은 아닌 거 같어요. 그러나 하겠다, 관심 있다, 이렇게까지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확정적으로 얘기하지 않았지만 논의하겠다라는 정도까지는 얘기했습니다.”

-자립생활지원센터, 자산형성사업, 후견활용 비용 지원 등 서울시 장애인복지사업 대상에서 정신장애인은 제외돼 있습니다.

“그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구분할 이유가 없거든요. 이미 정신장애인도 복지법의 장애인이고 정신장애인과 다른 영역의 장애를 구분할 필요가 없어요. 저는 자산형성사업이나 후견활동 비용이나 자립센터나 정신장애인에게 똑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장애인복지법 15조는 정신장애인의 서비스 지원을 제한하고 있잖아요.

자산형성사업이나 후견활동 비용이나 자립생활센터나 모름지기 다 정신장애인 영역에 도입할 필요가 있고 똑같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굳이 시민건강국 소관이고 복지정책실 소관이어서 구분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후견활동 비용 같은 경우는 조례를 개정한 상태고요. 자립생활센터의 경우에도 지금 용역사업이 들어가 있어요. 정신장애인을 위한 자립생활센터 모형을 마련하기 위해 5천만 원 예산에서 지금 용역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c)마인드포스트
이정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은 약사, 의사도 될 수 없고 하다못해 선원도 될 수 없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이런 차별적 법조항들이 있습니까.

“글쎄요. 문제의 행동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참여를 잘 못하죠. 예를 들면 연극을 보거나 음악회의 경우에는 중간에 소리도 지를 수 있고 하니까 부모님들이 지레 안 가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라면 모를까. 그런 부분에는 스스로 제약을 시키고 있는 거 같아요.”

-광역지자체 16곳 중 제주도를 제외한 15곳에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공공기관 출입을 제한하는 자치법규가 있습니다. 도서관, 박물관, 자연휴양림 등이 포함됩니다.

“정신장애인이요? 서울시도 있어요? 조례가 있어요, 현재? 전 그건 처음 듣는데 그건 말이 안 되죠. 정신장애인면 못 들어간다고요? 서울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신장애인은 민간보험 가입이 규제되거나 까다롭게 돼 있습니다. 거의 가입이 안 됩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발달장애도 안 되죠. 일부 조금씩 허용을 하는 상품이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발달장애인도 일반적으로 차별받고 있죠.”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여전히 감금과 배제의 기능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전면 재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정신적인 문제를 지역에서 가장 가깝게 돌보고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정신건강복지센터잖아요. 그런데 정신장애인 정책에 대해서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문제에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서울시는 그래도 전 자치구에 마련돼 있어요.

그런데 한 3년 전부터 이게 직영으로 전환이 되면서 임금에서나 고용에 있어서나 굉장히 불안하고 열악한 환경으로 떨어져 버렸거든요. 놀라운 게 3년간 서울시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인력이 312명이래요. 이 중 이직한 사람들이 2016년에 97명, 2017년 100명, 2018년에 57명이에요. 그러면 3년 동안 거의 250여 명이 넘게 직장을 다 떠났다는 얘기에요. 오랫동안 숙달된 인력이 다 빠져나갔어요.

그래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인력이나 대처 능력이 상당히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거든요.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와서 살 수 있으라고 법은 만들어놨는데 정작 그것을 대처하는 시울시의 방안은 전혀 역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을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예산도 증액하고 그들의 처우도 맞는지 돌아봐야죠. 숙련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들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정 수준의 의료의 질이 담보된 공중보건의료의 강화를 위해서는 과감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좀 더 넓게 설명해주십시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더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게 복지적 측면에서 주거라든지 일자리가 필요하고요.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더 강화하고 인력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예산이 없지 않습니까.

“예산은 만들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어디에 정책의 중요성을 두고 정책을 펴느냐의 문제이지지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2년에 서울시의회가 정신질환자사회복귀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특별하게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정책도 만들어지고 예산도 반영이 돼야 질이 바뀌는 거죠. 근데 법이 바뀌었다고 절대로 질이 바뀌는 건 아니거든요. 지난 2017년에 서울특별시정신건강증진및정신질환자복지서비스지원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여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주거를 비롯해 지역주민들과 살아가는 부분에 대해서 이 조례 자체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서울시의회에서 조례를 지금 개정하려고 하고 있어요. 예를 들자면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지원체계를 포함하는 조례를 포함시켜서 개정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어떤 방법으로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서 서울시의회에서도 지원체계에 관한 용역을 발주할 예정입니다.

용역 결과에 따라서 조례를 완전히 바꿔서 정신장애인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지원을 해야 되는지의 내용을 여기 포함시키고요. 현재 조례가 부족해서 지원체계를 넣는 또 하나의 새로운 조례를 만드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이 바뀌냐하면 아니에요. 정책에 맞는 예산이 수반이 돼서 그게 실행이 돼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첫 단계를 지나가는 걸로 생각합니다.

조례를 만들고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만드는 부분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요. 그 과정 중에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어렵겠지만 이런 예산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한 분들이 당사자예요. 당사자들이 내 삶을 위해서 바꾸라고 요구를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법이 바뀌고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마련하는 부분에서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그 목소리를 만들어낸다면 좋겠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로서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게 소원이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심정입니까.

“똑같습니다. 저희 아이가 지금 25살이지만 25년이 지났다고 우리 아이가 혼자 살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만들어진 건 아니거든요. 아직도 내 아이를 두고 가기에는 해결될 일들, 변화해야 될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 25년을 키웠지만 내가 앞으로 25년을 우리 아이와 더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그동안 변해야겠죠.”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낙인 효과 때문에 대중적이고 공개적인 정치투쟁을 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발달장애인과는 다르게 사회적 인식이 굉장히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자폐도 처음 부모들이 드러내놓고 나올 때 사회 인식이 좋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튀어나왔거든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너는 아니니까 쉽게 얘기한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 부분도 드러내고 나오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c)마인드포스트
이정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c)마인드포스트

-발달장애인은 부모가 대신해서 정치투쟁을 하지만 정신장애인은 그 누구도 투쟁을 대신 해주지 못합니다. 장애계 내에서도 소외된 소수자의 지위에 있습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이 가진 의미는 뭘까요.

“맞아요. 저는 장애 영역은 당사자의 목소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장 무게가 실려요. 내가 이렇게 힘들어서 못사니까 나 이렇게 해달라고 하는데 누가 거기에 돌을 던질 수 있고 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건 전문가들도 아니고 교수들도 아니에요. 누가 그렇게 얘기할 수 있냐고요. 그래서 당사자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고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낼 필요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전국에 243개소가 있지만 여전히 전문인력 부족으로 적절한 인프라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서울시 안에서 장애인 부분의 정책을 같이 만들어가고 예산을 반영하고 이런 역할을 하잖아요. 장애인의 더 좋은 삶을 위해서 노력을 하잖아요. 근데 그건 의원 한 명만으로는 정말 버거운 일이에요. (제가) 앞장설 수 있도록 뒤에서 당사자들이나 관련자들의 뒷받침이 필요하거든요.

저도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거잖아요. 그 목소리를 키워주셔야 그것을 대변할 수 있는데 전혀 목소리가 안 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정책가들이나 공무원들이 누구도 장애인을 대신해주지 않아요. 우리 목소리에 힘을 가지려면 당사자들이 정말 외쳐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체장애인의 경우 쇠사슬을 목에 걸고 드러누워서 투쟁을 했잖아요. 발달장애인도 안 되니까 아이들 데리고 부모들이 드러누웠잖아요. 정신장애인들도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애의 문제를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만 여기는 사회와 국가의 인식을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그럼요. 장애는 내가 발생시키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면 지체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여건이 지지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지체장애인인 거예요. 도로를 정말 편하게 닦아놓고 자동차 저상버스 해놓으면 장애인이 어디든지 갈 수 있는데 그게 왜 장애인입니까. 사회가 그렇게 장애인의 모든 여건을 마련해주면 그 사람은 더 이상은 장애인이 아니에요.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달장애인이지만 독립해서 주거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활동보조가 24시간 지원해주고, 일을 지원하는 인력이 있고, 돈을 벌면, 얘는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에요. 다름을 타고 났지만 장애인이 아닌 거죠. 장애라는 건 결과적으로 사회가 지지해주지 못해서 생긴 거죠. 그런데 사회가 나 몰라라 하고 네 집에서 태어났으니 네가 다 책임지고 살아라. 개인의 문제다, 이러면 이건 사회가 아니죠.

국가가 왜 생겼습니까. 정신장애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장애인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어요. 그러나 그 분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걸 다 지원해주고 그런 체계가 마련돼 있다면 내가 나를 숨기고 살 이유가 하나도 없는 거죠.”

-우리나라 정신보건 예산이 보건복지부 예산의 1.5%입니다. 예산을 늘리지 않는 이유로 정부가 정신장애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정신장애계가 정치적 요구를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장애 영역은 다 투쟁의 역사에요. 정치인들은 표가 있는 곳으로만 몰리는 속성이 있죠. 정책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에요.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거나 장애 감수성이 있어 거기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몰라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리고 울지 않으니까 안 주는 거예요. 그래서 정신장애인들도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죠. 목소리가 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주지 않아요. 선진국이 저만큼 올라가 있으면 우리는 그걸 요구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기어갈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정치를 계속 하실 겁니까.

“저는 정치를 계속한다라고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웃음) 정치인은 4년마다 선거를 치르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지금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다 (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이 마지막을 정말 내가 해야 될 일, 하고 싶은 일을 충실히 마음껏 하고 다음 기회는 나한테 없다라는 생각을 갖고 해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요.

저의 소명의 가장 일순위는 장애인이예요. 누구도 대변해주지 않는 장애인을 대변하는 게 제가 의원이 된 이유이기도 하고 저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죠. 제가 이 장애를 알게 된 이상은 뗄 수 없는 저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c)마인드포스트
이정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c)마인드포스트

-정치하니까 좋습니까.

“아뇨(웃음). 저는 정치인이 3D 업종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인이 어떤 과제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에 이만큼의 과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요만큼을 하건 이만큼을 하건 그거는 개인의 선택과 신념에 따라서 틀려요. 정치인이 돼서 좋은 거는 별로 없고요.

딱 하나 좋은 거는 내가 마음속에 해야겠다라고 느낀 부분, 바꾸겠다고 느낀 부분을 누구 눈치도 안 보고 내 소신껏 할 수 있어서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의원이 아닐 때 지역에 정책 하나를 만들려면 엄청나게 자료를 만들어야 하고 그걸 이해시키려면 굉장히 심혈을 기울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나는 (의원으로서) 내가 느낀 점을 그냥 시행하면 되니까요.

누구를 바꿔서 그 분에게 하도록 하려면 훨씬 어렵더라고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부분을 바로바로 적용하고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정신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둔 부모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도 다 아이들의 성향이나 장애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힘들다고 얘기할 수가 없어요. 내가 저 사람의 어려움을 다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도 건방진 얘기인데 정신장애인은 제가 가족으로 살지도 않은 상황이라 그 아픔을 다 알 수는 없을 거 같아요. 그러나 얼마나 힘들 거라는 건 그냥 짐작이 돼요.

그게 발달장애인들이 부모로서 겪은 어려움 만큼이나 또 어렵고 힘들고 괴로운 무게는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중요한 거는요. 저는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아이의 장애를 숨겨서 아이가 좋아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숨기겠다고요. 그런데 그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거든요. 전혀 도움이 안 돼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공개하고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다 드러냈어요. 부모님들이 연세도 있고 해서 힘들겠지만 같이 뭉치고 나오시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어쨌든 선배 어머니들이 후배 어머니들한테 본인이 겪은 내용을 지혜롭게 전해줄 수 있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러면 그 분들이 어려움을 조금 더 빨리 극복하고 빨리 사회로 나오는 것도 순조롭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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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3-20 01:54:20
장애역사는 투쟁의 역사므로 조현당사자 투쟁대오 형성하자 장애 갖고도 사회서 살아갈 환경 만들어 당사자 일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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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외쳐야한다.어머니들이 조직화하자. 여성환우 공부해 정치입안세력 앞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