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시] 고드름
[당사자의 시] 고드름
  • 이인숙
  • 승인 2019.03.22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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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Town of Cicero
(c) Town of Cicero

고드름

 

몇 십년 만에 찾아왔다는 추위

 

뉴스보다 디테일하게 한강이 얼어

낚시하기 좋다

얼음판을 깨고

잉어 낚는 강태공들이

귀마개 털목도리 장화

두꺼운 장갑을 끼고

낚시 밥을 꿰어

낚시질 하는 아저씨들

 

옆자리에 이미 잡아논 고기들이

빙판 물속에서

지느러미 꼬리가 둥글게 파닥인다

 

어떻게 내가 이 좁은 광야에

물을 튕구나

내 생명은 여기까지인가

 

그 광야에서 자기 눈을 의심하며

찬 호흡을 한다

 

이 때쯤 창가에는 고드름이 날 선

빛으로 눈을 자극한다

 

칼날은 하얀 팔목에

 

피를 그으며

사랑의 맹세를 끌고 있었다

 

팔목에 글자 새기기를

한 두시간

고드름은 피를 흘리고

지붕 끝에 매달린 고드름

눈물을 흘려

누가 말려 주기를 기다린다

 

고드름

제 몸 아픈 것도 모르고

사랑과 아픔을 동시에 깨트린다

 

이미 아파트에는 없는 고드름

 

 

 

이인숙님은...

2010년 '자유문예'로 등단. 2013년 장애인 창작집 발간지원 사업 선정. 2015년 경기도 장애인 문예공모전 입상. 시집으로 '새벽을 바라며', '달에 꽃피다', '상아를 훔친 사람'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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