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의 정신병동 일기] 정신병동에 입원하다(2)
[이수연의 정신병동 일기] 정신병동에 입원하다(2)
  • 이수연
  • 승인 2019.03.25 2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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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 일년의 시간을 보내고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작가 이수연의 정신병동 일기

정신병동일기 2화

정신병동에 입원하다 (2)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c) 놀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c) 놀

입원 절차를 마치고 병동에서 내려온 간호조무사님은 나의 팔을 살며시 잡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사람이 붐비는 엘리베이터 사이로 나와 간호조무사님이 작은 자리를 차지했다. 층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묻고 싶은 것은 많았으나 왠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병동에 도착한 뒤 나는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모두 내놓았다. 휴대전화와 화장품 등은 모두 간호조무사님이 보관하겠다며 가져갔고 그 사이 짧게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를 적을 시간을 줬다.

나는 가족의 번호를 대충 휘갈겨 쓰고 휴대전화를 반납했다. 정신병동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물건은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심지어 머리를 묶고 있는 머리끈조차 반납해야 할 정도였다. 반입이 가능한 물건을 적는 것이 빠를거라는 생각 마저 들었다.

내가 겨우 들고 들어온 것은 빗이나 스프링 없는 노트, 책이 전부였다. 입원할 생각으로 병원에 온 것이 아니어서 필요한 생필품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간호사님은 배정받은 병실로 나를 데려가선 병동 생활을 설명해주었다. 식사시간 7시, 점심시간 11시, 저녁 시간 5시 투약시간... 여러 시간이 적힌 종이를 받아들었다. 침상에는 내 이름이 일부 가려져 프린트되어 있었다.

옷, 갈아입으시고 사복은 반납해 주세요.

간호사님이 병실을 나가며 말했다. 침상 위에는 병원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여전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옷을 갈아입었다. 옷까지 갈아입으니, 내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이 가깝게 다가왔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풀어진 머리, 하얀색 환자복. 나는 어딜 봐도 환자였다. 보이는 곳에는 아픈 곳이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환자였다.

갈아입은 사복은 다시 간호사실에 반납했다. 홀에는 공중전화 운동기구, 책장, TV 등이 있었다. 사람들은 단체로 TV를 보거나 장기나 바둑을 두고 있기도 했다. 내가 홀로 나가니 홀에 있던 사람들이 흘긋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시선을 피한 채, 어렵게 떠올린 수신자 부담 번호를 누르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만에 눌러보는 공중전화기인지, 기억조차 까마득했다. 나의 한 손에는 필요한 물건이 적힌 종이가 있었다.

여보세요?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낯익은 목소리. 남편은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나는 상황을 짧게 설명하고 남편에게 필요한 물품을 불렀다. 남편은 알겠다며 받아 적으며 내게 한 마디 물었다.

그래서, 왜 입원까지 하게 된 거야?

몰라 입원하래.

나는 사실을 말할 수 없어 단순히 모른다고 대답했다. 자세한 상황을 알리고 싶지도 않았고, 내 마음을 꺼내고 싶지도 않았다. 침묵도 하나의 거짓말이라면, 나는 남편에게 거짓말을 했다. 남편은 충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병실 침상 위에 앉았다. 푹신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매트리스와 얇은 이불. 이곳이 정신병동이구나. 나는 정신병동에 입원했구나. 여기 사람들 모두 정신병이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앉아있었다. 문밖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창으로 내다보는 것을 언뜻 볼 수 있었다. 호기심인지 관심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눈길이 불편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가릴 수도 없었다. 의료진이 계속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 여기에 왜 있는 거지?’

작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나는 낯설어하며 병실 안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얼마나 시간이 가지 않던지 그저 멍하게 앉아만 있었다. 간호조무사님이 노크를 하고 남편이 면회를 왔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간호조무사님을 따라 면회실에 도착하자, 남편이 짐을 한 아름 안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남편이 가져온 짐은 다시 모두 검사를 했다. 유리병도 안 된다, 끈이 될만한 것도 안 된다. 심지어 책에 있는 책갈피 끈조차 자르겠다며 끈을 모두 잘라갔다. 도대체 그걸로 무슨 짓을 하길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며 검사를 이어갔다.

겨우 필요한 물건을 전달받고 남편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가족들한테 얘기하지 마.

그래도 장모님은 아셔야지.

내가 나중에 말할게. 지금은 말하지 마. 곧 퇴원할 거야.

정신병동에 잠시 있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곳은 오래 있을 곳이 아니구나.' 안 된다는 것투성이에 짧은 외출조차 불가능했다. 가져온 음료조차 술이나 카페인이 많은지도 검사했다. 간식을 주는 시간도 정해져 있었고 하루에 마실 수 있는 커피의 양도 제한이 있었다. 그나마 위안은 노트와 책은 반입된다는 것이었다.

또 면회 올게.

남편은 출근 때문에 서둘러 병원을 나섰다. 병실에 혼자 남겨진 나는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서인가, 울퉁불퉁한 지평선 사이로 건물들이 낮게 자리 잡았다. 얼마나 멍하니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이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치의 선생님이었다.

면담하시죠.

나를 입원시킨 주치의 선생님은 조금 굳은 얼굴로 병실로 들어왔다. 우리는 면담실로 향해 자리를 잡았다. 면담실은 대화하기 좋은 울림이 있는 방이었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의자를 끌고 앉자 주치의 선생님은 그날의 상황을 내게 물었다.

어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냥, 자살하려 했어요. 끈을 묶었고, 그 앞에 섰어요. 근데 약속이 떠올라서 마지막으로 병원에 온 것뿐이에요. 나가면 다시 그 일을 이어가겠죠.

어떤 마음이셨어요?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무심하게 한마디 했다.

그만 아파지고 싶어요.

주치의 선생님의 눈을 피하며 내가 말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특유의 단호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일단 이곳에서 조금 쉬고 계세요. 분명 앞으로 나아질 수 있어요. 그때까지 병원의 도움이 필요한 것뿐이에요.

나는 수긍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입원 첫날이 저물었다. 그나마 반입이 가능한 노트와 펜으로 일기를 쓰는데, 모든 것이 낯설다. 잠들 수는 있을까. 이렇게 긴 하루는 처음이다. 빨리 퇴원하고 싶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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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2019-03-26 12:05:23
"그만 아파지고 싶어요"
라는 말에 눈물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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