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 만든 사람과 국가에 사과 받고 싶어…그게 치유의 시작”
“정신보건법 만든 사람과 국가에 사과 받고 싶어…그게 치유의 시작”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3.31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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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권 없는 병원 내 삶…교도소와 뭐가 다른가
원치 않는 치료 방식으로 깊은 트라우마 남겨
‘임세원법’들은 당사자 지역사회 삶 빠져 있어
자기결정권, 다학제적 서비스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당사자의 경험적 권리는 정치화의 문제
현 정신보건서비스는 정신병원 외에 대안 없어
‘트리트먼트’는 단순 약물복용 아닌 다층적 개념
탈원화 위해 주거의 문제 우선적 해결돼야
만병통치약 찾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를 바꿔야
정신병원 10분의 1로 줄여도 시스템 잘 돌아갈 것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정상화 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2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발제에 나선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전달체계와 관련해 “아프면 가고 싶은 병원이 없고 퇴원하면 지역에 거주할 공간이 없다”며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에 나와서 살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교도행정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수감자는 4만여 명이다. 그런데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입원해 있는 경우는 모두 8만여 건이다.

이 대표는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없고 자기결정권이 없는데 감옥이나 정신병원 폐쇄병동이나 다를 게 뭐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됐지만 사회의 공적 재화는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다 들어가고 있다. 지역사회 서비스가 전무하고 전문가 중심의 통제와 관리,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정신보건법의 시대를 살아온 정신장애인들은 이 대표의 표현대로 “인생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이 대표는 치료와 재활이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강제입원과 같은 초기 치료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발생하면 개인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훼손하게 된다. 회복할 수 있는 초기 기회를 박탈한 후 재활을 시키겠다는 시스템이 현재의 한국 정신보건 시스템이다.

강제입원 초기 치료과정에서 부정적 트라우마 발생

이 대표는 “치료받기 싫은 당사자는 없다. 아프고 힘들어서 치료를 받고 싶어 한다”며 “그렇지만 그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치료방식을 강조했고 한 번의 잘못된 급성기 치료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간 정신장애인의 트라우마 이야기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시설에 강제입원된 이들은 그 구조 안에서 다른 환자들에게 구걸을 하며 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착취와 억압의 구조는 층층이어서 한국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보이지 않는 곳에 숨쉬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가 얘기하지 않으면 저 (정신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누가 얘기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약속 없이 찾아온 내담자의 흉기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치료자의 안전을 기반으로 하는 속칭 ‘임세원법’을 20여 개 이상 발의했다.

이 대표는 “그 법안들에는 당사자의 지역사회 삶이라든가 인권, 치료에 대한 내용은 없다”며 “우리는 위험한 환자에 불과하고 환자의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보건소에 알릴 수 있는 법안이 임세원법이라는 미명 하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비판했다.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법적 틀이 변해왔지만 이 법 체계 안에서 정신장애인은 위험한 존재와 입원해야 만하는 비시민적 존재로 규정됐다. 그렇다면 누가, 왜 이런 법을 만든 것일까.

이 대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사과를 받고 싶다. 정신보건법을 만든 사람과 국가로부터”라며 “내 의사를 묻지 않고 치료라고 거짓말했던 사람들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는 데서 치유는 시작된다”고 말했다.

의사, 전문가 중심의 정신보건체계의 주체는 당사자주의로 넘어가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현재 의사와 당사자의 관계는 그의 말에 따르면 ‘갑을 관계’이다. 일종의 권력 관계다. 이 관계를 재설정하지 않는 이상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은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정신건강 패러다임 전환의 3대 원칙은 자기결정권, 지역사회 기반 다학제적 서비스,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의 동료지원의 전면화다. 정신장애 치유를 위한 세 가지는 당사자 중심이어야 하고 지역사회에 기반해 통합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는 동료지원제도에 대해 “상처 입은 치유자”를 내세웠다.

정신보건법 만든 국가가 사과해야

이 대표는 “상처가 상처를 치유한다. 아픈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이 고통 속에 흘린 눈물이 나를 넘어 당사자에게 치유가 된다”며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당사자의 경험적 권리”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경험적 권리는 개인의 삶의 경험에 기반하는 것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다른 일반적 장애와 다른 트라우마와 이중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첫째, 복지서비스 욕구에 대한 원래의 트라우마. 즉 정신장애로 인해 실업, 빈곤, 차별에서 오는 빈곤이 그렇다. 둘째, 이에 기반한 이차적 트라우마가 발생한다. 복지서비스 제공 차원에서의 트라우마다.

“당사자들이 왜 약을 강제로 먹어야 하는가. 치료받고 싶을 때 받고 약 먹고 싶을 때 먹고 복지서비스를 받고 싶을 때 받는 것이지 그걸 강제할 때 경험하는 트라우마가 있다. 당사자들에게 경험적 권리는 실정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신건강 분야의 정치화의 문제다.”

현행 장기입원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통합적 정신복지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치료받고 최대한 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 정신적 위기가 오면 병원을 가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에서 응급시 며칠 쉴 수 있는 응급쉼터 개념의 공간도 없고 누군가 급성기 당사자의 말을 들어주고 안정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도 부재하고 이 같은 치료의 공백에서 당사자가 갈 수 있는 곳은 정신병원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이 불안을 해소시킬 대안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 응급시 불안 해소할 대안적 프로그램 필요

이 교수는 “정신적 위기에 대해서는 쉼터를, 최소한의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집중회복센터와 응급입원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타해의 위험이 있을 경우 전문 대응팀이 대응하고 적절한 대안 공간에서도 안 될 경우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에 따른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동의입원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강제입원과 행정입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도록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초기 강제입원 후) 3개월의 병동 내 기간이 너무 길다. 1~2주면 회복되는데 왜 그렇게 오래 있어야 하냐”며 “강제입원 후에도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대면심사를 필수화하고 외래치료명령제를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이용 명령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에서의 트리트먼트(treatment)를 우리는 ‘치료’라는 개념으로 번역해 왔다. 이 개념은 단순한 약물 처방이라는 개념으로 협소하게 번역될 용어가 아니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입원 대신에 의사를 만나는 것, 동료상담가를 만나는 것,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등 광범위한 의미를 포괄하는 단어가 트리트먼트다. 우리나라에서 치료의 개념적 정의는 약 잘 먹는 걸로 이해하지 치료받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거의 안정성이 토대가 돼야 한다. 이 주거서비스의 접근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다층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은 국가기관으로써 아동 시설 퇴소자들을 위해 주택공사와 협상을 벌여 천 채의 임대주택을 제공받은 전례가 있다. 이 교수는 국립정신건강센터도 관련 주택공사와 협상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주거 제공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적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서비스의 분절적이고 배타적인 정책의 통합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달체계에서 정신건강과 복지를 통합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내) 정신건강복지정책국이 있고 정책국 산하에 정신장애인복지과와 정신건강정책과가 같이 있으면 국(局) 내에 어긋났던 정책들이 통합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지역사회에서 위기지원이 고스란히 가족에게 떠맡겨져 있는 부분도 지적했다. 그렇지만 이 위기지원 역할은 국가가 져야 할 공적 책임이다. 가족들은 오랜 시간 정신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가운에 번아웃(소진)되기 마련이다. 이 경우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을 시키는 데 정신병원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당사자가 끌려간다면 당연히 부모와 가족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갈 수는 없다.

서비스전달체계의 분절적 정책 통합시켜야

그는 따라서 “응급시 지역사회 위기쉼터에 있다가 거기서도 해결이 안 되면 정신병원으로 가야 하는 걸 당사자 본인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 역시 중요한 사안이다. 한국의 경우 급성기 강제입원 상황에서 병원에서의 대응은 잠들도록 하는 일명 ‘코끼리 주사’를 놓은 뒤 잠을 재운다. 미국에 가서 이 얘기를 하니까 이해를 못하더라고 했다. 개인을 비자의로 입원시키는 것은 법적 근거가 필요하고 원하지 않는 약을 처방하는 것도 법적 근거가 필요한 미국 정신의료시스템의 입장에서 한국의 관행적 강제치료는 이해될 수 없는 것임은 당연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은 입주한 공공생활가정에서 3년만 거주할 수 있다. 다른유형의 장애인들은 원할 경우 평생 살 수 있는 것에 비해 차별적 조항이다.

2017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사자와 같이 사는 가족들의 3분의 2는 성인인 당사자가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50%는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 교수는 “요양시설을 소규모 시설로 전환한다는 전제 하에 정신의료기관이나 한계주거에 있는 이들이 일시적으로 갈 곳이 없어 전환시설로 오면 광역 단위의 주거지원센터가 이들의 기능상태를 고려해 기간 제한 없이 요양시설이나 공동생활주택으로 보내야 한다”며 “(거기서) 3년 훈련하고 일반형 공동생활가정으로 가고 이어 지원주택을 활성화해 자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경우 다른 장애인과 비장애인들과는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소통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다른 방식의 소통의 경험이 없는 이들이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대상으로 규정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에 다가서는 소통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 교수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1항은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법적 가치를 규정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초창기에 정신질환을 특정한 사람의 문제로만 적용했지만 ‘국민’으로 그 관점을 바꾸면서 정신병원을 없앴다. 이후 지역사회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리 역시 국민적 정신건강을 법 안에 넣음으로써 그런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정책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정신건강복지법에 규정됐지만 제 교수에 따르면 “구체화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돼 용두사미가” 되어 버렸다. 약이 아닌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을 먹어도 치료가 되지 않는 사람, 병원에 200~300일씩 있는 사람은 약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 우리는 만병통치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바꾸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장애는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폐쇄된 정신병원이 없다. 강제입원을 당하더라도 가족과 절차보조인, 권익옹호자들이 자율적으로 병원에서 만나 위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족들도 그 만남이 제한돼 있다. 이 경우 당사자는 깊은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의사 한 명이 환자 수십 명을 치료하는 현 시스템 안에서 당사자의 권리가 지켜지지도 않는다. 그 배척과 고립에서 병원에서 퇴원하게 되면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게 된다.

따라서 “병원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회를 바꿔야…정신장애에 다학제적 접근 필요

미국 인구는 3억2천만 명이다. 미국 내 정신병원 병상은 4만여 개다. 한국은 미국 대비 정신병동이 3천 개면 충분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7만9천여 병상이 있다.

제 교수는 “지금 당장이라도 정신병원 병상수를 10분의 1로 줄이더라도 얼마든지 시스템이 돌아간다”며 “그런데 안 돌아간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그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의 경우 1970년대 탈원화로 병상을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당시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일로 여겼다. 그러나 탈원화는 이뤄졌다. 이미 경험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사법입원에 대한 개정법안의 심사를 보류했다. 사법입원은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입원 여부를 판사가 판단하도록 하는 제도다.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의 사법 입원 시스템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 차이가 있어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제 교수에 따르면 독일과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사법입원 제도를 두고 있다. 게다가 판사는 우리나라처럼 일정 기간이 되면 자리를 옮겨야 하는 순환보직 구조가 아니라 판사 한 명이 사법입원만 20~30년을 한다. 제 교수는 “똑같은 일을 30년간 하면 판사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버린다”고 말했다.

“(판사가) 비자의입원된 환자를 대하는 모습은 사회복지사 저리가라다. 판사는 비자의입원 환자에게 그동안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으면 여기와 계시냐고 직접 만나서 말한다. 환자는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판사는 비자의입원 하지 말고 당분간 병원에서 지내다 나가면 어떨까라고 묻는다. 그럼 싫어요라고 말하겠나. 대부분 자의입원을 택한다.”

따라서 선진국은 일부의 사람들만 비자의입원을 하게 되고 그 입원 기간도 2주에서 길어도 한 달 이상은 가지 않는다.

캐나다와 아일랜드의 경우 사법입원 대신 관련 위원회가 강제입원을 결정한다. 이 결정 과정에는 당사자를 포함해 변호사,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등 지역의 권익옹호자가 참여한다. 서류가 아닌 대면 처리다. 왜 당사자가 입원 치료를 안 받으려 하는지 진료를 거부하는지 등을 대화를 통해 자의입원을 권하고 일부 위험한 상태에서만 비자의입원을 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서류 심사가 아닌 직접 만나는 대면 심사가 필수적이라는 게 제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강제입원을 당한 당사자에 대해 가족과 의료진, 사회의 태도는 어때야 할까.

“강제는 불가피할 때 해야 되는 거고 강제를 할 때도 강제입원을 당하는 사람에 대한 위로가 필요하다. 그래야 마음의 상처로 남지 않는다. 강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입원시키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보호의무자가 입원을 시키는 건 가족관계를 깨는 첩경이다. 따라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없애고 동의입원도 없액고, 강제입원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일원화시켜야 한다.”

선진국은 정신장애 분야 고경험자 판사가 직접 대면해 입원 결정

제 교수는 비용과 관련해 “공익 목적으로 국가가 개입하면 돈은 국가가 내야 한다”며 “강제입원은 지방자치단체장만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비용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강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폐쇄병동을 다 없애고 병원을 개방화켜야 한다”며 “격리실을 만들어서 자타해 위험이 심할 경우 격리실에서 일정기간 이동시키고 이동했을 때 지자체에 신고해서 자치단체장의 감독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트라우마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병원 자체가 일반병원과 다르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응급입원의 경우도 7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며 치료 목적의 강제입원도 입원 기간이 한 달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버지니아 주는 입원을 당하면 48시간 이내에 판사가 병원으로 직접 찾아간다. 그 안에는 정신과 의사, 권익옹호자가 함께 있다. ‘4자 면담’을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끝나면 판사가 그 입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직접 당사자를 만나기 때문에 절차 자체가 당사자 친화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그 역할을 하지만 대면심사 대신 대부분 서류심사를 하는 한계가 있다.

외래치료명령의 경우에도 미국 버지니아 주는 지역사회에서 정신건강복지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본인에게 권하고 이를 본인이 거부할 경우 예외적으로 이용 명령을 내린다. 명령에는 재활시설 방문, 동료지원가 면담,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는 것, 정신건강복지서비스 기관에 가는 횟수 등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록된다. 우리나라는 외래치료명령제의 핵심이 약물 복용이지만 선진국은 다학제적 접근으로 치료를 담당하는 것이다 .

“약을 복용하는 것만 중심에 있는 게 아니라 정신건강복지센터 일주일에 몇 번 방문하는 것, 상담받는 것, 재활 쪽으로 가는 것, 어떤 약을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다 이뤄진 상태에서 외래치료명령제가 나온다.”

그리고 본인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충분하게 지원해 주는 부분도 필요하다.

제 교수는 “병원 시스템에 들어가면 자기 편에 서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거들어주고 도와주면 심리적으로 큰 위안이 된다. 그게 절차보조사업이고 동료지원가들의 협업”이라며 “이걸 제도화해서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차보조사업·동료지원가 제도화해야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서비스 지원은 권리가 아닌 시혜(施惠)로 인식되고 있다. 제 교수는 “이 권리는 국가가 예산이 있으면 해 주고 예산이 없으면 안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권리로 규정해 놓았다”며 “자격요건이 있는 사람이 신청을 하면 국가가 반드시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퇴원 후 갈 곳이 없으면 주거를 제공해 달라고 지자체에 신청하면 지자체는 주거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생기게 된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막연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권리로 보장되는 것이다.

제 교수에 따르면 캐나다와 아일랜드의 경우 강제입원자에 대해 일인당 10만 달러(1억2천여만 원) 정도의 피해 보상을 해 준 경험이 있다. 게다가 평생 국가를 상대로 피해를 청구할 수 있는 청구권도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청구권이 개인의 권리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예산과 관련해 제 교수는 “정신병원이 10분의 1로 줄어들면 의료급여도 10분의 1로 줄어든다”며 “정신건강복지서비스 기금을 만들어서 의료급여에서 줄어드는 비용을 이 기금에 넣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 기금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자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주관하고 김상희 국회의원, 정신건강서비스정상화촉구공동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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