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우울증치료비 지원사업을 신청했는데요...
충청북도 우울증치료비 지원사업을 신청했는데요...
  • 김경태 기자
  • 승인 2019.04.10 2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울증 환자 대상 연간 24만원 지원 제도 실시
청주시서원정신건강복지센터 우울증 치료비 지원사업
환자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 실효성은 '갸우뚱'

청주시서원정신건강복지센터에 방문하다

충북도 전국최초 우울증환자 치료관리비 지원사업 실시 (c) 충청북도
충북도 전국최초 우울증환자 치료관리비 지원사업 실시 (c) 충청북도

충청북도에서 도내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원책으로 충북도내 우울증 환자 치료비 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의 내용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연간 최대 24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저는 우울증 당사자로서 조금 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 해당 사업에 지원하게 됐고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직접 체험함으로써 체감하는 어려움을 전달드리고자 글을 기고하게 됐습니다.

먼저 다음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체험한 후기이기에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우울증 치료비 지원사업의  큰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울증 치료비 지원사업 대상자 확인. 둘째, 해당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방문. 셋째, 우선 상담 실시. 넷째, 치료에 대한 증빙. 다섯째, 약제비 지원 등입니다.

큰 프로세스만 놓고 살펴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본인이 우울증 환자라는 것'을 증빙하기 위한 세부 절차는 매우 까다로운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우울증 치료비 지원대상자 구비서류로는 지원신청서 1부, 개인정보활용동의서 1부, 건강보험 납부내역, 대상자 본인 명의 임금 통장 사본 1부, 진단서 또는 의사소견서 1부, 우울증 치료제가 포함된 약 처방전 1부 (매월 1회 제출), 약품명이 기재된 약국 영수증 1부 또는 외래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 1부 (매월 1회 제출), 주민등록등본 1부, 건강보험 자격확인서 1부가 있습니다.

서류의 종류만 놓고 봐도, 심지어 젊은 당사자인 저조차도 처리하기에 버거운 것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게다가 센터에 제공하는 개인정보 활용동의서에는 필수로 산정돼 있는 회차별 상담에 대한 내용을 이용한다고 쓰여 있을 뿐만 아니라 센터에 환자 등록을 해야만 해당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대상자로서 자격이 부여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또한 센터에 방문하는 필수상담 가능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필수 상담을 하는 시간 동안 사회복지사와 1대1 면담을 하게 됩니다. 이 또한 당사자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에 대해 타인을 공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우나, 우울증 환자가 하는 이야기는 무조건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되어 나타나는 것이라는 경우, 또는 정신과 전문의가 해줬던 이야기와 배치되는 이야기를 사회복지사가 주장하는 경우,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을 몇 가지 부류로 나누어 판단하려는 경우 등이 있었습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자기주관적이고, 타인을 배제한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라고 치부한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약제비 영수증을 제출하는 경우에도 명확한 설명이 없이 전달을 해주어 해당 영수증과 처방전을 여러 번 받으러 다녀오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당사자는 특정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로서 이러한 행위들이 가장 큰 생활 반경 범위인 직장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으로 번지게 된 것입니다.

치료비지원사업이 올해 들어 새로이 시작되는 사업이기에 이러한 경우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당사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사업들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결국 지원금을 받기 위한 모든 절차를 거치는데 발생한 비용이 오히려 지원금을 받는데까지 소모되는 시간을 포함하면 더 많게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앞으로 마인드포스트를 구독하는 당사자 혹은 당사자 가족분들 또는 지인들은 이러한 상황을 잘 인지하신 상태에서 지원사업에 신청하시길 바라며, 꼭 꼼꼼히 알아보고 체크하신 후 신청하시는 것 또한 권고드립니다.

저는 아직도 지금까지의 치료비를 받지 못한 상태임을 밝히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