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년이란 세월은
조금 더 젊고 건강할 때 남에게 이기고
더 인정 받으려 했던 나의 모습
사람이 산다는 건 평범해지기 위한 계단 오르내리기인데
돌이켜보니
밑 깨진 독에 물만 붓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곳 가족들과 서로 살을 부대끼고 살며 엇갈리는 모습을
나만 느꼈을까 뒤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성숙함을 채우는 시간이었음을 더 빨리 알았더라면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모닝커피
이렇게 항상 찾기 쉬운 것이 삶일까?
식사 잘 하고, 잠 잘 자고, 잘 싸고, 약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해야한다고 누누이 교육받고
어루만져주는 손길 느끼며 살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상사
꽃 피는 봄이 되면 세상은 새롭게 보이는데
거울 속 내 모습이 많이 변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그 곱디고운 지난 손때 묻은 세월들
오늘도 정류장에 서 있는 나
떠나는 목적지는 분명히 있는데
서성거리며 마음은 갈라지고
자율외출 대상자로 피아노 교습 배우러 복지관에, 가까운 종교시설에 다니다보면 무언가 나아지겠지
방에서, 구역에서, 봉사를 잘 하고 있으면 복도 많이 받겠지
위로 반 안심 반으로 헤메는 모습은 나 답지 않고
이것저것 여기저기 욕심 반 설렘 반으로 끝내기엔 완전치 못한
내 마음에 안 드는 억지만 더덕더덕
입에서 나오는 예쁜 미소와 말씨
행동으로 드러나는 겸손과 희생
이 두 가지를 다 건진다면 방황은 끝이 날까?
아무리 생각해도 산다는 건 평범이란 보물 찾길까
때론 재미있어 보이긴 한데
우리는 아직 평범함으로부터 너무 멀리 있음을
의식주 다음 중요한 게 각자 다르다며 굳이 들쑤시며 평범함의 순위부터 따지는 시끌벅적한 인생살이
다 똑같지 않다고 고개 젓고 싶은 심리
그러고 나면 이 세상 끝
남은 건 너와 나의 방황의 질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애써 피하려고 발버둥치던 날
늦기 전 남은 시간 동안
이곳 가족들과 정답게 지내고
선생님들께 인사 잘하고 원장님께 감사함을 잊지 않도록
이렇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평범한 진리였음을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