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시] 꽃잎 미숙이
[당사자 시] 꽃잎 미숙이
  • 이인숙
  • 승인 2019.04.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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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Country Living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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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미숙이

 

1. 열정으로 꽃피우는 꽃잎 미숙이를 이야기하다.

2. 내가 칠월 말경 건강관 3호실로 옮겨온지 꼭 4개월이 지났다.

3. 조개가 입을 연, 뉘여진 'ㄱ자' 모양의 몸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눌라움을 주는 체형이다.

어떻게 그녀의 삶이 지속될 수 있었을까.

20여 년 전 서울 oo 병원에서 간병해줄 때보다 몸은 더 굽어있었고, 살이 올랐으며, 전보다 더 점잖아졌다.

물개처럼 바로 세워지지 않는 몸이다. 목만 돌렸다가 들었다가 한다.

태어날 때부터 몸체는 45도 각도로 굽어 있었다.

똑바로 허리 한번 펴본일 없는 소녀의 뼈아픈 세월이 64년째 흐르고 있다.

그녀의 마음은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외부 봉사자가 오면 붙잡고서는 끝없이 주소를 적어달라고 한 뒤 편지를 쓴다.

식사도 몸을 세워 먹을 수 없다. 오른손이 마비다. 국그릇 밥으로 숟가락을 간신히 손가락에 끼워 엎드린 채로 식사를 한다.

4. 다리도 붓고 마비 증세가 있어 외출하려면 성인 3명이 달라붙어 몸, 허리, 다리를 각각 들고 휠체어에 옮겨 태워야 한다. 또 배와 등을 안전띠로 따로 휠체어에 묶어줘야 한다.

5. 나는 어떤가. 작은 실수 하나에 감성을 우울하게 끌고가서는 불안과 망상, 초조함으로 보낸다. 나는 참을성 많고 생을 긍정적으로 끌어가는 그녀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 나는 비록 신체는 정상이나 정신이 아픈 사람이다.

6. 꽃송이 미숙이는 꽃잎으로 영혼까지 묶어두는 귀한 성품을 지녔다.

꽃잎 미숙이는 환갑도 지났다. 다리가 무릎 아래부터 없는 도봉이도 곁에 있지만, 미숙이는 그보다 더 빛난다.

꽃잎 미숙아, 너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의 영혼을 깨운다.

 

 

이인숙님은...

2010년 '자유문예'로 등단. 2013년 장애인 창작집 발간지원 사업 선정. 2015년 경기도 장애인 문예공모전 입상. 시집으로 '새벽을 바라며', '달에 꽃피다', '상아를 훔친 사람'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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