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왜 공공 정신건강복지체계는 번번이 위기대응에 실패할까?
[칼럼] 왜 공공 정신건강복지체계는 번번이 위기대응에 실패할까?
  • 이용표 교수
  • 승인 2019.04.19 12:41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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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진주참사로 희생되는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정신의학의 대표적인 학회의 임원인 정신과의사가 언론의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진주참사와 관련해 대담하는 장면을 봤다.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한 그의 관점은 △첫째, 정신질환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의 질병인데 사건의 용의자는 약복용을 하고 있지 않았다 △둘째, 이 사람을 치료하고 약을 복용하게 하려면 병원에 입원시켜야하는데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입원시킬 수 없다 △셋째, 입원시킬 수 없다면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개입해야 하는데 센터의 예산이 적어 전체 정신질환자를 등록 관리할 수 없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필자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러한 주장이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한 감금과 약물강제를 정당화시킬 수 있을 뿐, 근본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견해를 하나씩 검토해보자.

첫째, 정신질환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의 질병이라는 것이 사실일까? 그동안 정신질환을 뇌의 질병으로 보려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항정신병약물의 이행률은 세계적으로 40-50%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항정신병약물의 중단이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이 약물의 장기적인 복용이 인간에 내재한 증상의 조절과 감소능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WHO 연구에서 드러났으며 전문가들은 모두 이를 알고 있다. 항정신병약물 복용율이 15.9%인 개발도상국가 4개국과 60.8%인 선발국가 4개국을 비교 연구한 결과, 증상감소율은 개발도상국 62.8%, 선발국가 36.9%로 역의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도파민 가설을 전제로 개발되는 약물이 실제로는 도파민 활성화를 억제하는 게 아니라 그 전달만을 차단하고 있어 실제적인 치료제가 아니라는 것도 학회 회원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약물의 장기복용은 뇌를 축소시키고 새로운 화학적 불균형을 형성함으로써 이전에 없던 정신장애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지 않는지 도리어 묻고 싶다. 필자가 보기에는 약물을 끊은 것이 이번 범죄의 원인이라기보다 고립된 채 살아가는 사람을 위해 지역사회 연결고리를 마련해주는 서비스체계가 결여됐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대부분의 정신질환관련 사건의 원인은 고립, 은둔, 배제 등과 관련된다.

둘째,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이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입원시킬 수 없다는 것도 명백한 과장이다. 명백한 자·타해의 위험이 있는 경우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입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 제44조, 제50조). 현재 병원에 입원해있는 사람 가운데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원한 사람이 무수히 많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정신적 고통이 드러나는 단계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 의해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공 정신건강복지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체계의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정신건강복지체계가 모든 정신건강문제에서의 위기관리를 '강제입원'으로만 귀착시키려고 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입원시킬 수 없으면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할 일이 없다고 인식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상대적으로 노숙상태에 있는 정신질환자는 드롭인센터-재활쉼터 등 지역사회 위기지원체계의 도움을 받지만, 정작 정신건강복지체계에는 이렇다할 체계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위기를 경험하는 사람을 노숙인체계로 돌려보낼 수도 없다. 또한 우리는 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하려고 하지 않는지 정말로 깊게 성찰해야 한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강제입원의 경험을 겪었다. 그들은 강제입원을 인권이 유린되는 끔찍한 공포로 기억한다. 이러한 끔찍한 입원의 경험이 병원을 거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입원을 거부한다면 국가는 지역사회에서 위기극복대안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 정신병원을 전면폐쇄한 이탈리아도 있지 않은가? 힘든 부작용을 동반하는 약물과 감금으로만 정신건강복지체계를 유지하려고 하면 모든 사람을 감금하지 않는 한 이러한 사건을 영원히 관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셋째, 예산이 없어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이러한 문제를 관리할 수 없다는 데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정신건강복지재정의 대부분이 입원치료에 집중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지역사회로 분산시킬 수 있는지가 근본적인 문제다. 선발국가는 입원치료를 감소시키고 지역사회서비스 혹은 커뮤니티케어를 강화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같은 공공체계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정신병상 운영자에게 위탁하는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애초부터 이러한 기대를 갖기 어렵게 구조화한 측면이 있다. 현재 정신의료측 입장을 보면 입원치료를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입장인데, 이러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필자가 정신건강복지센터 운영에 관해 제안하고 싶은 것은 현재의 센터 역량을 위기관리로 전면 전환해야한다는 것이다. 모든 정신질환자를 등록시키는 것이 중요한 일일지라도 정신의료기관에서 치료받고 있거나 정신재활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일상적 방문보다 위기지원 중심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재원부족의 상황에서 더 효율적인 대안이다. 공식적인 체계에서 벗어나 있거나 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의 위기관리로 사업을 전환해야하는 것이야말로 정신건강복지체계를 정상화하는 길이다. 아울러 지역사회서비스는 장애인복지체계와 통합함으로써 그동안 발전해오지 못했던 정신장애인 복지 수준을 발달장애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공 정신건강복지체계의 위기관리능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제언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정신적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위기쉼터, 동료지원 등의 서비스를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

둘째, 당사자들이 입원치료를 거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신의료기관의 최대 입원일수를 30일로 단축하고 병원내 인권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권익옹호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고통스러운 약물보다 따뜻한 돌봄을 제공하는 정신재활시설과 당사자운영 쉼터 등을 확대 공급해야 한다.

넷째,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능을 지역사회위기관리로 전환하여 입원치료에 의존하지 않는 위기지원체계를 개발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센터 운영체계를 위탁운영체계에서 공공체계로 전환하고 근무자의 고용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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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표 2019-04-23 08:35:22
최근의 현실을 전혀모르는 사회복지학과는 좀 빠져있었으면 좋겠네요

에휴 2019-04-23 08:47:07
진짜 심각하게 무지해서 무력감이 느껴질 정도의 칼럼이네요...환자를 본 적이 거의 없는 분이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

김충식 2019-04-23 11:46:48
그러면 정신병력 있고 치료 안받으시는 분들하고 한번 공동체를 만들어 사시면서 모범을 한번 보여주세요.
증명 잘 되고 좋을텐데 왜 안그러시나요?

이용표 2019-04-27 16:03:16
나쁜 글쓰기의 전형으로 대학에 보내야겠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인용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왜곡하여 해석한후 병원과 치료는 모두 나쁘다는 개념으로만 모든 것을 보는군요. 정신응급때 위험성이 높으면 입원하는거고 그보다 위험은 낮으면서 가족가 갈등이 주거가 없는 등 위기때 쉼터가 필요한거죠.

이용표씨 2019-04-23 11:50:09
정신병력 있는분들 인권만 중요하고 그 가족들이랑 이웃의 인권은 안중요하다 생각하시나요?